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암 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장기간 소비자와 갈등을 빚어온 삼성생명에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부과했다.
3일 금감원은 이날 오후 제30차 제재심의위원회(제제심)를 열어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조치안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제재심의위는 삼성생명에 대해 기관경고(대주주 거래제한,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 위반)와 함께 과징금·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관련 임직원에 대해선 감봉 3개월과 견책 등으로 심의했다.
금감원 측은 "제재심의위원회는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로서 심의결과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추후 조치대상별로 금감원장 결재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제재내용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안건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업계에선 암 보험금 미지급과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건 등을 놓고 금감원과 삼성생명 측이 공방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암 입원비 미지급 건은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암 보험금 청구 소송과 관련된 내용이다.
금감원은 지난 2018년 ▲말기암 환자가 입원한 경우 ▲항암치료 중 입원한 경우 ▲악성종양 절제 후 입원한 경우 등 세 가지 유형에 대해선 보험사가 입원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입원이 직접적 치료와 거리가 있다는 논리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게 금감원 측 진단이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서도 삼성생명은 금감원이 지급을 권고한 551건 중 39.4%인 217건 만을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63건(47.7%)은 일부만 수용했고, 71건(12.9%)은 지급을 거절했다.
특히 삼성생명은 지난 9월 관련 소송에서 승소한 전력이 있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은 암 보험금 분쟁의 경우 사례가 각기 다른 만큼 법원의 판결과 금감원 징계가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또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건은 삼성생명이 그룹 계열사인 삼성SDS로부터 계약상 배상금을 받지 않은 것과 관련된 사안이다. 삼성생명이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배상금을 받는 조건으로 삼성SDS에 전산 시스템 구축을 맡겼으나, 기한을 넘겼음에도 배상금을 받지 않은 사실이 종합검사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를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사례로 판단했다. 보험업법에서 보험사가 대주주에게 부동산 등 유·무형 자산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정상가격을 벗어난 가격으로 매매·교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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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과에 따라 삼성생명의 신사업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대주주 적격성에 결격사유가 발생해 자회사 인수가 어려워지고 1년간 신사업 진출도 금지되는 탓이다.
이미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징계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삼성카드가 신청한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심사를 보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