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 입증 가능할까

'불편초래·피해 유발'론 부족…경쟁방해 규정 만만찮을듯

홈&모바일입력 :2020/08/25 16:40    수정: 2020/08/25 18:4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에픽 게임즈는 애플에 ‘경쟁방해 기업’이란 낙인을 찍을 수 있을까?

에픽과 애플이 2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임시제한조치 수용 여부를 놓고 첫 번째 공방을 벌였다. 

이날 심리는 인기게임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퇴출한 애플의 조치를 일시 중단해달라는 에픽의 요구로 열리게 됐다. 

물론 임시제한조치를 둘러싼 이날 공방은 본안소송 결과와 직접 연결된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판사의 각종 발언이나 질문을 통해 향후 행보를 짐작해볼 수는 있다.  

(사진=씨넷)

에픽, 반독점 소송 제기후 여론전도 병행  

이번 소송에서 에픽은 손해배상은 청구하지 않았다. 앱스토어 비즈니스 관행을 시정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기 위해선 애플이 앱스토어 비즈니스를 하면서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에픽은 재판 외에 법무부를 비롯한 규제 기관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앱스토어의 플랫폼 횡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고 있는 플로리언 뮐러가 에픽이 법원에서 애플의 독점금지법 위반 판결을 이끌어내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해 관심을 끌었다.

에픽이 소송과 별도로 ‘1984-포트나이트’란 영상물을 통해 애플을 경쟁을 가로막는 빅브라더 같은 존재라고 비판하고 나선 건 이런 점을 염두에 둔 행보다.

두 개의 칼날을 겨누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핵심은 소송이다. 과연 에픽은 소송을 통해 애플에 ‘독점 기업’이란 딱지를 붙일 수 있을까?

24일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열린 심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법원이 ‘포트나이트 차단’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은 에픽의 두 가지 요청에 대해 임시제한명령을 발령할 지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첫째.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삭제한 조치

둘째. ‘언리얼 엔진’을 차단하겠다고 협박한 조치

애플의 1984년 매킨토시 광고를 패러디한 에픽의 홍보 영상.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의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포트나이트 앱을 바로 되살리는 문제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을 차단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는 에픽의 주장에 대해선 공감을 표현했다.

로저스 판사는 포트나이트 앱 차단 이후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해 명성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는 에픽 주장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에픽이 직접 운영하는 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판사가 언리얼 엔진 차단 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이유는 명확하다. 언리얼 엔진이 없을 경우 게임 커뮤니티에 직접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로저스 판사는 이날 “시장을 규정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복잡한 문제다”고 말했다. 에픽이 요구한 임시제한명령 역시 한쪽이 ‘슬럼덩크’를 내리 꽂듯 일방적으로 이기거나 지난 문제가 아니란 설명도 덧붙였다.

"퀄컴-FTC 항소심 재판, 에픽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결국 이번 소송에선 앱스토어 시장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는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독점적 행위라고 쉽게 규정하기 힘들 수도 있단 의미다.

독점 문제를 따질 때 더 큰 쟁점은 ’30% 수수료’다. 에픽을 비롯한 많은 앱스토어 입주기업들이 제기하는 것도 결국 ‘과도한 수수료’이기 때문이다.

에픽도 자사 스토어에서 유통되는 게임에 수수료를 받고 있다. 수수료율은 12%다. 이 문제와 관련해 로저스 판사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10, 15 20%가 아니고 왜 하필 30%냐”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은 앞으로 애플이 답해야 할 숙제다.  

‘포스페이턴츠’란 특허전문 사이트를 운영하는 플로리언 뮐러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한 내용도 참고할만하다.

(사진=씨넷)

뮐러는 에픽이 반독점 판결을 받아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근거 중 하나로 최근 나온 연방거래위원회(FTC)와 퀄컴 간의 반독점 소송 항소심을 예로 들었다.

항소법원은 이 판결에서 필수표준특허를 앞세운 퀄컴의 경쟁자 견제 행위에 대해 ‘반독점적 조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도로 경쟁적인 조치였다는 것이다.

특히 항소법원은 “셔먼법을 비롯한 반독점법은 (시장의) 경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경쟁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FTC와 퀄컴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은 반독점법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단순히 경쟁자를 힘들게 하는 것만으로 독점사업자의 횡포라고 볼 순 없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도로 경쟁적인 행위’로 봐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었다.

에픽과 애플 간의 공방도 비슷하게 해석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주장인 셈이다.

앱스토어의 30% 수수료, 독점행위 근거 될 수 있을까 

플로리언 뮐러는 ‘앱스토어 수수료 30%’ 문제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에픽은 이번 소송에서 30%가 과도하다는 근거로 페이팔 같은 결제 서비스업체들과 비교했다.

하지만 플로리언 뮐러는 이 비교는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다른 게임 유통 시스템과 비교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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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역시 애플, 구글처럼 30%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과연 에픽은 독점적 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해석하는 연방항소법원의 높은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앱스토어 독점’을 둘러싼 이번 재판을 앞두고 있는 에픽이 풀어야 할 숙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