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오토파일럿 기능은 과연 과장 광고일까?

[조재환의 EV세상]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성명서 내용 보니

카테크입력 :2020/07/19 09:56    수정: 2020/07/20 08:41

테슬라 오토파일럿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지만, 이 용어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가 작성한 ‘테슬라는 전기차 시험용 오토파일럿 과장 광고 즉각 중단하라’ 성명서 내용을 직접 살펴봤다. 성명서에는 테슬라 오토파일럿이 자율주행이라고 표기됐기 때문에 이를 두고 테슬라가 과대 과장 광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소비자주권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베타버전은 시험용으로 테스트 버전인데 국내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판매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이에 대하여 명확하고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까지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많은 개선이 요구되는 베타버전은 맞다. 테슬라는 판매 차량마다 오토파일럿 활성화 시 별도로 ‘베타버전’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리고 오토파일럿을 실행하면 반드시 안전운전을 해야 한다는 경고 문구를 띄운다.

하지만 소비자주권은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에 대한 별도의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오토파일럿에 대한 테슬라의 설명은 모델 3 등 차량 구매 시 인터넷을 통해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자유로 주행중인 테슬라 모델 S P100D. 주행보조 오토파일럿이 활성화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자체에 대한 주의 문구 띄워놨다


테슬라는 차량 구매 페이지 ‘오토파일럿’ 메뉴 내에 “현재 활성화된 오토파일럿 기능은 운전자의 적극적인 제어가 필요하며 완전 자율 주행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 기능을 활성화하고 실제로 사용하기까지 수십억 마일의 주행 테스트를 통해 차량의 자율 주행 능력이 운전자의 주행 능력보다 크게 앞선다는 신뢰성과 규제 기관의 승인에 달려 있으며 일부 관할권에서는 규제 승인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2016년 미국 샬럿 지역의 테슬라 매장에서 모델 X를 시승한 바 있다. 이 때 테슬라 직원은 오토파일럿 자체를 자율주행 기능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항상 스티어링 휠을 잡아야 한다는 내용을 본사로부터 교육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관련 안내 페이지 일부분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테슬라는 지난 2018년 10월 전 세계 최초로 목적지 기반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국내에서는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이라고 부름)’ 공개 당시 영상 속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핸들)을 직접 잡고 시연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은 내비게이션 경로에 따라 알맞은 간선도로 출구 또는 IC 구간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기능이며, 아직까지 완전 자율주행 기능이 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간선도로에서 쓸 수 있다.

또 테슬라 오토파일럿의 경고 기능은 현대기아차의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보다 더 강력한 편이다. 만약 운전자가 오랫동안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고 경고를 무시하면, 모든 테슬라 차량은 오토파일럿 기능을 강제 해제하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해당 기능을 재활성화시킬 수 없는 벌칙을 운전자에게 준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HDA는 운전자가 경고 기능을 여러차례 무시해도 재활성화를 시킬 수 있다. 오히려 HDA의 안전성이 오토파일럿보다 더 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스티어링 휠 관련 경고를 여러 차례 운전자가 무시하면, 테슬라는 클러스터에 빨간색 테두리의 손이 감겨진 이미지를 선보인다. 더 이상 오토파일럿을 쓸 수 없다는 문구도 보인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소비자주권, ‘완전 자율 주행 기능’ 옵션명 표기 문제에 집중했어야


소비자주권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명칭 대신 ‘완전 자율 주행 기능’ 옵션 표기명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까지 이 옵션 자체가 실제로 완전 자율 주행을 돕지 못하는데 소비자들의 혼란만 주고 있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 기능은 903만4천원에 달하는 ‘완전 자율 주행 기능’ 옵션 패키지를 추가해야 쓸 수 있다. 이 옵션 패키지에는 자동 주차 뿐만 아니라, 차량 자동 호출 기능이 구현된다. 시내에서 교통 표지판을 인식해 정차하거나, 시내 여러 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기능은 추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할 수 있다.

