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파이널판타지7, 고화질로 살아난 23년 전 추억

원작 팬을 위한 선물...원작의 일부만 구현한 점은 아쉬워

디지털경제입력 :2020/04/16 11:31

파이널판타지7은 말 그대로 게임 역사에 남을 게임이다. 단순히 게임이 얼마나 팔리고 인기를 어느 정도 얻었는지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시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콘솔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 소니가 닌텐도와 세가를 제치고 시장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된 것이 파이널판타지7의 존재였다. 또한 3D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일본식 RPG가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를 전세계 게임 이용자의 뇌리에 각인한 것도 파이널판타지7이 남긴 업적이다.

지난 4월 10일 출시된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는 말 그대로 전설적인 게임의 귀환이다. 인기를 얻었던 게임을 리메이크 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됐음에도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가 유난히 큰 호응을 얻는 것은 그만큼 원작이 콘솔 시장에 남긴 족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는 원작 전체의 이야기 중 초중반에 해당하는 미드가르 탈출 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 역시 클라우드, 바렛, 에어리스, 티파 등 일부만 구현됐다. 원작을 기억하는 이들이 게임의 볼륨에 불만을 가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수준이다.

게임 전체의 이야기 중 일부만 구현하다보니 이야기 전개가 질질 늘어진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더 짧은 구간의 이야기를 길게 늘이다보니 캐릭터 개개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알아가는 재미는 확실하다. 다만 시작점에서 마지막 지점까지 도달하는 이야기의 큰 줄기가 때때로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야기의 줄기를 따라 달리면서 각종 이벤트를 겪는 구조를 택한 게임에서 이런 단점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가 호평 받는 것은 조잡한 폴리곤으로 그려졌던 캐릭터와 게임 속 세계가 새로운 기술에 힘입어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됐다는 점에 있다. 전투 시스템 역시 액션 게임을 연상케 하는 실시간 전투로 구현되어 캐릭터를 조작하는 재미도 강조됐다. 시각 요소와 컨트롤 요소 모두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한 셈이다.

다만 일부 구간에서 저화질 텍스처가 나타나고 NPC 디자인이 성의 없이 그려진 부분이 많다는 것은 아쉽다. 이 게임의 가치 중 추억 속의 게임이 현대 기술을 만났을 때 나타나는 상승효과를 확인하는 것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발사 측에서 더욱 신경을 썼어야 할 부분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는 90년대에 파이널판타지7를 즐겼던 이들을 위한 선물과도 같은 게임이다. 하지만 그 명성만 듣고 원작은 해보지 못 한 이들이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를 접한다면 그렇게 특출난 것이 없는 게임으로 여겨질 공산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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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에닉스는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의 말미에 게임의 스토리가 원작과는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했다.

결국 추후 출시될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후속작에서 남은 이야기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마무리할 것인지에 따라 이번 리메이크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