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 회의장에서 종이가 사라질 수 있을까?
피감기관의 업무현황 보고서가 상임위원 자리마다 산처럼 놓여있다. 중앙부처 외 산하기관의 보고서을 모아두면 백과사전 수십 권에 달하는 종이가 회의장에 쌓인다.
의원실마다 자료제출을 요구한 종이꾸러미도 수백 장이 오간다. 질문지와 자료제출 답변이 뒤엉켜 있고, 보좌진들은 매시간 서류를 정리하기 바쁘다. 감사 회의장 밖 피감기관은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를 출력할 프린터까지 설치해두고 추가적인 보고 서류가 온종일 만들어진다.
1년에 단 한차례지만 매년 약 3주 동안 진행되는 국정감사 기간 18개 상임위원회에서 똑같이 연출되는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이같은 관행을 탈피하겠다고 선언해 이목을 끈다. ‘종이 없는 국정감사를 선도하자’는 구호까지 내세웠다.
8일 오후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 대상 국정감사 주 질의가 끝난 뒤, 여야 의원 간에 뜻을 모은 ‘종이 없는 국감’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욱 위원장은 “코로나19가 기후변화에 따른 바이러스 숙주 서식지 파괴로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면서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코로나19는 영원히 막을 수 없다는 말도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ICT 분야를 다루고 있는 과방위가 새로운 ICT 문화를 선도해보자는 뜻도 담겨 있다”면서 “여야 의원들이 다음주 월요일부터 종이 없는 국감을 해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기관 보고서부터 없애보자는 것이다. 7분, 추가질의 시 5분의 시간을 갖는 의원들이 그 많은 분량의 보고서나 자료를 모두 보지도 않는다는 점을 주목했다. 감사 회의장 의원 앞마다 설치된 PC가 있으니 문서파일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모든 종이를 당장 없앨 수는 없지만, 가능한 부분부터 시도해 보자는 것이 과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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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욱 위원장은 “의원님들이 질의를 위해 준비해 온 개별 질문지까지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며 “기관이 만들어오는 업무보고서를 일차적으로 없애고, 경험들이 쌓이면 질문지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과 ICT, 미디어, 원자력 안전 분야를 다루는 과방위는 오는 12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하기관 감사부터 종이없는 국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