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유임...보험업법 등 현안 산적

신사업 제동 실타래 풀고, '삼성생명법' 대응책 마련 시급

금융입력 :2020/12/07 17:14    수정: 2020/12/07 17:15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가 금융감독원과의 '암 보험금' 갈등에 따른 부담 속에도 자리를 지키며 그룹의 변함없는 신뢰를 재확인했다. 남은 임기와 그간의 성과를 고려했을 때 예견된 수순이나, 삼성생명 안팎에 현안이 산적해 있어 그의 마음이 가볍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날 부사장 1명과 전무 3명 등 총 15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하며 전영묵 대표의 유임도 확정지었다.

삼성생명과 함께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 삼성 금융계열사가 일제히 임원 인사를 진행했지만, CEO의 유임을 공식화한 곳은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사진=뉴스1)

이에 연초 선임된 전영묵 대표는 오는 2022년까지 예정된 임기를 차질 없이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전 대표는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이래 재무심사팀장(상무)과 자산운용본부장(전무) 등을 맡아봤으며,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부사장)과 삼성자산운용 대표(부사장)을 거쳐 지난 1월부터 삼성생명을 이끌고 있다.

사실 전영묵 대표의 유임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비록 삼성생명이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암 보험금 미지급' 건으로 중징계를 받기는 했지만, 그 외의 측면에선 양호한 성과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생명은 올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누적 9천76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1분기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순이익이 반토막나긴 했으나 증권시장 회복에 힘입어 2분기부터 상승 흐름에 올라탔다.

동시에 삼성생명은 디지털 혁신을 위해서도 다각도로 신경을 기울이는 중이다. 지난달엔 로보어드바이저 파운트와 협업해 인공지능(AI) 펀드추천 서비스를 선보이는 한편, 보험 계약을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디지털 청약 프로세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을 감안해 삼성그룹도 전영묵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 측이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 지분 8.51%를 들고 있는 삼성생명이 이 과정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CEO를 유임시키는 등 변화를 최소화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삼성생명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배당성향을 작년(37%)보다 높이겠다고 선언했는데, 그룹 오너가(家)의 상속 재원 마련을 도우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다만 풀어야 할 현안이 쌓여있다는 점은 과제다. 가장 먼저 전영묵 대표로서는 금감원 중징계로 제동이 걸린 신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기관경고를 받음으로써 자회사 인수가 어려워지고 1년간 신사업 진출도 금지되는 탓이다. 이미 금융위원회는 금감원 징계를 이유로 삼성생명 자회사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심사를 보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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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영묵 대표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보험사의 계열사 채권·주식 보유 한도를 공정가액(시가)으로 계산하도록 하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상당량을 처분해야 해 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주요 현안을 고려해 현 금융계열사 CEO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라면서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임기 만료를 앞둔 다른 금융계열사 CEO 역시 자리를 지킬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