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에릭슨 간의 특허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미국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이 중국 법원 판결에 개입하는 명령을 내렸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29일(이하 현지시간) 이 같은 사실을 전해주면서 “특허권자 친화적인 판사가 중남미 지역에서나 할 법한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삼성과 에릭슨은 표준특허권의 FRAND 의무를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소송은 에릭슨이 지난 14일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에 삼성을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이 소송에서 에릭슨은 삼성이 표준특허 계약의 FRAND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FRAND란 표준특허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의무이다.
에릭슨, 중국 법원 판결 미국으로 들고와 금지명령 받아내
그런데 삼성은 그보다 일주일 앞서 중국 우한 중급인민법원에 에릭슨을 제소했다. 우한법원은 지난 25일 삼성 승소 판결을 했다.
이 판결에서 우한법원은 에릭슨 측에 4G와 5G 필수표준특허에 대해 금지명령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우한 이외 다른 지역에서 FRAND 관련 판결도 신청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판결은 소송금지 부분이다. 우한 인민법원은 에릭슨이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을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 우한 법원의 판결을 무력화하기 위해 ‘소송금지에 대한 금지 명령’을 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에릭슨은 중국 우한법원의 이 판결을 미국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으로 들고 왔다. 중국 우한 중급인민법원 판결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 것.
이 요청에 대해 텍사스동부지역법원의 로드니 길스트랩 판사는 에릭슨의 손을 들어줬다.
길스트랩 판사는 28일 텍사스 법원에서 진행되는 소송의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중국 우한법원 판결에 대해선 임시 집행 정지 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또 해당 판결로 인해 에릭슨이 입은 손해에 대해선 삼성이 배상해주라고 명령했다.
또 이 같은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나흘 뒤인 2021년 1월1일까지 법원에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삼성이 의견을 제출할 경우 에릭슨은 나흘 뒤인 1월 5일까지 반대 의견을 내도록 했다.
포스페이턴츠 "특허 친화적인 판사가 이상한 결정 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포스페이턴츠는 “특허권자 친화적인 길스트랩 판사가 중남미 지역에서나 있을 법한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고 있는 플로리언 뮐러는 크게 세 가지 근거를 들어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의 결정을 문제 삼았다.
첫째. 다른 지역 법원의 결정에 직접 개입했다. 만약 길스트랩 판사는 외국의 어느 법원이 자신의 결정과 정면 배치되는 명령을 내릴 경우에 기분이 좋겠는가.
둘째. 임시 집행 명령은 현상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길스트랩 판사 결정은 이 부분을 넘어섰다. 삼성에 에릭슨의 피해를 보상하고, 24시간 내에 우한법원으로부터 받은 각종 결정문 사본을 에릭슨에 보내라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뮐러는 비판했다.
셋째. 예비명령과 관련한 일정도 다소 편파적이다. 삼성과 에릭슨 두 업체에 모두 나흘간의 말미를 주긴 했지만 시점이 묘하다는 것이 포스페이턴츠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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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1월 1일 오후 5시까지 관련 문건을 제출하기 위해선 연말 휴무 기간을 이용해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에릭슨에 비해선 불리한 일정이다.
포스페이턴츠는 이런 여러 근거를 들어 삼성이 제5 순회법원에 항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