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종편)이 IPTV와 케이블TV에 콘텐츠 사용료 3배 인상을 요구하면서, 유료 방송 시장 전반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가입자 감소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케이블TV는 일찌감치 종편의 사용료 인상 요구에 난처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치열한 갈등이 예고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종편은 최근 IPTV 및 케이블TV 사업자를 만나 유료방송 가입자당 콘텐츠사용료를 종전 50원 수준에서 150원 수준으로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플랫폼 사업자는 지상파와 종편, 프로그램제작사업자(PP)가 제작한 콘텐츠를 송출하기 위해 사용료 수준을 정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지상파는 재송신료(CSP)라는 이름으로, 종편과 PP는 프로그램 사용료라는 이름으로 매월 콘텐츠 제공에 따른 사용료를 받아왔다.
최근 종편은 IPTV 케이블TV와 사용료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용료 지급 체계를 기존 프로그램 사용료 형태에서 CPS로 바꿔 줄 것으로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료 인상도 제시했다. 종편이 요구한 CPS는 월 150원으로 추정된다. 과거 종편이 부담하던 프로그램 사용료를 CPS로 환산 시 월 50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막대한 인상을 요구한 셈이다.
■ 종편이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는 배경은?
종편이 CPS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배경으로는 지난해 의무 재송신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 꼽힌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종편을 유료방송사업자가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대상에 제외했다. 지금까지는 IPTV와 케이블 등 유료방송 사업자가 반드시 종편을 반드시 편성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사업자 간 협상을 통해 자유롭게 편성이 가능해졌다.
종편은 이를 몸값 인상의 기회로 활용했다. 과거에는 반드시 편성에 포함돼야 했기 때문에 무작정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웠지만, 올해는 콘텐츠 역량을 근거로 종편이 자체 산정한 가치를 반영해 CPS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때 종편의 콘텐츠 가치를 높인 일등 공신은 TV조선이 제작한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다. 트롯 경영 대회를 주제로 지난해 5월까지 방영된 미스트롯은 최고 시청률 18.1%를 기록,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뛰어넘는 인기를 끈 콘텐츠다, 미스트롯에 이어 제작돼 방송 중인 ‘미스터트롯’은 최고 시청률 28.1%를 기록하며, 전작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고 있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특정 종편 사업자의 CPS 인상 요구를 수용할 경우, 다른 종편 사업자에게도 같은 수준의 CPS를 줄 수밖에 없”며 “지상파 방송사의 CPS 인상 요구에 이어, 종편까지 상당한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전했다.
■ 유료방송 “최악의 경우, 종편 편성 제외 고민”
유료방송사업자는 종편의 CPS 인상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종편에 앞서 협상을 진행 중인 지상파가 20%대의 CPS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자의 부담은 가중된다.
특히 케이블TV는 종편의 CPS 인상 요구를 ‘생존’과 연계해 고민하고 있다. IPTV의 경우 통신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지만, 개별 케이블TV 사업자의 경우 가입자 감소 등의 영햐응로 수익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최악의 경우, 종편을 편성에서 제외하는 강수까지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지상파는 유료방송이 임의로 송출을 중단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방송 재개를 명령받지만, 종편은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CPS 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도 된다"며 “최악의 경우 종편을 채널 편성에서 제외하거나 골드 번호가 아닌 뒷번호 대에 배치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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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의 CPS 인상이 중소PP의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료방송 사업자의 콘텐츠 수급비용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종편의 CPS 인상 수용은 중소PP사업자에 대한 사용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나아가 국내 미디어 콘텐츠 시장 생태계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로도 이어진다.
PP업계 관계자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자에게 더 많은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향은 옳지만, 콘텐츠 경쟁력이 아닌 부분을 앞세워 사용료 인상을 요구해서는 안된다"며 "종편의 경우 보도 기능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협상력 우위에 있는 만큼, 객관적인 콘텐츠 경쟁력 평가에 기반한 사용료가 책정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