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구름빵'과 인앱결제 공방, 그리고 BTS

플랫폼과 콘텐츠의 상생을 생각하며

데스크 칼럼입력 :2020/09/16 08:44    수정: 2020/10/05 13:3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사건1] 구름빵 논쟁

‘구름빵’ 저작권 논란이 뜨겁다. 창작 그림책인 ‘구름빵’은 2004년 출간된 이후 단행본만 40만부 이상 팔렸다. 인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다양한 2차 상품도 제작됐다.

지난 4월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ALMA)을 수상했다.

한국 창작 그림책 중 이만한 성과를 올린 작품을 찾기 힘들다. 그런데 원작자인 백희나 작가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됐다. 백 작가가 출판사로부터 받은 돈은 계약금과 추가 지급분을 합쳐 1천850만원에 불과했다.

[사건2] 앱스토어와 인앱결제 공방

전 세계적으로 앱스토어 논쟁이 뜨겁다. 미국에선 에픽 게임즈가 구글과 애플을 제소하면서 관심이 커졌다. 인앱 결제 우회 방법을 앱스토어에서 홍보하다가 퇴출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러자 에픽은 두 회사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에선 애플보다 구글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 동안 게임에만 적용했던 인앱결제 강제 조치를 다른 디지털 콘텐츠로 확대 적용하려는 시도 때문이다. 인터넷 기업들은 이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공식 발표된 건 아니다. 그런 정황이 포착된 정도다.)

국회도 움직였다. 여야 의원들이 연이어 인앱결제 강제 금지 관련 법안을 내놨다. 올해 정기국회에선 인앱 결제 강제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건1의 진행] 약자 권익 외면했던 초기 계약 

대법원은 ‘구름빵’ 논쟁에서 출판사의 손을 들어줬다. 작가가 초기에 서명한 ‘매절계약’이 하자 없다고 판결했다.

출판 계약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인세 계약과 매절 계약. 매절 계약은 글자 그대로 ‘원고를 파는 방식’이다. 원고지 한 장당 얼마씩 계산해서 대가를 받은 뒤 저작권을 출판사에 넘기게 된다. 백 작가는 이 방식으로 출판사와 계약했다.

인세 계약은 책이 한 권 판매될 때마다 일정 비율의 금액을 받는 방식이다.

두 방식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매절’은 최소한의 수입은 보장된다. 무명 작가에겐 안전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구름빵’처럼 대박이 나면 굉장히 불리해진다. 아무리 많이 팔려도 추가 수익이 없기 때문이다. 대박을 낸 백 작가 입장에선 아쉽지만, 최소한 현행 법상으론 보상 받을 방법이 없다.

‘인세 계약’은 반대다. 한 권도 안 팔리면, 인세 한 푼 못 받는다. 대신 많이 팔리면, 팔린 만큼 수익이 따라 온다. 

백 작가는 '구름빵' 출간 때 매절계약을 했다. 자기가 선택한 것 아니냐, 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 데뷔하는 작가가 출판 계약 때 낼 수 있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사진=씨넷)

[사건2의 진행] 인앱결제 강제와 '앱배포 방식 독점' 

앱스토어 문제도 ‘구름빵’과 비슷하다. 거의 대부분의 업체들은 앱스토어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다. 오히려 30% 수수료라도 내고 입점하는 게 상품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대박을 낼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그 때부턴 30% 수수료가 부당하게 느껴진다. 앱스토어 외엔 다른 배포 방식이나 결제 수단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굉장히 아쉽다.

에픽이 그런 경우다. ‘포트나이트’가 인기 게임이 되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게 됐다. 애플세, 구글세가 만만치 않다. 내가 잘해서 번 돈인데, 가만히 있는 업체에게 갖다 바치려니 억울하다. 그래서 분쟁이 생겼다.

구름빵과 앱스토어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할까? ‘구름빵’ 논쟁에 대해 전문가들은 '포괄적 매절계약'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책 뿐 아니라 2차 저작권 권리까지 몽땅 출판사가 가져간 건 다소 과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상생하는 저작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그래야만 무명작가를 보호할 ‘안전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앱스토어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인앱 결제 강제 조치가 주로 거론되지만 미국 소송에선 앱스토어 배포 방식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씨넷)

에픽은 ‘iOS 앱 배포 시장’과 ‘iOS 인앱 결제 시장’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애플이 이 두 가지 길목을 지키면서 ‘높은 세금’을 물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애플도 항변한다. 앱스토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다는 것. 앱스토어에서 유통되는 앱중 80%는 돈 한 푼 못 번다는 것. 그래서 애플도 앱스토어 수수료로 버는 돈이 얼마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노골적인 반론도 펼친다. 인기를 끌기 전엔 아무 소리 안하고 계약해놓고, 돈 좀 벌고 유명해지니 딴 소리 한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애플은 ‘계약위반’을 이유로 에픽을 제소해버렸다.

[소박한 제안]

두 사건 모두 참 애매하다. ‘구름빵’ 논쟁에선 백 작가의 항변을 들으면 안타깝다. 뭔가 보상이 필요해보인다. 출판사 측 주장도 전혀 터무니 없는 건 아니다. 그래서 ‘상생 시스템’ 얘기가 나온다.

앱스토어는 비슷한 듯 하지만, 조금 다르다. ‘인앱 결제’에만 초점을 맞추면 ‘돈 벌고 난 뒤 딴 소리한다’는 항변이 아주 황당한 건 아니다.

앱스토어 '인앱결제' 강제의 출발점은 '앱 배포 방식 독점'이다. 애플이나 구글은 보안이나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우회 경로를 다 막아버렸다. 철저하게 플랫폼 사업자의 통제 하에 모든 앱을 유통하도록 했다. 인앱결제 강제는 이런 정책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배포 시스템까지 꽉 막아버린 환경에까지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대안이 없는 시장이란 점을 이용한 '불공정 계약’ 소지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인앱결제 문제는 배포시스템과 연결해서 봐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앱스토어 논쟁은 전부 이 두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모처럼 문제를 제기한 국내 관계자들도 이 부분을 감안했으면 좋겠다.

또 한 가지. 설사 두 당사자가 ‘선의로 한 계약’이라 하더라도 그 과실이 한쪽으로만 지나치게 쏠리게 되면 건전한 파트너 관계가 오래 가긴 힘들다. 구글과 애플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런 점을 깊이 따져봤으면 한다.

BTS (사진=뉴스1)

[그리고 남은 이야기] 빅히트와 BTS의 상생 계약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다음달 상장한다. 그런데 빅히트와 BTS의 상생 계약이 화제다. CNBC를 비롯한 외신들까지 관심을 보인다.

방시혁 빅히트 의장은 BTS 멤버 7명에게 주식 47만8천695주를 균등 배분했다고 한다. 방 의장은 주식 균등 배분에 대해 "주요 아티스트와의 장기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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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약은 뜨고 난 뒤 '서운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BTS 멤버들에게 한 식구란 생각을 갖도록 만든 좋은 선례로 꼽힌다. 

물론 BTS 사례를 앱스토어 문제에 그대로 적용할 순 없다. 다만 '플랫폼의 상생 의지'를 통해 예상되는 이해충돌을 해결했다는 점은 깊이 새겨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