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웹툰2] 신비한 우주,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 ‘오디세이’

갈로아 작가 "꿈꾸는 이들을 끝까지 응원하고파”

인터넷입력 :2020/06/28 10:26    수정: 2020/06/28 11:42

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코믹스와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전한 쇼미더웹툰 시즌1에 이어, 쇼미더웹툰 작가에게 직접 듣는 시즌2를 마련했다.

열여덟 번째 인터뷰는 국립과천과학관이 주관한 'SF어워드'에서 만화부문 대상을 수상한 웹툰 '오디세이'의 갈로아 작가다. 만화를 통해 보다 많은 분들에게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신기한 우주이야기를 소개하고, 무엇보다 한때 우리가 그리던 우주에 대한 꿈을 꺼내 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참고기사: 쇼미더웹툰 '오디세이']

갈로아 작가가 그린 인터뷰 관련 이미지

다음은 갈로아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작품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이 작품을 구상하시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오디세이'라는 제목은 긴 여정을 나타냅니다. 작품의 구상하게 된 배경은 조금 독특합니다. 그때는 한창 데뷔하고 싶어서 '곤충'을 소재로 그려보고 있던 작품이 있었습니다. '스토리를 크게 꿰뚫을 중심같은 주제, 주인공이 쫓을 어떤 커다란 목표가 없다'같은 이유로 5화 정도 그리고 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지질학과 친구를 따라다니면서 화석 캐는 걸 도와주고 있었는데, 그때 친구가 'NASA에는 천문학자보다 지질학자가 많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달, 화성 등을 직접적으로 연구할 때 필요한 지식들은 천문학이 아니라 지질학이고, 실제로 달에 최초로 발을 디딘 과학자도 지질학자이었으니까요. 그 말을 들으면서 여러가지를 곱씹으면서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진지하게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했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웹툰 후기에도 나오지만, 어쩌다 방송국에서 아이들 장래희망을 물어보다가 제가 걸려서 '우주비행사요.'라고 말한 게 방송에 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마침 우주비행사라는 소재는 이전에 그리다 포기했던 만화의 단점이었던 '스토리를 크게 꿰뚫는 소재, 주인공이 쫓을 커다란 목표의 부재'를 충분히 메꿔 줄 소재였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 꿈꿨던 우주비행사에 대한 로망을 다시 떠오르면서 오디세이를 작업했습니다.”

Q. 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웹툰 작가가 된 배경과 계기 등이 궁금합니다.

“중학교 때 진로를 과학자가 될지, 작가가 될지 고민을 아주 많이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평소 좋아하는 곤충을 보러 산으로 갔다가 중학교 때 우연히 '갈로아 벌레'라는 곤충의 신종을 만났습니다. 지금의 필명 '갈로아'는 이 곤충에서 따온 것입니다. 결국 저 곤충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재미에 진로는 과학으로 틀었지만, 그림에 대한 미련은 못 버려서 '둘 다 해 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전부터 노트에 만화를 그리면서 이곳저곳에 올려 보긴 했지만 원래는 만화가보다는 다분히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무라타 유스케 작가님의 '아이실드 21'을 보고 만화라는 장르에 감동을 받아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심지어 아이실드21을 보고 대학 미식축구팀까지 들어갔다가 바로 나왔지만요(웃음)

그러다가 위에서 언급한 사연대로 오디세이라는 만화를 그리게 됐고,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던 것을 레진PD님이 보고 정식연재 제안을 주셔서 데뷔하게 됐습니다.”

Q. 작가님이 평소 작품 활동에 영감을 받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을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아이실드21이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였지만, 작품활동을 할 때에는 일본만화인 시마모토 카즈히코 작가의 '호에로펜'에서 많은 영감과 위로를 받습니다. 작품활동의 희로애락을 이렇게 위트 있게 그려낸 작품이 또 없습니다.

하도 많이 봐서 마치 성서 마냥 인용할 수 있습니다. '호에로펜 몇 권에는 이런 대사가 나오지...!'같이 말입니다. 굉장히 신기한 점은 지금은 절판된 '호에로펜'의 국내 정발본의 담당자가 오디세이의 담당 PD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인연이라면 인연입니다.”