‘완전 자율 주행 기능’ 패키지가 들어가지 않으면, 앞차와의 자동 차간 간격 유지와 차선 유지, 긴급자동제동 등을 도울 수 있는 일반 오토파일럿만 작동되며 이 기능은 옵션 추가 없이 기본 사양으로 들어간다.

야간 테슬라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 실행 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는 최근 한 중국 포럼 강연에서 향후 5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자율주행 기능이 구현되려면 각 국가별 규제가 자유로워야 하고 국가 별 도로의 돌발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테슬라가 각 국가별 이해당사자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데, 협력이 이뤄지지 위한 시간은 상당히 오랜 시간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소비자주권은 테슬라코리아를 상대로 좀 더 납득하기 쉬운 옵션명칭 표기를 요구해야 하는 것이 옳다. 만약에 테슬라코리아가 본사 마케팅 정책 상 ‘오토파일럿’ 표기를 그대로 쓸 수 밖에 없으면 ‘어드밴스드 오토파일럿’ 등 단계별로 옵션명을 표기해야 하는 것이 옳다. 결론적으로 오토파일럿은 주행보조(ADAS)이기 때문에 주행 보조라는 개념의 명칭을 강조해야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다.


논란이 된 방송내용 언급, 신빙성 있을까


소비자주권은 성명서에 한 공영방송사가 지적한 테슬라 오토파일럿 문제를 언급했다.

소비자주권은 “자율주행 중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향장치가 갑자기 꺾이면서 차선을 넘나들고, 차선이 없는데 차선 변경이 필요하다고 하거나, 심지어 도로가 없는 곳으로 가려고 하는 등 운전자의 제어가 없을 경우 자율주행과는 거리가 먼 주행으로 인하여 대형사고를 불러올 위험성을 주고 있다”며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중앙분리대를 충격하는 등 대형사고가 발생 할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된다”고 전했다. 해당 내용들은 이미 공영방송사가 지적한 사고사례를 그대로 언급한 것이다.

물론 이 부분들은 테슬라가 직접 스스로 고쳐야 하는 사항이다. 오토파일럿이 중앙분리대와 차선을 구분하지 못하면, 이는 우리나라 도로 체계와 내비게이션 맵 호환성 문제 등과 연관될 수 있다.

테슬라 모델 3 오토파일럿 실행 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하지만 소비자주권이 언급한 “차선이 없는데 차선 변경이 필요하다고 하거나, 심지어 도로가 없는 곳으로 가려고 하는 등” 표현은 현재 테슬라 오너들 사이에서 큰 논란거리로 풀이되고 있는 사항이다. 해당 방송사에 출연한 테슬라 오너가 오토파일럿 사용 가능 시간을 늘리기 위한 장치 ‘치터’를 장착했고, 의도적으로 오토파일럿 기능을 해제 시켜 차량의 문제점을 연출했다는 반응이 있다.

현재 이같은 부분을 지적한 시청자의 의견은 공영방송사 시청자청원에 올라온 상황이다. 당분간 해당 방송 내용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주권이 논란이 된 방송 내용을 성명서에 그대로 옮긴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잘못된 정부 부서 표기, 회사명 오타도 보여


소비자주권 성명서는 더 나은 테슬라 차량 오너들의 권리를 위해 작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좀 더 신중하게 작성돼야 대중의 신뢰도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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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소비자주권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정부 부서인 ‘국토해양부’가 오토파일럿 표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했다. ‘국토해양부’라는 명칭은 지난 2008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약 5년 간 유지된 부서명이며,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는 국토교통부다.

심지어 소비자주권은 성명서 하단 촉구 내용 부분에 ‘테슬라’ 표기명을 ‘테슬러’로 표기하는 등의 오타를 냈다. 문서의 검색 기능을 활용해보니 총 세 군데에 ‘테슬러’ 표기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