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 1위 도약을 위해 미국 오스틴 공장 신규 투자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심화하는 가운데 세계 1위 종합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4일 열린 온라인 브리핑에서 "인텔은 2025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이 최소 1000억달러(약 11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 대규모 파운드리 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증가하는 제품 수요와 고객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파운드리 고객을 위한 위탁 생산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2030년 파운드리 시장 1위 달성을 목표로 TSMC와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 선언에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는 모양새다. 10나노미터 이하 공정에서 인텔보다 앞선 미세공정 기술을 보유한 데다 인텔이 자체 파운드리를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아 겹치는 사업 영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했지만, 당장 TSMC처럼 순수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할 것은 아닌 만큼 삼성전자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기술 측면에서도 삼성전자는 7·5나노미터 첨단공정에서 TSMC와 경쟁을 펼칠 수준이지만, 인텔은 아직 10나노미터 공정에 기술력이 머물러 있어 단기간에 사업적으로 겹치는 부분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이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 투자를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 배경이 최근 불거진 반도체 시장의 수급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크고,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정부와 협상 중인 시설 투자에 따른 세재 혜택 논의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촉진을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책(CHIPS for America ACT)을 논의 중이었고, 최근 법안이 통과함에 따라 인텔도 투자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며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반도체 시장 상황이 심각한 만큼 삼성전자도 2분기 내 미국 오스틴에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투자 규모는 과거 삼성전자가 매년 6조원 정도를 비메모리 분야에 투자했으나 올해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10조원 가량을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이 5나노미터 첨단공정에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TSMC와 삼성전자의 양강 체제를 단기간 내 흔들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은 순수하게 반도체 수탁생산을 통해 수익을 확대하는 비즈니스가 아닌 자체적인 생산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게 이유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텔의 이번 발표는 기술 전문가인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새로 부임하면서 자체적으로 미세공정 문제를 해결하고, 칩셋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인텔로부터 파운드리 수주를 기대했던 TSMC와 삼성전자에는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연구위원은 그러나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자체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파운드리로서의 역할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이 TSMC와 삼성전자 양강 체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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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인텔이 극자외선(EUV) 장비를 통해 5나노미터 이하 첨단공정 생산량을 늘리려면 40~50대의 EUV 장비를 한꺼번에 구입해야하지만, 이는 현재 ASML EUV 장비 생산량의 한계상 한꺼번에 구매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18%의 점유율로 시장 2위를 기록했다. 시장 1위 TSMC의 점유율은 56%다. 양사 생산능력은 TSMC가 12인치 기준 월 100만개, 삼성전자가 40만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