Q. 연재 과정에서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나요.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자기 만화에 과몰입 하는 점이 힘들었습니다. 오디세이는 부족한 실력에 비해 정말 운 좋게 데뷔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다른 일을 하게 될 것을 생각하면, 몇몇 작품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오디세이같이 장편연재를 할 기회는 다시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의 장편연재를 한다는 마음으로 그렸습니다. 물론 지금 실제로도 그런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작품에 꽤 몰입하게 됐는데, 좀 사소한 것에도 삐끗하거나 맘대로 안 되면 쉽게 상처받았습니다. 그래서 이후 작품들에서는 자기 작품을 멀찍이 떨어뜨려 보면서 작업하는 습관을 들이는데 노력했습니다.”

레진코믹스 웹툰 '오디세이'(작가 갈로아),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Q. 작가가 꼽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어떤 장면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발사체 엔진에 불이 들어오면서 불똥이 튀고 연기가 사방으로 폭발하고, 로켓이 하늘로 치솟는 장면입니다.”

Q. 이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공개한 적 없었던 에피소드 있을까요?

“엔딩을 여러가지로 생각했었습니다. 말할 순 없지만… 결국에는 그 정도의 엔딩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사소한 에피소드라면 있습니다. 원래 주인공인 은하의 헤어스타일을 후반부에는 완전히 짧은 숏컷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우주에서는 장발 머리가 둥둥 떠다니는 것이 거추장스러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가 짧은 머리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웃음)

그런데 고작 50화밖에 안 되는 만화에서 도중에 주인공의 이미지를 바꿔버리는 건 아닌 거 같다 싶어서 그대로 유지시켰습니다.”

Q. 이 작품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는 누구인가요.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이 작품을 읽고 고민했던 결국 천문학과를 갔다.', '이 작품을 읽고 울다가 다시 물리학과 진학에 도전했다.'라는 팬레터를 5~6통 정도 받았습니다. 오디세이는 '어렸을 때 우주비행사를 꿈꾸던 시절'을 떠올려서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작품에 과몰입해서 그렸다고 했지만 꿈에 대한 여러 감정 등은 정직하게 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과학자가 될까 작가가 될까'같은 고민을 오래했고, 여러모로 하고 싶은 건 있는데 좌절되거나 현실은 시궁창인 점을 은하나 하늘이 같은 캐릭터에 많이 담으려 한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우주에 대한 동경이 있는 독자님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됐다는 점에서 살짝 뿌듯하면서도 그 결과들에 대해서는 어깨가 무겁습니다.

오디세이에는 여러 캐릭터들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은하는 꿈이 좌절되지만 잊지 못하고 살아가고, 이루려고 발버둥칩니다. 성운이는 그런 은하 옆에 있으면서도 자기 나름대로 노력하는 캐릭터입니다. 윌슨이라는 캐릭터는 고령의 나이에도 우주비행사에 도전합니다. 레이첼이라는 캐릭터는 어렸을 때 서점에서 우연히 본 책에서 지질학에 매료돼 지질학자가 됐습니다. 역시 하늘이를 보고 공감을 받았다는 편지를 제일 많이 받았는데, 열정도 높고 꿈도 높지만 존경하는 은하에 비해 현실은 더 힘든, 어찌 보면 가장 불쌍한 캐릭터입니다.

독자분들은 물리, 천문학이 아니더라도 이런 캐릭터들에게서 각자 한 번씩 자기나 다른 누군가가 투영됐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또 어떤 차기작을 구상 중이신가요?

“일단은 지금 전공중인 생명과학을 만화로 풀어내는 과학만화를 그리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픽션에 대한 욕심이 많습니다. 구체적인 차기작은 없습니다만, SF라는 것은 확실할 것 같습니다. 우주나 로봇이나, 다양하게 그려보고 싶은데 아직 시간이 없어서 슬픕니다.”

갈로아 작가가 그린 인터뷰 관련 이미지

Q.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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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의 주제는 '꿈'입니다. 그런데 오디세이는 막연히 꿈을 미화하거나 예찬하기 위해 그린 청소년 성장 만화 같은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꿈을 안 갖고 있어야 인생이 좀 편한데, 가져버린 탓에 꿈과 현실과의 격차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우울해지고 모든 비극과 고난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새턴 V의 엔진과 우주가 막연히 멋지거나, 나비 날개가 막연히 예뻐서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을 끝까지 응원해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그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자기를 괴롭히는 꿈에 대해서 조금은 긍정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안 보신 분들은 마지막화까지 봐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