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에도 1분기 8천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올해 실적 성장세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지속적인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수요확대가 예상되는 서버 시장 공략에 집중해 2분기에도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23일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실적으로 매출 7조1천989억원, 영업이익 8천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증권가의 1분기 실적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앞서 SK하이닉스의 실적 컨센서스(시장 평균치)로 매출 6조8천680억원, 영업이익 5천91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6% 늘고, 영업이익은 41% 감소한 수준이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 영업이익은 239%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전년동기 대비 9%포인트 줄고, 전분기 대비 8%포인트 증가한 11%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깜짝 실적 배경을 지난 한 해 추진한 원가절감 활동과 거래선 확대에 따른 효과로 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D램, 낸드)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지속 상승한 효과도 힘을 보탰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급격한 대외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서버용 제품 판매 증가와 수율 향상, 원가 절감에 힘입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증가했다"며 "D램은 계절적인 비수기인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바일 고객 수요가 줄어들었으나 서버향 수요 강세가 이를 상쇄하면서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4% 감소에 그쳤으며, 평균판매가격(ASP)은 3%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2분기에도 실적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마진율이 높은 서버 시장 공략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D램은 64기가바이트(GB) 이상 고용량 서버 모듈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낸드플래시는 96단 3D(적층형) 낸드플래시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128단 3D 낸드플래시 제품의 양산에도 돌입할 예정이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는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2분기는 스마트폰 수요는 약세, 상대적으로 서버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한다. D램은 지난 분기 수준의 출하량을, 낸드는 10% 출하량 증가를 계획하고 있다"며 "1y(10나노미터 중후반급) D램 판매확대로 수익성을 지속 개선하고, 낸드는 2분기 중 96단 비중을 50% 이상 확대하고 128단 양산도 시작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용 PCIe SSD(PCI 익스프레스 규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를 중심으로 판매비중을 확대해 낸드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지속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전략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향 서버 D램 및 고용량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다만, 최근 들어 시장조사업체들이 서버 시장을 포함한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어 서버 시장의 수요확대 효과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계속 이어질 지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 IC인사이츠는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치를 3% 감소(3월 기준)에서 최근(4월 기준) 4% 감소로 조정, D램 익스체인지도 서버 출하량 전망치를 최근 기존 5%에서 3% 증가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보고서를 통해 2분기 실적으로 매출 8조1천830억원, 영업이익 1조4천950억원을 전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6.82%, 영업이익은 134.47%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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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을 1조5천억원(전분기 대비 +87%)으로 예상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OTT 등의 수요 증가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스마트폰 판매 감소로 인한 모바일 제품 수요 부진을 상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반기 스마트폰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감지되는 점이 실적에 긍정적이다. 코로나19 영향에서 가장 먼저 벗어난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5G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며 "(다만) 현재 양호한 데이터센터 투자가 하반기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부정적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의 가장 중요한 수익원이 광고인데 코로나19로 인한 실물 경기 둔화로 제조 및 서비스 업체의 광고 집행이 줄어들 경우 구글, 페이스북 등의 데이터센터 투자 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