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이동통신 상용화 이후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중소 알뜰폰 회사들이 도약할 기회를 갖게 됐다. 이통사 5G 요금제의 도매제공 확대, 대가 인하와 함께 종량형 도매대가 인하로 독자적인 요금 설계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통사의 LTE 보편요금제 출시와 데이터 요금인하, 이통사처럼 비싼 5G 단말에 공시지원금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최근에는 알뜰폰과 영업형태가 동일한 온라인 요금제까지 출시하면서 요금경쟁력을 잃어갔다.
지난 2019년 4월 이후 5G 가입자 유치 중심으로 바뀐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알뜰폰 업계는 3만~5만원대 5G 요금을 내놓으며 대응하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을 알뜰폰으로 유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가운데 월 1만원 이하 5G 요금제부터 기존 알뜰폰 가입자가 지불하는 평균 월정액 수준의 5G 요금 상품을 갖출 수 있게 되면서 알뜰폰도 5G 가입자 확보가 좀 더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알뜰폰 가입자 1천만 고지를 넘어서는데 5G 새 요금제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으로 927만명 가량의 알뜰폰 가입자 가운데 5G 가입자는 7천36명에 불과하다.
6천155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이동통신 3사가 같은 기간 1천365만명의 5G 가입자를 거느린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이통 3사가 5G 가입자 비중을 약 22%까지 늘리는 동안 알뜰폰의 5G 가입자 비중은 0.0008% 수준에 머물렀다. 알뜰폰 업계는 사실상 지난 2년 동안 5G 가입자 유치 시장에서 배제된 셈이다.
■ 알뜰폰 가입자 역성장까지 불러온 5G
서비스 개시 11년차를 맞이한 알뜰폰은 꾸준히 가입자를 늘려왔다. 우체국 수탁판매가 시작된 이후 국민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급격한 가입자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전체 이통 시장에서 12%의 점유율까지 오르며 이통 3사 중심의 과점을 해소할 것이란 기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5G 통신이 상용화되면서 알뜰폰은 퇴출 위기에 몰렸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5G 통신이 상용화된 2019년 4월 가입자 810만명의 최고점에 도달한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 MVNO 서비스가 활성화된 나라의 지표로 보던 점유율 10%도 무너질 위기에 몰렸다.
2년 동안 1천300만명의 신규 가입자가 5G 통신을 택하고 있는 동안 알뜰폰은 1만명의 가입자도 확보하지 못했다.
5G 통신 초기에 알뜰폰 회사들이 내놓은 요금제는 “알뜰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월 데이터 8~9GB 요금제는 3만원 후반대, 200GB 데이터 요금제는 6만원대에 형성되면서 조금이라도 통신 서비스 요금을 낮추려는 소비자를 끌어들이지 못했다.
알뜰폰 후불 요금제 이용자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월 1만~2만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소비자와 동떨어진 요금 구성이었다. 네트워크 구축 초기에 이통사가 도매대가를 대폭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25%의 선택약정할인이 더해진 이통사 5G 요금제가 멤버십 등 각종 부가 서비스를 더하면 더욱 저렴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알뜰폰 이용자들이 고를 만한 단말기가 부족했던 점도 가입자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5G 스마트폰이 플래그십 위주로 출시되면서 100만원 안팎의 단말기만 구매할 수 있었고, 5G 중고폰이나 리퍼 단말 시장도 갖춰지지 않았다. 5G는 결국 알뜰폰의 계륵이 된 상황이 이어졌다.
■ 알뜰폰 독자적 요금제, 단말 조합되면 경쟁력 충분
5G로 부침을 겪은 알뜰폰에 처음으로 독자적인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게 되면서 가입자 유치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알뜰폰의 독자 설계 5G 요금제를 보면 월 5천원, 1만원대 요금도 갖춰 이통사가 제공하지 않는 구간의 요금도 갖추게 됐다.
세종텔레콤이 5월에 내놓을 예정인 월 4천950원, 월 9천900원 5G 요금제는 각각 1.5GB와 3.5G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데이터 이용량은 소량이지만 기존 알뜰폰 가입자처럼 이용량이 적은 경우 적합한 요금 구성이다. 또 국민은행이 선보일 예정인 월 5GB에 최대 할인 시 1만6천500원 요금제도 눈길을 끈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이통사들이 온라인 전용 무약정 5G 요금제를 3만원대에 선보이면서 알뜰폰 5G 요금제가 경쟁력을 더욱 잃게 됐는데, 이보다 저렴한 요금 구성이 가능한 종량 대가 인하로 데이터 이용량이 적은 가입자 층을 노릴 수 있는 요금제를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월 9GB 이상의 중량요금제 도매대가 인하를 통해 알뜰폰 5G 요금제의 선택 폭을 넓혔다는 평가다. 이통 3사가 월 5만5천원에 제공하는 5G 요금제를 알뜰폰에서 3만3천원대에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월 10GB 안팎의 데이터와 데이터 소진 시 1Mbps로 추가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구간으로 실질적인 5G 가입자 선택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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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제와 함께 중저가 5G 스마트폰 출시가 이어지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A42는 44만9천원의 출고가로 이전까지 100만원 안팎의 5G 단말보다 알뜰폰 이용자에 적합하다는 평이다. 샤오미와 같은 외산 스마트폰도 유사 가격대에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5G 알뜰폰의 흥행 요소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자급제 모델로 알뜰폰 이용자에 인기가 높은 아이폰이 5G 모뎀을 갖추면서 중고 시장과 리퍼 시장이 마련됐다”며 “국내 제조사의 중저가 5G 스마트폰 출시가 이어져 상품 구성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