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부터 약 3주 동안 2020년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이번 국감은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의 확산가 이를 계기로 디지털 경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ICT 관련 쟁점이 어느 해보다 많다.
그중에서도 구글의 모바일 앱 결제수단 강제에 따른 이슈를 비롯해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의 불공정 행위, 5G 통신 품질과 인프라 투자 확대, OTT 정책 방향,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포털 뉴스 편집 등이 핵심쟁점으로 꼽힌다.
■ 구글 인앱결제 강제, 법 개정 움직임 본격화
이번 국감에서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가 ICT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구글이 예고만 했던 해당 정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논란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구글의 정책에 업계는 물론 국회와 정부가 매우 큰 관심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모바일 앱마켓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이 매우 높고, 앱마켓 외에도 글로벌 ICT 공룡 기업의 시장 지배력 전이 행위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앱결제 강제는 한 기업이 시장 생태계를 통째로 흔들고 있다는 게 여러 의원들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단순히 정부의 정책 대응에 대한 질의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법 제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 소관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실태점검에 착수했다. 국회는 그럼에도 앱마켓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이용자 피해에 대해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정감사가 열리기 하루 전까지 관련 법 개정안만 여러 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과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을 시작으로 여당에서 조승래 의원, 한준호 의원, 양정숙 의원, 야당에서 허은아 의원이 추가로 법안을 내놨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이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한 사안이다. 국정감사 이후 본격적인 법안 병합심의와 공청 과정이 예상된다.
국회가 내비치는 관심을 고려할 때 앱마켓과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적정 규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그치지 않고 문제점이 개선될 때까지 추가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글로벌 CP 불공정 개선 논의 지속
글로벌 CP 문제는 국회의 ICT 분야에서 단골로 다뤄지는 내용이다. 국내 CP 사업자와 글로벌 CP 사업자의 규제 불균형 문제를 개선하자는 논의에서 비롯됐다.
초기에는 글로벌 ICT 기업의 조세 문제가 불거졌고, 이후에는 새로운 서비스로 신규 시장에 진출할 때 규제 역차별이 주로 논의됐다. 하지만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 이용량이 급증하면서 트래픽 과부하와 네트워크 이용대가에 대한 논의로 번졌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임의변경 사안과 같이 국내 이용자에 피해를 끼치고도 행정소송을 통해 국내 법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국회에서 이같은 논의는 더욱 지속됐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네트워크 이용대가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이를 통해 통신사와 CP 간 이용대가에 대한 이견을 조정하라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올해 넷플릭스가 다시 국내에서 네트워크 이용대가에 대한 분쟁을 정부 조정 절차에서 법적 소송으로 전환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민사소송의 변론이 국감이 끝난 직후인 10월 말부터 시작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넷플릭스는 이같은 점에 대해 국감 출석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 사유를 표시하면서 오히려 국회 회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아울러 CP의 콘텐츠 서비스 안정 책임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지난 5월 통과된 뒤 시행령과 같은 하위 법령이 현재 입법예고 기간에 있기 때문에 관련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행령에서는 주요 글로벌 CP와 함께 국내 CP 일부도 자료 제출 대상 사업자에 포함됐는데, 국내 업계의 반발이 그치지 않고 있다.
■ 1년 지난 5G 통신, 6년 지난 단통법
5G 통신과 단말기 유통법도 올해 국감에서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국민 대다수와 밀접한 이슈로 소비자의 관심도 높은 분야다.
우선 5G 통신은 서비스 품질에 대한 논란에 국회의 질책이 예상된다. 서비스 상용화 초기 시장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소비자 품질 만족도를 빠르게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질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5G 전국망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주파수 할당 조건에 따라 2022년까지 갖춰질 예정이다. 때문에 국회에서는 투자 진행 상황에 대한 중간 점검과 투자 확대를 위한 세액공제 논의가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아울러 주파수 재할당 대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재할당 대가 산정에 따라 주파수 이용료 수조원이 움직이는 만큼, 이를 통해 5G 투자가 늦춰지거나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점을 지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말기 유통법 개정 논의도 이번 국감에서 재차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법 시행 6년이 지난 가운데 법이 일부 실효성이 있더라도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는 시각이 국회 내에 쌓여있다. 국회 일각에서는 법안 폐지와 함께 완전자급제 도입 또는 새로운 제도 추진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대표,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컨슈머사업총괄 사장이 방통위 국감 출석 증인으로 채택됐다.
■ OTT 정책 대응, 더 못 미룬다
OTT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국회에서 높은 편이다.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의 확산과 신산업에 대한 기대 외에도 기존 방송서비스를 일부 대체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본격적인 기반 정책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전 국감에서 OTT를 통한 5.18 가짜뉴스 확산, 국내 기업 육성정책에서 머무른 것과 달리 본격적인 OTT 대응 정책 방향에 대한 질의가 나올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유럽연합(EU)의 법제도와 같이 OTT 서비스를 전통적인 방송과 구분해 새로운 미디어로 포섭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이견만 남기고 논의를 끝내지 못했다.
국회 내에서 OTT 정책에 대한 논의는 최소한의 신산업 규제와 국내 기업 육성이라는데 합의가 모여 있다.
글로벌 공룡 기업이 국내 시장을 모두 잠식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단순히 특정 산업의 주도권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여론 형성 기능이라는 미디어 다양성 정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OTT 외에 전통 방송미디어에 대한 질의도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고성 산불로 재난방송 논의가 집중됐지만, 올해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이나 광고 규제와 지역방송에 대한 논의가 예상된다.
이밖에 야당에서 공영방송의 보도 편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또 종합편성채널 재승인에 대한 논의도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 포털 뉴스 편집, 피할 수 없는 정쟁
포털 사이트에 대한 뉴스 편집 문제도 국감에서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여야 격론 끝에 포털의 국감 출석 증인에서 우선 빠져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종합감사 일정이라도 포털 증인 출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포털 증인 출석 합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당에서는 21대 국회 첫 국감인 점을 고려해 정치적인 쟁점보다 정책 현안 중심의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 완고하다.
그럼에도 야당에서는 포털 뉴스 공정성 의혹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색 결과가 다른 점이나 여당 의원의 포털 뉴스 편집에 대한 불만 표시를 두고 반드시 따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쟁을 떼놓더라도 포털 뉴스 편집에 관해서 언론노조와 같은 시민사회에서 포털의 뉴스서비스 사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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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과방위 외에 정무위원회에서도 최근 ICT 업계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정무위에서는 구글코리아 임원을 증인으로 내세워 유튜브 뒷광고에 대한 질의가 예정돼 있다.
아울러 방통위의 개인정보윤리와 침해조사 기능이 이관되면서 총리실 산하의 중앙부처로 출범된 개인정보보보호위원회의 첫 감사가 정무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