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의 재송신료(CPS) 대폭 인상 요구를 IPTV 사업자가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케이블TV(SO) 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IPTV와의 협상에서 성과를 거둔 지상파가 기세를 몰아 케이블TV에도 재송신료 인상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 3사는 최근 IPTV 사업자와 재송신료 인상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되는 재송신료는 가입자당 500원 수준이다. 이는 2018년 체결된 가입자당 400원에 비해 25% 인상된 금액이다.
IPTV에 이어 협상 테이블에 오른 SO는 지상파 방송사의 재송신료 인상 요구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케이블TV는 IPTV 중심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전환되는 등 경영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상파의 재송신료 인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또 올려받은 지상파…“SO는 고사 위기”
케이블TV는 지상파가 IPTV와의 협상 수준으로 재송신료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그동안 지상파가 재정적 여력이 충분한 IPTV와의 협상을 우선 마친 후, 그 결과를 준용해 SO와의 협상에 나서왔다는 전례 때문이다.
SO 업계는 지상파의 재송신료 인상 요구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재송신료는 2012년 280원에서 2016년 360원, 2018년 400원으로 높아졌다. 재송신료 인상에 맞춰 지상파의 재송신 매출액도 증가했다. 2012년 594억원에 불과했던 재송신 매출액은 2018년 3천184억원으로 43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IPTV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송 서비스 상품의 가격이 저렴한 SO는 지상파의 재송신료 인상 요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2017년 기준 유료방송사업자별 ARPU(가입자당평균매출)는 ▲SO 7천337원 ▲IPTV 1만3천793원 등이다. 지상파의 재송신료(2018년 400원)이 ARPU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SO 16.4% ▲IPTV 8.7% 등으로 차이가 벌어진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최근 케이블과 이통사 간 M&A가 이뤄지면서 중소 SO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지상파의 재송신료 인상 요구까지 더해질 경우,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 시청률 떨어지는데 CPS는 인상?…“산정 근거 부족하다”
케이블TV는 지상파의 방송광고매출액과 시청률, 제작비 등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재송신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한다.
2018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방송광고 매출액은 2014년 1조8천291억원에서 2018년 1조2천484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제작비는 2조1천653억에서 2조 1천362억원으로, 시청점유율은 55.9%에서 45.6%로 각각 줄었다.
이는 재송신 관련 소송을 통해서도 가늠할 수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지상파 방송사와 개별 케이블TV 사업자 사이 재송신 관련 분쟁에서 법원은 가입자당 170원~280원이 합리적인 재송신 대가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지상파의 재송신료 인상 요구는 가입자당 500원에 이르도록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재송신료는 지상파 채널 제공에 대한 대가로 간주할 수 있는데, 채널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지표가 매년 줄어드는데 대가만 늘었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는 지상파가 보유한 보도기능을 앞세워 우월적 지위에 협상에 나서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설 곳 줄어드는 SO…“정부 개입 필요”
일각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지나친 재송신료 인상 요구로부터 SO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지상파가 우월한 협상력을 앞세워 재송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만큼, 정부가 나서 재송신료 관련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KBS 국정감사 당시 과방위 소속 위원들은 그동안 재송신료 협상 시마다 근거 없이 인상됐다며, 정부가 재송신료 산정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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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업계는 지속된 지상파 재송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적 채널로 분류되는 채널에는 재송신을 의무화 ▲SO가 지상파 재송신 채널을 변경할 수 있도록 시설변경허가제 폐지 ▲정부 주도로 ‘콘텐츠대가산정위원회’를 설립해 적정한 콘텐츠 사용료를 산정 등을 제시했다.
또 다른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재송신료에 대한 대가 산정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재송신료가 지속적으로 인상될 경우 SO뿐만 아니라 가입자 및 채널사업자(PP)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중소 사업자를 보호하고, 글로벌 콘텐츠 기업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콘텐츠 사용료를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