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웹툰2] 모순된 현실에서 맛본 희망 '먹는 존재'

들개이빨 작가 "재밌게 오래 기억되는 작품이었으면”

인터넷입력 :2020/07/05 09:06    수정: 2020/07/06 09:45

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과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전한 쇼미더웹툰 시즌1에 이어, 쇼미더웹툰 작가에게 직접 듣는 시즌2를 마련했다.

열아홉 번째 인터뷰는 음식을 매개로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고민과 희망을 다루며 큰 인기를 모은 '먹는 존재'의 들개이빨 작가다. 웹툰을 통해 직장인과 프리랜서를 오가는 20대 후반의 여주인공 '유양'이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구조적 모순과 사람들의 이중적 모습 가운데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모습을 전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참고기사: 쇼미더웹툰 '먹는 존재']

들개이빨 작가가 그린 인터뷰 관련 이미지

다음은 들개이빨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작품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하루도 음식에 집착하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없었습니다. 또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읽고 그리는 걸 아주 좋아했거든요. 자연스럽게 음식만화를 그리고 싶어 졌는데, 막상 구상에 들어가니 난감하더군요. 할 말이 없어서요. '뭐지? 대체 나 음식만화 왜 하고 싶어했지? 음식에 대한 지식이 특출난 것도 아니고 누가 들어도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배짱이었던 거지? 나는 그저...아무 생각없이...먹기만 하는 존재였던 건가...' 구상하는 내내 이런 고민에 짓눌렸는데, 어쩐지 '먹는' '존재' 이 두 단어의 조합이라면 별볼일 없는 음식만화의 제목으로 딱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제목을 결정한 뒤부터 진행이 조금은 수월해졌던 것 같습니다.”

Q. 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웹툰 작가가 된 배경과 계기 등이 궁금합니다.

“필명은 들개이빨이고 구석에서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미취학 아동시절부터 막연히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망할까 봐, 겁이 나서, 이 일 저 일 기웃거리며 오랜 기간 허송세월을 했습니다. 그러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과 그림을 올리는 재미에 맛 들려 이곳저곳 떠돌며 온라인 폐인생활을 했고, 그 와중에 한 연재처와 인연이 닿아 엉겁결에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작가님이 평소 작품 활동에 영감을 받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을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워낙 재밌고 훌륭한 콘텐츠가 장르불문 넘쳐나는 시대라 어느 것 하나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기가 어렵네요. 그냥 재밌어 보이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경험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의 ‘킹덤’, 요조 작가의 ‘아무튼, 떡볶이’, 김영준 작가의 ‘멀티팩터’, 이용재 작가의 ‘조리 도구의 세계’, 유튜브의 '과나' 님의 영상들을 아주 즐겁게 봤습니다. 말하고 보니 전부 음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작품들이네요. ‘킹덤’도 사실상 먹방 대잔치니까.”

Q. 연재 과정에서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나요.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아무리 쥐어짜도 쓸 만한 대사와 연출이 나오지 않을 때 가장 힘든데요. 그저 마감이라는 수레바퀴가 얼른 제 몸을 깔고 지나가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그럼 어떻게든 지나가긴 지나갑니다. 차마 이걸 극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사실 제가 매사에 다 이런 식이에요. 어떤 난관이 있을 때 그것을 어떤 치열한 노력과 전략으로 극복하기보다는 그냥 주저앉아서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기를 대책 없이 기다리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성격을 극복해야 할 텐데.”

레진 웹툰 '먹는 존재'(작가 들개이빨),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Q. 작가가 꼽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어떤 장면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4화 ‘굴’ 편이요. 주인공이 평소 싫어하던 직장상사의 얼굴에 '두 종류'의 굴을 집어 던지는 장면입니다. 저는 굴을 아주 좋아해서, 설령 부모의 원수가 눈앞에 앉아있다 해도 굴 가지고 그런 패륜적인 짓은 차마 못할 것 같거든요. 던져도 멍게를 던졌겠죠. 어쨌든 제가 절대로 못할 행동을 하는 인물을 그릴 때의 즐거움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장면이기 때문에 선택해봤습니다.”

Q. 이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공개한 적 없었던 에피소드 있을까요?

“제 만화를 보신 엄마 친구분이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어쩜 그렇게 욕을 잘하니" 하고 경악하셨던 일이 생각나네요.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주인공 유양과 저를 동일인물로 착각하신 거죠. 제가 평소에 말수가 적고 특히나 웃어른들 앞에서는 충직한 닌자처럼 말없이 인사만 하고 빠르게 자취를 감추니까, 캐릭터와 저와의 괴리감에 놀라셨을 만도 합니다. 대충 해명해드리고 빠르게 도망쳤죠.”

Q. 이 작품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는 누구인가요.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바람은 없습니다. 어느 분이든 제 만화를 읽는 동안 조금이라도 재미를 느끼셨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물론 그 재미를 오래 기억해주신다면 더욱 감사하고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또 어떤 차기작을 구상 중이신가요?

“조만간 동성애를 주제로 한 작업을 공개할 예정이고, 부동산과 주식 등 돈 버는 이야기를 천천히 구상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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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언제 어디서나 하루 세끼 맛있게 드시고 몸과 마음이 두루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