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테슬라 주행보조 시스템 '오토파일럿'의 제작결함 조사를 지시해 논란이 번지고 있다.
운전자 실수는 가리고 오토파일럿 제작결함만 부각시킨 방송사 보도만을 근거로 국토부가 산하기관인 교통안전공단에 테슬라 조사를 지시했다는 지적이다. 조사 지시에 앞서 방송 보도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테슬라 오토파일럿에 대한 조사를 산하기관인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지시했다. 이는 지난 11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292화 ‘테슬라 베타버전의 질주’ 방송 이후 나흘만에 결정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토부가 논란이 큰 해당 방송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국토부는 국내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41조의3 ‘제작결함의 조사’를 근거로 오토파일럿에 대한 조사를 내렸다는 입장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자동차 또는 자동차부품 제작결함에 대한 언론보도가 있으면 정부가 이에 대한 제작결함이 있는지에 대한 직접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이 때문에 문제 없다는 설명이다.
오토파일럿 이상 현상 제대로 짚지 못한 KBS...오너 간 공방으로 번져
KBS는 올림픽대로를 달리던 테슬라 모델 S 차량에 두 차례 이상 오토파일럿 이상 현상이 나타난 점을 문제 삼았다.
방송에 나온 차량은 테슬라의 최신형 목적지 기반 주행보조 시스템이자 자동차선변경이 가능한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Navigate on Autopilot)’이 작동된 상태였다.
이 모델 S는 자동 차선 변경을 두 차례 시도하다 취소했다. 이 때 차량 스스로 차선 내에서 휘청거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또 1차선을 주행하고 있는데 차량 스스로 좌측으로 차선을 변경하려고 하는 모습도 나왔다. KBS는 이 모습을 오토파일럿의 오류로 판단, 해당 장면을 ‘시사기획 창’ 뿐만 아니라 메인 뉴스에도 소개를 했다.
그러자 테슬라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운전자가 자동 차선 변경 기능을 시도하려고 했던 차량의 움직임을 강제로 취소시킨 모습이 방송사 화면에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이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하지 않았다. 마치 차량 스스로 오작동을 일으킨 것처럼 소개된 것이다.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은 사용자 설정에 따라 자동 차선변경을 할 수 있다. 만약에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이 자동 차선 변경을 시도하려고 할 때 위험요소가 감지되면, 운전자가 방향지시등 레버 등을 통해 취소시킬 수 있다.
심지어 해당 방송에 나온 모델 S는 오토파일럿 자동 조향 시간을 오랫동안 유지시켜주는 ‘치터’ 장치를 달았다는 지적도 수차례 나왔다. 국내 법규에는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약 15초 동안 잡지 않으면, 이에 대한 경고를 줘야 하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치터 장치 등을 달면, 차량의 경고를 무력화시킬 수 있어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방송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해당 모델 S 차주는 ‘테슬라코리아클럽(TKC)’ 네이버 카페에 해명글을 올렸다. 자신이 자동 차선 변경을 강제로 취소한 것이 맞다고 시인했다.
이 차주는 “애초에 KBS로부터 연락을 받을 당시부터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은 크게 불편함이 없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며 오토파일럿은 일부 구간에서 불편함을 느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도 처음부터 끝까지 품질 문제와 서비스 문제 위주로만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자신의 의도와 다른 방향의 오토파일럿 문제 제기 방송이 나오면서, 테슬라 차주 스스로 곤란에 빠진 셈이다.
운전자 부주의 가능성 높은 시흥 오토파일럿 사고
KBS는 경기도 시흥에서 발생된 테슬라 모델 3 오토파일럿 사고 문제도 언급했다. 당시 사고 차주는 1차선 주행 도중에 오토파일럿이 강제로 풀려 가드레일을 차가 들이받았다고 설명했다. KBS는 사고 관련 전문가를 불러 해당 차량의 사고 원인 분석에 나서기도 했다.
지디넷코리아 취재 결과, 차량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차량의 경고를 수용하면서 1차선 오토파일럿 주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이후에 스티어링 휠에 불필요한 압력이 가해지면서 중앙 가드레일로 돌진해 사고가 났다.
당시 운전자는 전방을 주시하면서 차량 내부에 있는 물건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스티어링 휠에 의도하지 않은 힘이 가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운전자 실수와 오토파일럿이 주행 도중 강제로 해제됐을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란 뜻이다.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 '시사기획 창' 조작방송 의혹 해명 요구
현재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시사기획 창 테슬라편의 조작과 왜곡 보도에 대해 사과 및 정정 보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사람들이 보기에 충분히 조작이 의심되는 연출이 들어갔다는 내용이다.
특히 본방송 16분 부분에서 자동긴급제동 테스트 시 시속 80km/h 부근에서 차량이 제동을 실패하자, 촬영스태프가 두 손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까지 나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KBS는 공식 해명을 하지 않았다.
결국 국토부는 논란의 방송내용을 그대로 믿고 오토파일럿 조사공문을 내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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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안전연구원은 테슬라 오토파일럿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다. 더 이상의 논란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오토파일럿 자체를 주행보조로 규정하고, 국내 주행보조 사양과 비교하는 등의 객관적인 데이터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부는 현대기아차 등 국내 업체 주행보조 시스템에 대한 조사 계획에 대해 "문제점이 있으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구체적인 조사 시점과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