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 쇼미더웹툰] “네 탓이 아니야”…‘삐딱한 기억 사전’

작가 김팍새 작품, 매주 수요일 연재

인터넷입력 :2019/05/30 08:30    수정: 2019/07/16 15:43

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코믹스와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레진코믹스 웹툰 '삐딱한 기억 사전(작가 김팍새)', 자료제공 : 레진엔터테인먼트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위 메시지는 검색창에 특정 단어를 입력하면 가장 먼저 보여지는 결과값이다. 언제부터 인지 우리는 세상 소식을 통해 특정한 한 단어를 자주 접하며 살고 있다. 그럴수록 부디 내가 알고 있는 이들을 통해서는 이 단어를 전해 듣지 않길, 언젠가는 우리의 일상에서 낯선 말이길 바라게 된다.

레진코믹스 웹툰 ‘삐딱한 기억사전’(작가 김팍새)은 특정한 이 단어와 연관된 이야기다. 작품은 주인공인 ‘팍새’가 대학동기이자 룸메이트인 ‘콩지’의 하마터면 큰일날 뻔한 극단적 선택을 마주하게 되면서 경험하는 복잡한 감정을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은 이를 통해 친구의 인생과 친구의 선택 앞에 마주 선 자신을 돌아보며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본다.

주인공 팍새의 어린 시절은 팍팍했다. 그녀는 세상 물정 모르는 시절부터 장마라도 내리는 날이면 종일 집안에 든 물을 퍼내야 했고, 지하방에 햇볕 드는 날에도 머리 위 창가에서 들려오는 행인들의 구두소리와 담배꽁초 쌓이는 모습에 익숙한 채 살아야 했다. 팍새는 가난 속에서는 우울이라는 감정마저 사치스럽다 여기며 얼른 자라 독립해서 머리 위에 땅이 아닌 하늘이 있는 나만의 공간을 갖길 바랐다.

그렇게 성인이 된 팍새, 이제 그녀는 원하던 대로 홀로서기를 시작해 비록 옥탑방일지라도 물 안 새고 머리 위 창가에 담배꽁초가 쌓이지 않는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콩지는 그런 팍새가 만난 세번째 룸메이트이자 대학 동기다. 성격은 다르지만 팍새는 룸메이트 콩지와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녀가 가진 우울도 자신이 잘 보듬어주면 괜찮아질 거라 여겼다.

그런데 팍새의 예상과 달리 콩지의 마음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녀가 외롭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매번 임시방편일 뿐, 콩지의 마음은 점점 더 병들어간다. 급기야 감기가 옮겨지듯 팍새에게도 어두운 감정이 찾아 드는데… 그렇게 두 사람의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어느 밤, 팍새는 본능적으로 평소와 다름을 느껴 저도 모르게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콩지가 흐느끼며 말한다. ‘이미 먹어버렸는데’

레진코믹스 웹툰 '삐딱한 기억 사전(작가 김팍새)', 자료제공 : 레진엔터테인먼트

그녀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해 오랜 시간 괴로워하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것. 찰나의 시간, 팍새의 머릿속에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광경이 떠오르는 한편 자신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한 콩지에게 화가 난다. 한데 구급차를 부르지 말고 자기를 그냥 내버려두라는 콩지의 간절한 부탁을 듣자 순간 망설이는데...

팍새는 자신의 망설임이 소중한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인지 아니면 지금까지의 힘든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어서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다. 찰나였지만 긴박한 상황 앞에서 망설이는 자신과 이 모든 상황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도 혼란스럽다.

작품은 극단적 선택을 하려했던 이와 그 선택 앞에 의도치 않게 마주선 이,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마주한 찰나의 감정들, 하지만 스스로 극단적 선택의 끝에 섰어도 손을 잡아주길 바라는 이의 심정을 통해 새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참 많은 이들이 녹록치 않은 세상에서 드러내지 않을 뿐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안고 하루를 살아내고 버텨내고 있다. 작품은 이들에게 오늘 하루도 애썼다고, 그래도 살아냈고 살고있으니 잘한거라며, 스스로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 힘들어 하는 이, 그런 이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부담감에 죄책감을 느끼는 이, 그리고 현재는 어느 한쪽에도 속해 있지 않으나 완전히 미래의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 장담할 수 없는 이들 모두에게 ‘네 탓이 아니야’라는 위로를 건네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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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에세이 제목처럼 죽고 싶어도 떡볶이는 먹고 싶을 수 있고, 죽을 만큼 힘들다고 진짜 죽고 싶은 건 아니니까, 어리광이라고 해도 좋고 삶의 무게를 견뎌낼 만큼 강하지 않다고 해도 좋으니 힘들 때 등 빌려주고 내 무게를 알아봐 주면 좋겠는, 그냥 다 괜찮으니 내려놓지 않게 해달라는 마음이 간절한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상처의 모양과 크기는 다를지라도 동시대인들의 삶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웹툰 ‘삐딱한 기억 사전’은 2018년 10월부터 매주 수요일 레진코믹스에서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