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다자협력 통해 실리 챙겨야

KDI 주최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한·미 경제협력 방향' 정책세미나 개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1/04/21 17:22

국가 안보차원에서 통제대상은 중요한 기술로 국한해야 한다. 군사적으로 볼 때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는 매우 중요하다. 반도체 장비를 중국 본토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중요 기술에 대한 도난방지를 위해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국가 간 다방면의 협력이 필요하다.  - 로버트 도너 아틀란틱협의회 선임연구위원.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3조달러 인프라 패키지가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관련 법에 바이 아메리칸을 도입하라는 압박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무역체제를 저해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이 가입한 국제교역협정에 부합하도록 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 - 데이빗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한·미 경제협력 방향'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양국이 공동의 이익을 확대할 수 있는 협력 방안으로 ▲다자주의 협력 강화 ▲국제교역협정 준수 등을 꼽았다.

로버트 도너 아틀란틱협의회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은 공급차질에 따른 재화 부족, 세계화에 대한 포퓰리즘, 중국에 대한 반발심 증가 등으로 글로벌공급체인(GVC)에 대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마련된 (공급망 안정화 관련) 사후 정책은 실재하지 않은 대상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부분이다. 예컨대 국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자국 생산량을 늘려도 다른 나라가 수입을 확대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진=KDI 정책세미나 유튜브 캡처)

또 "GVC를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미·중 무역갈등 격화 등의 리스크가 급격히 증가, 과거에는 무역과 정치가 분리되어 있었지만, 최근에는 정치적 논란이 경제적 제재로 번지고 있다"며 "정부는 정책적으로 기업이 스스로 잘할 수 있고, 잘하는 일을 대신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공공재를 제공하는 것이다. 화이트 리스트(안전 보장 우호국) 개발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국가 안보차원에서 통제대상은 중요한 기술로 국한해야 하고, 군사적으로 볼 때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는 매우 중요하다"며 "이에 반도체 장비를 중국 본토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중요 기술에 대한 도난방지를 위해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국가 간 다방면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데이빗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3조달러(약 3355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인프라 패키지)을 추진하는데 미국 우선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KDI 정책세미나 유튜브 캡처)

데이빗 달러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미국 정부는 대중 수입품 절반가량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양국 모두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급격한 경기침체를 경험했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의 전체 교역량에서 대중 수입은 약 3%만 감소, 완제품 생산기지 일부가 베트남·캄보디아 등으로 이전하는 것 외에는 전반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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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미국 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에서 중국 내 절대다수의 미국 기업들이 미국 본토로 복귀할 생각이 없다고 응답(71%)했다"며 "이들 기업이 중국 시장에 남으려는 이유는 중국에 대한 투자가 중국 내 서비스 제공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GVC 상당 부분이 중국 시장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형성된 것인 만큼 경제적으로 중국을 떠나라는 요구는 말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3조달러 인프라 패키지가 조만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에서는 관련 법에 바이 아메리칸(미국 제품 구매)을 도입하라는 압박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무역체제를 저해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해법은 미국이 가입한 국제교역협정에 부합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 내 정부조달협정을 근거로 미국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 바이 아메리칸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면서 경제적 실리를 챙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