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CPS 인상 요구, 유료방송 가격 높인다"

이용료 인상·콘텐츠 질 저하로 소비자 피해 우려

방송/통신입력 :2019/11/12 17:39    수정: 2019/11/12 17:40

“지상파 방송사의 재송신료(CPS) 인상 요구는 유료방송 서비스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료방송 가격이 오르면 시청자들이 떠나고, 이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이 공멸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12일 서울 양재동 소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방송 콘텐츠와 시청자 복지’ 토론회에 참석한 한진만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반복되는 CPS 인상 요구가 유료방송 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높이고, 높아진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12일 양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방송 콘텐츠와 시청자 복지’ 토론회 현장 모습.

■ CPS 인상 요구, 왜 문제인가

CPS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사가 제작한 방송 콘텐츠를 송출하는 대가로 지상파에 지급하는 대가다. 유료방송 도입 초기 대가 없이 콘텐츠를 제공했던 지상파는 미디어 환경 변화로 매출이 줄어들자 CPS를 요구했다.

문제는 지상파의 CPS 인상 요구가 매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280원을 시작했던 CPS는 2018년 400원으로 높아졌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인상된 500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지상파는 아날로그 방송 이용자에게 디지털 방송 시청을 지원하기 위한 8VSB 가입자에 대해서도 CPS를 요구하고 있다.

한진만 교수는 지상파의 CPS 인상 요구가 시청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료방송 요금 인상이나 전체적인 콘텐츠의 질 저하 등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 교수는 “CPS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면 유료방송 사업자는 상품의 요금을 인상하거나, 다른 콘텐츠제공사업자(PP)에게 제공하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며 “상품 요금이 오르면 시청자가 떠날 수 있고, PP에게 제공하는 비용을 줄이면 전체적인 콘텐츠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지상파, 콘텐츠 경쟁력 제고 우선돼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용희 숭실대학교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의 CPS 인상 요구가 자사 콘텐츠에 대한 가치 판단 오류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제작한 콘텐츠의 경쟁력이 유수 PP에 비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금액의 CPS를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용희 교수는 “지상파의 CPS 인상 요구는 상품의 품질은 개선하지 않으면서 가치는 올려달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지상파는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보다는 CPS를 높이려는 노력을 더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3사가 보유한 방송 제작 환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받는 CPS가 동일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콘텐츠 원가가 모두 다르고 품질이 다르지만, 동일한 CPS를 요구한다는 것은 담합에 가깝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지상파 3사는 보유한 PD의 숫자가 다르고 방송 장비도 다르고 제작한 콘텐츠의 경쟁력도 다르다”며 “콘텐츠의 원가를 산출하기 위한 근거가 전부 다른데, 유료방송 사업자에 공급하는 공급가는 단일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CSP 산정 기준 필요…소비자 알권리도 보장해야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정부가 합리적인 CPS 산정에 대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교수는 “유료방송 시장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를 높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한쪽이 CPS를 높이면 다른 쪽은 낮춰야 하는 제로섬 게임 구조를 띠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CPS 산출 구조가 명확해야 하고, 정부가 나서 사업자 간 협의가 가능한 산정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시청자가 납부하는 유료방송 이용료에 지상파에 제공되는 금액이 별도로 산정돼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로컬초이스나 요금표시제 등이 도입돼야 한다는 뜻이다. 로컬초이스는 지상파 방송사만을 별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방식이고, 요금표시제는 요금 고지서에 지상파의 CPS를 별도로 표기하는 내용이다.

홍종윤 서울대학교 박사는 “대부분 소비자가 CPS 등을 통해 지상파에 일정 비용을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만큼,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로컬초이스와 요금표시제 등 대가분쟁 방안을 통해 소비자가 명확하게 CPS를 알 수 있도록 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