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케이블TV 서비스 이용료가 일본에 비해 5배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미디어 환경 변화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건강한 성장을 위해 이용료를 정상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7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과 함께 ‘2020년 방송·통신 전망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중국·홍콩·대만·뉴질랜드·필리핀 등 15개 국가를 대상으로 유료방송 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케이블TV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5.61달러(약 6천500원)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보다 케이블TV ARPU가 낮은 국가는 베트남·파키스탄·중국·인도 등 4개국뿐이다. 반면 일본의 케이블TV ARPU는 27.69달러(약 3만2천원)로, 우리나라에 비해 5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국내 케이블 가입자의 서비스 이용료 지불의사가 향후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국내총생산 계수에 케이블TV ARPU를 적용해 계산한 방송콘텐츠 지불여력 지수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의 지불 여력은 0.2%로 조사됐다. 이는 중국·인도·홍콩 등과 같은 수준이다. 반면 일본은 0.7%, 대만과 태국은 0.3%, 뉴질랜드 1.0% 등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높게 측정됐다.
제시카 푹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케이블TV ARP는 아태 지역 중 낮은 편이고, 지불여력지수도 낮은 편에 속한다”며 “분석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등은 2021년 이후 지불여력지수는 0.1%로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불여력지수 하락은 최근 글로벌 온라인동영성서비스(OTT)의 성장 및 네트워크 진화 등 요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제시카 푹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최근 5G가 상용화되면서 선형 유료방송 보다는 OTT를 더 선호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과도한 규제 때문에 유료방송이 빠르게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케이블TV의) 지불여력지수는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블TV 사업자의 수익원 중 이용자들이 납부하는 이용료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매출 중 이용료가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는 서비스 경쟁력이 줄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제시카 푹 애널리스트는 “유료방송이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전체 매출액 대비 이용료 비중이 적절히 유지돼야 한다”며 “방송 상품의 가치가 높아지면 이용자의 이용료가 높아지고, 지불의사도 성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주요 수익원별 매출 현황에 따르면, 2014년 전체 매출의 60.02%를 차지했던 이용료 비중은 2018년 58.82%로 줄었다. 이용료가 줄어든 부분은 셋톱박스 등 단말장치 임대료와 홈쇼핑 수수료 등이 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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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선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국내 케이블TV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시청자가 지불하는 이용료가 정상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천혜선 센터장은 “케이블TV를 포함한 모든 매체가 광고나 커머스 등 특정 채널에 의존한다는 것은 건전하게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콘텐츠 서비스 경쟁이 이뤄져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용자가 지불하는 비용의 정상화 및 상승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