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못 지켜"

국감서 일부 의원 질타...산업부 "미국·반도체회사와의 소통" 해명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1/10/20 16:01    수정: 2021/10/20 16:43

국회가 정부에 반도체 회사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반도체 회사에 재고·수급 정보를 내라고 요구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미국이 반도체 회사들에 ‘11월 8일까지 기밀을 내라’고 요구했다”며 “대만 정부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는데 한국 정부는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기업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반도체 2대 회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와 따로 면담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정부가 파악한 정보를 알려달라’더라”며 “‘미국 정부와 소통해서 어떻게 답변할지 준비하고 있으니 기업에 맡겨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기업이 ‘기다려 달라’고 얘기한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며 “기업이 무슨 정보를 바쳐야 되는지도 정부가 모르는데 기업이 무엇을 기대하겠느냐”고 질타했다.

문 장관은 “기업이 계약 비밀 유지 조항이나 국내법 어기지 않는 자료를 내려고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가 보기에 부당하고 산업에 부담되는 자료를 미국이 계속 요구하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장관은 이어 “우리 의견을 전달해 미국과 공감대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의 걱정을 미국이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그것은 미국이 공감한 게 아니다”며 “기업이 정부 말만 믿고 있다가 기밀을 빼앗기면 정부가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거꾸로 삼성전자가 미국에 이렇게 ‘정보를 달라’고 하면 미국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미국이 공감하지 않았는데 우리 정부는 공감했다고 하니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우리 정부를 못 믿는다”고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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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조 의원은 “대만 무역부가 ‘한국 산업부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지만 응답 받지 못했다’고 들었다”며 “대만과 손잡는 게 그렇게 위험한 일이냐”고 질의했다. 그러면서 “대만 정부는 강력하게 나서는 반면 우리 정부는 소극적”이라며 “미국에 부당하다고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 정부가 우려하는 사실을 미국이 정확하게 알고 있다”며 “우리가 미국에 ‘부당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