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코믹스와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전한 쇼미더웹툰 시즌1에 이어, 쇼미더웹툰 작가에게 직접 듣는 시즌2를 마련했다.
열일곱 번째 인터뷰는 고교 로맨스의 신선한 재미를 전하는 '말할 수 없는 남매'의 윌로우 작가다. 웹툰은 같은 학교로 전학 온 주인공들이 서로가 사촌지간이라는 것을 숨기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2014년 8월부터 올 초 특별편 완결까지 6년 가까이 연재하며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아온 윌로우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참고기사: 쇼미더웹툰 '말할 수 없는 남매']
다음은 윌로우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작품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이 작품을 구상하시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아시는 분들은 이미 알아차리셨겠지만,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영화에서 따왔어요. 물론 내용도 분위기도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요. 여러 제목을 생각해봤지만 딱 하고 오는 게 없어서, 겨우겨우 떠올렸을 땐 내용을 함축한 제목으로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밀과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요.
사실, 그 시절에는 이것저것 떠올려보던 신인이라 제가 어떤 장르를 잘 하는지조차 몰랐거든요. 자매가 많은 저에게 그나마 아이디어가 있던 소재라 선택한 것 같아요. 별로 멋있는 이유는 아니네요.(웃음)”
Q. 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웹툰 작가가 된 배경과 계기 등이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제 겨우 첫 작품을 끝내서 겨우 신인작가가 아니게 된 윌로우라고 합니다. 본명은 안소희고요. 레진코믹스에서 ‘말할 수 없는 남매’를 연재했답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열심히 그려서 이제 30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30대가 되면 인터뷰에 이렇게 쓴 걸 후회하고 있겠죠.
제가 웹툰 작가가 되기로 한 건 말이죠. 정말 당연한 일이었어요. 저는 유치원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거든요. 언니들이 뭐든 잘 해내는 사람이라 어릴 때부터 좀 튀고 싶었나 봐요. 한마디로 열심히 한 우물만 팠습니다. 덕분에 이거 못하면 어쩌지 싶긴 했지만요. 그래도 옵션이 적다는 건 한눈을 안 팔아도 된다는 의미예요. 덕분에 고등학교도 대학도 만화과만 가고,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죠. 다만 좀 돌아가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은 뒤늦게 들어요.”
Q. 작가님이 평소 작품 활동에 영감을 받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을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 주세요.
“평소에는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봐요. 넷플릭스 애청자거든요. 그래서 대사도 곧잘 번역체처럼 쓰는 것 같아요. 장르 상관없이 많이 보는데, 그러다 보니 로맨스&성장물인데도 좀 스릴러처럼 그리게 된 것 같네요.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라든지, '오펀 블랙'라든지, '임펄스' 라든지 아주 재미있답니다. 개개인을 소중하게 여겨주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웹툰도 보긴 하는데, 영향 너무 크게 받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많이 보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재밌는 건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Q. 연재 과정에서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나요.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200화를 넘어가면서 일단 기억력이 흐릿해지기 시작해요. 내가 이 소재를 썼는지 이 둘이 전에 어떤 대화를 나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헛갈리기 시작하죠. 결과적으로 중간중간 실수도 있었고, 악몽 같았답니다... 제가 좀 더 요령 있었으면 정리도 했을 텐데 말이에요. 다음부터는 그래야겠어요. 그 외에는 일단 등장인물이 많으니까요. 캐릭터들을 다 잘 그리면서도 상호작용하게 만드는 건 힘든 일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부분이 재밌는 부분이기도 하죠. 캐릭터성을 확실히 하되, 너무 그 캐릭터성에만 휘둘리지 않는 전개를 쓰는 것, 결국은 자기 만화에 재미를 느껴야 그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도 치킨이겠죠. 가끔 이상한 곳에 돈 쓰는 것도요.”
Q. 작가가 꼽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어떤 장면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글쎄요. 준혁이의 비밀이 들통 나기 시작하는 부분? 저도 한미를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만, 한미는 어느 정도 완성형 캐릭터예요. 한미에 비해 준혁이는 성장이 필요한 인물이고 여린 부분이 많죠. 그 전개는 비참함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인물들을 보여줘요. 둘 다 참 다정한 사람들이죠. 보는 사람들에게 이들의 다정한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Q. 이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공개한 적 없었던 에피소드 있을까요?
“유은이의 짝사랑요. 중간에 잠깐 스치듯이 언급되는데, 유은이에게는 첫사랑이 있어요. 상대방에게 이 이상 바라는 것 없는 소박한 감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싶었지만, 결국 그럴 기회가 없었네요. 이 아이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기도 하고요. 사실 유은이와 지니로 단편 연재를 조금 하고 싶긴 해요. 19금이라든지!”
Q. 이 작품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는 누구인가요.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지금 당장 힘드신 분들,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싶으신 분들이요. 아마 대체로 학생분들일 텐데, 당장 강요되는 게 많은 시기잖아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느 장소에 모여서, 누구와 어울리고 어떤 결과를 내야하는 것을 몇 년이나 겪고 있는 거예요. 그저 그런 분들에게 숨을 돌릴 유희거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공상의 장점은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숨 돌릴 시간을 주는 거죠. 이 만화가 당신에게 그저 위안이 되길 바라요. 그 정도로 감성적인 만화도 아니지만요! (웃음)”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또 어떤 차기작을 구상 중이신가요?
“링피트? 네, 사실 아무 생각도 없습니다. 큰일 났어요. 완결 나고 벌써 몇 개월이나 지났는데! 그냥 위메프만 돌아보고 쿠키런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아마 첫 작품을 장편으로 한 영향인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 대한 중압감을 버려야 할 텐데 말이죠. 매우 가볍고 편히 볼 수 있는 걸 들고 올 테니 기대해주세요. 백합을 그리고 싶은데 만날 말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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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윌로우입니다.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좋은 일이 있었다면 좋겠네요~ 저는 방금 피자를 먹었답니다. 밤 10시예요! 그러니 독자님도 이 정도로 부패한 행동을 해도 괜찮아요. 뭐든 힘드시다면 2, 3개월에 한번 꼴로 꾀병을 부려서 학교와 직장을 빠지세요. 알바해서 번 돈의 3분의 1은 꼭 날려 버리셔야 해요. 한번 사는 인생, 우리 모두 너무 개고생하지 않게 주의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