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암호화폐 리브라가 대형 난관에 봉착했다. 전세계 금융 규제 당국의 집중 견제로, 발행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주요 통화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규제가 정립되기 전까지 페이스북이 리브라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20억명의 사용자 기반을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이 디지털화된 화폐를 발행할 경우 자국의 법정통화와 경쟁하거나, 기존 금융 시스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16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해명에 나설 예정이다. 리브라 출시 가능 여부가 달린 규제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지 페이스북의 전략이 이날 공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이 사적인 국가를 만들게 둘 수 없다"...주요 통화국, 리브라 규제에 한목소리
페이스북은 지난달 18일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와 리브라를 보관하고 전송할 수 있는 지갑 칼리브라를 내년 1분기 내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리브라는 개인 간 송금에 먼저 활용될 예정이다. 기존 은행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전세계 17억명의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리브라를 이용하게 될 것으로 페이스북은 기대하고 있다. 이후에는 온오프라인 결제는 물론 뱅킹, 대출, 신용 거래 등 모든 금융 서비스에 이용할 수 있도록 쓰임새가 확대될 예정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주요 통화국들은 이런 리브라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페이스북이 디지털 세계에서 통용되는 주권 통화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미국에선 대통령부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 재무장관까지 나서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15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암호화폐에 대해 "일반적으로 암호화폐는 돈 세탁이나 테러자금 조달 등에 사용될 수 있으며 이는 국가 안보가 관련된 문제"라고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페이스북 리브라에 대해선 "높은 수준의 개인 정보 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금융 규제 기관에 납득시켜야 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트위터에서 자신은 "비트코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운을 뗀 뒤, 페이스북를 향해 "은행이 되고 싶다면 다른 은행들처럼 모든 은행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견제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0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는 프라이버시, 자금 세탁, 소비자 보호, 재정적 안정성 등의 여러 심각한 우려를 안고 있다"며 "이런 우려들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밖에서도 리브라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브루노 르 메레 프랑스 재무장관은 11일 상원 연설에서 "기업은 절대 사적인 국가가 될 수 없다"며 "리브라가 유로와 같은 정부 지원 통화와 경쟁하는 주권통화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도 11일 재무안정성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페이스북이 매우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리브라가 출시에 성공하면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는 결제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런 시스템은 처음부터 견고하게 안정적여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시작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 전략은? 전세계 규제 준수 약속...디지털통화 세계서 미국 주도권 확보도 강조할 듯
리브라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페이스북 자회사 칼리브라의 데이비드 마커스 최고경영자(CEO)는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리브라를 둘러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마커스 CEO는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발언서에서 리브라가 주권 통화 성격을 띠지 않는 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규제 준수를 약속했다. 세계 각국 정부가 리브라 발행으로 자국의 통화정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상황을 고려한 입장 표명이다.
그는 "리브라 리저브를 관리하는 리브라연합은 어떤 주권통화와 경쟁하거나 통화정책 영역에 진입할 의도가 없다"며 "통화 정책은 중앙 은행의 행정 영역으로 페이스북은 규제 우려를 완전히 풀고 적절한 승인을 받을 때까지 리브라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서에서 "미국이 디지털 통화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 통화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 정부의 승인이 결국, 리브라 성공의 핵심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마커스 CEO는 "반드시 미국이 디지털 통화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며 "우리가 행동에 실패면 완전히 다른 가치를 가진 다른 누군가가 통제하는 디지털 통화를 보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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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업계에서도 리브라 발행이 결국 미국의 달러 패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페이스북이 강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국내 블록체인 업체 체인파트너스는 '페이스북 리브라 청문회 관전 포인트 리포트'를 통해 "페이스북이 이미 달러를 발행하는 연준과 리브라에 대한 논의를 했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은 디지털화폐로서 리브라의 특이성을 강조하며 리브라는 달러 패권에 해가되지 않는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