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기차 시장 선두를 노리는 업체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내년 전기차 시장 키워드는 바로 ‘500km’다. 500km 주행거리에 맞춘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형태를 다양화하는 것이 완성차 업체가 가진 미션이다.
500km 시대를 맞추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핵심은 바로 최신형 전기차 플랫폼 ‘E-GMP’다. 이 플랫폼이 내년부터 상용화될 예정이기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이 시기에 맞춰 새로운 차원의 전기차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을 벌써 세웠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전기차 브랜드와 기아차의 전기차 브랜드 사업 체제 전환 계획 등이 현대차그룹의 2021년 전기차 시대 선언을 잘 반영해준다.
아이오닉 브랜드 만든 현대차, 전기차 생산 거점 미리 정한 기아차
현대차는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크기를 기존 8인치에서 10.25인치로 키우고 편의사양을 키운 코나 일렉트릭을 내놨지만, 판매 상승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기아차도 한 때 부분변경 니로 EV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기존 차량 판매를 그대로 유지했다. 니로 EV보다 더 늦게 출시한 쏘울 부스터 EV는 이렇다할 성장을 거두지 못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중 가장 적극적으로 전기차 출시 계획을 전한 브랜드는 기아차다.
현대차는 지난달 10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2024년까지 총 3종의 아이오닉 브랜드 산하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내년에 준중형 CUV 아이오닉 5를 내세우고, 2022년에는 프로페시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한 세단 아이오닉 6가 출시되며, 2024년에는 아이오닉 7 대형 SUV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반면 기아차는 이달 1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현대차보다 더 구체적인 전기차 출시 계획을 내놨다. 2027년까지 신형 전기차 7종을 출시하는 등 전기차 사업 체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표현도 넣었다. 또 벌써부터 내년 출시할 CUV형 전기차 ‘CV(프로젝트명)’의 생산 거점을 화성 3공장으로 결정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내놓을 전기차도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소형 CUV 형태의 JW, G80 전기차 등이 여전히 소비자들의 기대를 일으키고 있다. 이 역시도 500km 전기차 시대를 이끌 수 있는 핵심 차종이 될 전망이다.
■ 친환경차 없던 쌍용차, 전기차로 전성시대 열까
2021년은 무엇보다 쌍용자동차에게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어떠한 친환경차를 자체적으로 생산한 적이 없었던 만큼, 내년 출시할 전기차에 아주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의 쌍용차 지분 투자가 성공리에 마무리된다면, 전기차 사업 자체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쌍용차가 내년 출시할 전기차는 E100(코드명)이다.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위해 쌍용차 최초로 알루미늄 후드를 적용시키고 라디에이터 그릴도 밀폐형으로 디자인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 7월 공개된 티저이미지에는 여전히 티볼리와 코란도 이미지 일부가 반영돼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나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쌍용차는 새롭게 출시할 E100에 60kWh 이상급의 배터리를 탑재시키고 변속 시스템도 시프트-바이-와이어(SBW) 방식을 채택한다. 변속 방식은 버튼 또는 다이얼 중 하나가 채택될 전망이다. 배터리는 현재 LG화학 것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는 E100의 주행 가능거리를 400km대로 인증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출시 때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500km 주행거리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까지 르노삼성차와 한국GM이 내년에 출시할 전기차 모델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GM이 내년에 내놓을 전기차는 2022년형 쉐보레 볼트 EV 또는 볼트 EUV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볼트 EUV는 SUV 형태로 제작된다. 기존 볼트 EV에서 지적됐던 트렁크 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풀어줄 차량으로 기대를 모은다.
볼트 EUV의 경우 쉐보레 브랜드에서 처음으로 슈퍼 크루즈 주행보조 시스템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크루즈는 캐딜락 브랜드가 우선적으로 탑재한 주행보조 사양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캐딜락 모델에는 슈퍼크루즈 주행보조가 탑재되지 않았다.
현재 볼트 EV는 국내 시장에서 주행거리 414km를 인증받았다. 국내 완성차 업체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긴 주행거리를 갖춘 셈이다. 하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추가적인 주행보조 사양이 탑재되지 않아 국내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2022년형 볼트 EV 모델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탑재 유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르노 조에, 트위지 등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르노삼성차는 현재까지 내년 판매할 신형 순수 전기차를 소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달 글로벌 공개될 새로운 전기 SUV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 SUV는 BCB로 알려졌는데 자체 CMF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해, 600km대 주행거리를 실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해외 시장서 관심받는 전기 픽업트럭
해외 완성차 업계는 순수 전기 픽업트럭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GM은 올해 1월 ‘조용한 혁명이 찾아온다(A Quiet Revolution is Coming)”는 문구를 새긴 GMC 허머(Hummer) 순수 전기 픽업트럭 랜더링 이미지를 공개했다.
GM은 허머 전기 픽업트럭의 최대 출력을 1000마력(HP)으로 소개했으며, 시속 0에서 60마일(약 96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3초라고 설명했다.
허머 전기 픽업트럭은 GM의 디트로이트 햄트랙 조립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정식 판매 예정 시기는 내년 가을이다.
GM은 전기 픽업트럭이 허머의 부활을 알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당 모델의 배터리는 LG화학이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최근 배터리 사업을 분할시킨 LG화학의 미래 가능성을 판가름 짓게 하는 중요 모델이 될 수 있다.
허머 전기 픽업트럭을 대적할 모델은 바로 포드가 내세운 F-150 전기 픽업트럭이다. 출시 예정 시기는 2022년이지만, 내년 포드의 전기차 사업 전략 활성화를 이끌게 해 줄 모델이 될 전망이다.
포드는 17일(미국시각) 미시간주 디어본에 F-150 순수 전기 픽업트럭을 생산해 일자리 300개 이상을 창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를 위해 7억달러(약 8천211억원)을 투자하고 ‘포드 로그 전기차 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 배터리의 진화도 기대...테슬라, 22일 배터리 데이 열어
전기차 시대 활성화가 예고됨에 따라 배터리 업체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테슬라는 22일 배터리 데이를 연다. 기존 원통형 배터리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가 나타나거나, 향후 출시될 전기차들의 특징 등이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배터리 사업 파트너인 파나소닉의 사업 전략도 구체화될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 중 테슬라만큼 주목을 받는 곳은 LG화학이다.
LG화학은 내년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여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미국에 가서 메리 바라 GM 회장과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체결했다.
합작법인은 50:50 지분으로 양사가 각각 1조원을 출자하며, 단계적으로 총 2조 7천억원을 투자해 3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 합작법인 공장은 GM 전기차에만 적용되는 배터리 셀만 생산된다.
LG화학은 이어 내년 전기차 시대를 위해 배터리사업을 분사하는 초대형 계획을 최근에 전했다. 분사된 회사의 사명은 ‘LG에너지솔루션’이며 오는 12월 설립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소재·셀·팩 제조와 판매 뿐만 아니라 배터리 케어·리스·충전·재사용 등 관련 사업 전반에 걸친 E-플랫폼(Platform)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한다. 내년부터 전기차 시대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폐차되는 전기차까지 신경써 배터리 사업 체계를 다양화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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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도 내년 전기차 시대 대비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K이노베이션 배터리는 내년 출시될 아이오닉 5와 제네시스 전기차에 탑재된다. 그동안 국내 완성차 업체와 사업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던 삼성SDI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만남 이후 새로운 사업 기회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