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코믹스와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일이 집안일이라고 한다. 열심히 해도 티나지 않는데 어쩌다 하루 스치면 금세 티가 나는 게 이 일이란다. 사실 주방싱크대가 늘 반짝거린다거나, 쉰내 나지 않는 보슬보슬한 침구에서 아침마다 눈을 뜰 수 있다거나, 집안 대소사가 무리없이 돌아간다는 건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알게 모르게 쉼없이 챙겨야 가능한 일이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더라도 부모님 댁에서 독립을 하거나 직접 자신의 가족을 꾸리게 되면 마주하는 실체다. 어쩌면 집안일은 매일매일 해결해도 자기복제로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일종의 괴물같은 존재다.
레진코믹스 웹툰 ‘본격 주부고등학교’(작가 나줌마)는 이처럼 괴생명체나 다름없는 집안일을 주 담당하는 주부들의 일상을 독특한 설정을 통해 보여주는 코믹 학원물이다. 시대적 배경은 사회 각 분야의 건강한 구성원 양성을 위해 주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급기야 '주부'가 촉망받는 엘리트 직업군으로 거듭난 가상의 미래다. 이제 사회는 프로주부를 양성하기 위해 전문 교육기관을 만들고, 새로 생기는 주부고등학교의 인기는 웬만한 과학고나 특목고의 인기보다 더하다.
웹툰은 명문 주부고등학교 신입생이자 주인공인 '최미남'과 주변인들이 이처럼 당대의 촉망받는 직종인 '프로주부'가 돼 가는 과정을 만화적 요소에 더해 현실감 넘치는 정보와 함께 보여준다. 주부고에서는 일반고 교과과정에 더해 육아, 청소, 요리 등 미래의 프로주부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덕목을 배우는데, 이때마다 이유식 먹이는 법이라든가 자신만의 청소 스타일법 만들기, 집안일로 쌓인 스트레스 푸는 법 등도 소개되며 보는 이들의 현실적 공감을 자아낸다.
그 중 학과 특별과정으로 가상 결혼생활 체험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이야기는 다르지만 언젠가 TV를 통해 본 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진행된 가상 육아체험 수업이 문득 떠올랐다.
청소년기의 혼전 임신과 출산이 가져다주는 현실을 설교가 아닌 스스로 느끼게 하려는 수업과정으로 기억한다. 학생들 스스로 일정기간 동안 신생아의 신체리듬에 맞춰 밤잠 설치며 자신의 인형을 먹이고 재우고 챙기는 일을 반복하도록 해 계획하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맞닥뜨릴 현실이 어떤 것인지 가상으로나마 경험하고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한 인상깊었던 프로그램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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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본격 주부고등학교'라는 코믹 학원물을 보며 진지하게 진짜 현실 이야기가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만화 속 인물들이 배우고 체험하는 다양한 현실이 실은 웹툰 밖 학생들에게도 성인이 되기 전 한번쯤은 제공해야 할 교과 과정 같아서다.
코믹 학원물임에도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와 해결책으로 보는 재미를 더한 '본격 주부고등학교'는 레진코믹스에서 48화로 완결돼 서비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