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활용해 미국와 유럽 등에서 고성능·고부가 칩셋의 수탁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4일 온라인으로 열린 '인텔 언리쉬 : 미래를 설계하다' 행사에서 파운드리 사업 진출 등을 담은 사업 전략인 'IDM 2.0'을 발표했다.
팻 겔싱어 CEO는 "인텔은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반도체·플랫폼, 패키징 및 제조 과정을 갖춘 유일한 기업"이라며 "IDM 2.0은 인텔만이 제공할 수 있는 전략이고, 인텔은 IDM 2.0을 통해 경쟁하고 있는 모든 분야에서 최상의 방법을 통한 최고 제품을 설계하고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종합 반도체 업체) 2.0 전략은 자체적으로 필요한 칩셋은 대부분 내부에서 생산하되 폭증하는 파운드리 수요에 부응해 외부고객을 위한 파운드리 서비스도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EUV 공정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팻 겔싱어 CEO는 "인텔은 7나노미터 기반 공정을 재설계하고 단순화해 EUV 사용을 100% 이상 늘렸다"며 "7나노미터 공정을 사용한 차세대 CPU(코드네임 : 메테로 레이크)는 2023년 양산을 목표로 올해 2분기 안에 7나노미터 기반 컴퓨트 타일이 테이프-인 과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인텔은 세계를 위한 지속적이고 안전하게 반도체를 공급하면서 폭발하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기업"이라며 "인텔은 2025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이 최소 1000억달러(약 11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리조나주에 설립하는 인텔 최초 대규모 파운드리는 현재 증가하는 제품 수요와 고객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파운드리 고객을 위한 위탁 생산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텔은 올해 IDM 2.0 전략 추진을 위해 200억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두 개의 신규 팹을 건설할 예정이다. 또 유럽에서도 파운드리 시설을 활용한 반도체 수탁생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별도 사업부인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를 신설했다. 나아가 IBM과 협력해 차세대 로직 및 패키지 기술을 개발하고 파운드리 관련 기술 생태계와 협력 파트너십을 지속해서 확대하기로 했다.
팻 겔싱어 CEO는 "랜디르 타쿠르 박사가 이끄는 IFS는 인텔의 최첨단 프로세스 기술과 패키징, 미국·유럽 파운드리 제조 역량, x86코어, ARM 및 RISC-V 에코시스템 IP 등 세계 최고 수준의 IP 포트폴리오를 결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인텔은 또 TSMC와의 협력을 통해 클라이언트 및 데이터센터 고객을 위한 혁신적인 CPU 제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인텔의 업계 최고 패키징 기술에 대한 모듈식 접근 방식과 결합된 새로운 IDM 2.0 모델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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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 선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새로운 파운드리 기업이 등장했다는 측면에서 파운드리 사업에 공을 들여온 삼성전자에는 부정적이지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업체에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 선언은 여러 장비업체에 좋은 소식이지만, 외주 물량 확대를 기대해온 삼성전자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아쉬운 뉴스"라며 "인텔이 12인치 라인 2곳에 22조원을 투자해 EUV 공정을 도입할 경우, 5나노미터 공정 생산규모는 대략 125K로 추정된다. 이는 TSMC의 5나노미터 생산규모 240K와 비교해 충분히 경쟁력은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