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요 보험사가 후임 CEO 인선을 앞두면서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 최장수 CEO인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이 재임 중 양호한 성과를 바탕으로 '5연임'이란 새 기록을 남길지 주목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조만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가동해 차기 CEO 인선 논의에 착수한다. 이는 김정남 부회장의 임기가 3월 중 만료되는 데 따른 조치다. 다음달 정기 주총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표결에 붙여야 하는 만큼 이르면 이달말엔 최종 후보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험업계의 관심사는 김정남 부회장이 연임에 성공할지 여부다. 그가 2010년 DB손해보험 대표로 취임해, 이번에도 임추위의 지지를 얻으면 다섯 번째 임기를 이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업계에서 10년 이상 최고경영자로서 자리를 지킨 사례는 무척 드물다. 김정남 부회장과 함께 업계 최장수 CEO로 꼽히던 홍봉성 전 라이나생명 대표는 지난해말 10년의 임기를 마무리짓고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952년생인 김정남 부회장은 북평고등학교와 동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부터 40년 이상 DB그룹에 몸담은 정통 ‘DB맨’이다. 동부고속에 입사하며 그룹과 연을 맺은 그는 1984년 DB손해보험의 전신인 동부화재로 자리를 옮겼고 경영지원실장과 신사업부문장, 개인사업부문 총괄부사장 등 영업과 보상·신사업·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거쳐 2010년부터 대표이사를 역임해왔다.
현재 업계 내에선 김정남 부회장의 연임을 점치는 시선이 우세하다. 재임 중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어온 바 있어서다.
실제 김정남 부회장 취임 당시 530만명 수준이던 DB손해보험의 가입자는 2020년 1천만명으로 1.9배 늘었고, 매출은 6조원에서 13조7천억원으로 2.3배, 총자산은 10조원에서 43조7천억원으로 4.3배 각각 증가했다.
또 DB손해보험은 코로나19로 대면영업이 제한된 지난해에도 연결기준으로 전년 대비 47.5% 늘어난 5천6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외부활동 감소에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 비중)이 개선되면서 보험영업이익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김정남 부회장은 디지털 혁신 노력에도 신경을 기울여왔다. 인공지능(AI) 기반 상담 서비스 '프로미 챗봇'과 생체인증을 활용한 보험가입, 스마트폰 보상 콜 시스템 등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2016년엔 SK텔레콤과 손잡고 업계 최초로 운전습관에 따라 혜택을 제공하는 'UBI(운전습관연계보험) 특약'을 내놓기도 했다.
김정남 부회장은 올해도 혁신 노력을 이어간다. '디지털혁신팀'을 중심으로 회사 내 데이터 분석 역량 강화에 주력하는 한편, '모바일 통지 서비스'와 금융인증서 인증 등을 도입함으로써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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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업계에선 김정남 부회장이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덧붙여 그가 지난해 DB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을 놓고 그룹의 변함없는 신뢰를 재확인한 것이란 진단도 흘러나온다. 물론 내년 만 70세가 되는 만큼 본인의 연임 의사가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CEO 인선과 관련해선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다"면서도 "주총 일정을 감안해 서둘러 결론을 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