“반도체로 세계를 제패하겠습니다. 공급망을 강화해 경제를 지키겠습니다. 세계 5대 강국으로 올라서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가 저마다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며 청사진을 내놨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을 키운다는 데 여야 없이 한 목소리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딛고 일어서자며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실행 방안이 조금 다를 뿐 목표는 같다.
■ 이재명 “반도체로 세계 5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신(새로운) 경제’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을 세계 5강(G5)으로 올리겠다는 포부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5만 달러에 연간 수출액 1조 달러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민소득은 3만 달러, 연간 수출액은 6천445억5천만 달러다.
이 후보는 24일 경기 용인시 포은아트홀에서 “용인을 반도체 국가전략산업 특화 단지로 만들겠다”며 “화성·오산·기흥·평택·이천을 반도체 거점 단지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중심으로 소부장 생태계를 넓힌다는 공약이다. 삼성전자가 평택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을 꾸리고, SK하이닉스는 이천에서 가동 중인 사실을 고려했다.
이 후보는 수출 품목을 늘리면 1년에 1조 달러 이상 수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후보는 “메모리 반도체, 석유·화학, 일반 기계 같은 주력 품목에 바이오·헬스, 미래 자동차, 농·축·수산물까지 수출하겠다”며 “해마다 수출이 7.8% 늘면 충분히 1조 달러를 이룰 수 있다”고 기대했다.
미래를 이끌 10대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반도체, 미래차,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헬스, 로봇, 친환경 에너지, 우주·항공, 패션, 메타버스를 10대 산업으로 꼽았다. 10대 산업 모태펀드도 조성한다.
반도체·요소수 대란 같은 공급망 문제도 새 대통령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 후보는 “‘국가 공급망 진단 체계’를 세워 부처별 공급망 대응 체계를 아우르겠다”며 “공급망을 종류별로 나눠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소부장 예산도 늘린다. 이 후보는 “‘소부장 으뜸기업’을 200개 이상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소부장 핵심 기술과 성장 가능성을 가진 회사를 소부장 으뜸기업으로 뽑아 기술·사업화와 해외 진출을 돕는다. 2024년까지 100개사를 뽑기로 돼있다. 현재 43개가 선정됐다.
■ 윤석열 “반도체로 세계 제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반도체로 세계를 제패하겠다”고 나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둥지를 튼 용인·이천·평택을 반도체 미래 도시로 키운다.
반도체 기금도 모은다. 정부가 우선 출자하고 민간의 공동 출자를 독려할 방침이다. 반도체 기금을 팹리스와 파운드리에 쏟아 붓기로 했다. 팹리스는 공장 없이 반도체를 설계·개발만 하는 회사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제조를 전담하는 생산 전문 기업이다. 팹리스가 반도체를 설계하면 파운드리가 이를 생산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1등이지만, 팹리스와 파운드리 산업은 비교적 약하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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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반도체 산업으로 국가 균형 발전을 꾀한다. 지방에 거점을 둔 대학에 반도체학과를 신설해 인재를 양성한다. 기업이 대학에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를 두고 직접 교육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포스텍(POSTECH·포항공대)·연세대·성균관대에 반도체학과, 고려대에 차세대통신학과를 뒀다. SK하이닉스는 고려대와 손잡았다.
윤 후보는 청와대에서 공급망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경제 안보를 위해 어떻게 할지 생각해달라’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물음에 “외교 안보와 경제가 하나의 문제가 됐다”며 “차기 정부를 맡으면 정부 조직과 운영 방식을 고칠 생각”이라고 답했다. 윤 후보는 “청와대 안보실이 군사 안보뿐 아니라 경제 안보까지 감안할 것”이라며 “기업 공급망을 점검하고 소부장에 문제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