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31일 양일간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안스스토리'는 '미녀와 야수'를 모티브로 한 마술 뮤지컬이다. 노파의 저주에 걸린 왕자 '안스'가 자신의 저주를 풀어 줄 미녀 '벨'을 만나 벌이는 모험을 담았다. 극 중간 중간에 50여 개의 마술이 실시간으로 펼쳐져 주목받기도 했다.
주목할 것은 해당 공연의 음향이다. 한전아트센터는 2001년 한국전력의 사회공헌 일환으로 설립되었지만 음향 시설이 취약해 공연 전문가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다.
이런 극장에서 공연할 경우 음향 효과나 배경음악(BGM)을 전달하기 위해 음량을 지나치게 높이게 되며 이는 소리 왜곡을 가져온다. 소리는 귀를 찌를 정도로 크게 들리지만 정작 가사 내용이나 대사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나 '안스스토리' 공연장에서 체험한 음향은 기대 이상이다. 배우들의 대사 전달은 물론 배경음악이 비교적 명확히 전달되고 칼이 부딪히는 음향 효과가 맺히는 위치도 구분이 가능했다.
■ 뮤지컬 공연의 숨은 조력자 '실감음향 기술'
'안스스토리'는 국내 실감음향 전문기업인 소닉티어가 개발한 10.2채널 음향 기술이 최초로 적용됐다. 배경음악(BGM)과 각종 음향효과를 각각 10.2채널로 분해한 다음 총 12개의 우퍼와 스피커를 이용해 소리 이동이나 대사 전달 등을 자연스럽게 구현했다.
이 공연의 음향감독을 맡은 예원예대 뮤지컬 학과 오진수 교수는 국립국악원 무대과장, 무대음향협회 회장,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극장 음향감독 등을 역임한 음향 전문가다.
오 교수는 "국내 공연장은 대부분 연극 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의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다목적으로 설계되어 음향 전달에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소닉티어가 개발한 다채널 실감음향 시스템에 대해 알게된 후 이를 뮤지컬에 적용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이번 공연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소닉티어는 '안스스토리'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협력했다. 예를 들어, 물체를 던질 때 나는 효과음은 실제로 무대 앞에서 뒤로 이동하도록 배치하는 등 소리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음악 역시 10.2채널로 마스터링됐다.
■ "10.2채널 음향으로 관객의 심리까지 잡았다"
한전아트센터의 음향 시설은 소닉티어의 10.2채널 실감음향이 적용된 음향을 소화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오진수 교수와 소닉티어는 공연장의 벽에 70% 이상 추가로 스피커를 설치해 다채널 환경을 만들었다.
오 교수는 "지금까지 음향 효과는 단순히 소리 음량을 조절해 이동하는 효과를 흉내내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숲 속 소리나 천둥 소리 등 실제 자연 현상은 물론 칼 휘두르는 소리나 여러 효과음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관객들의 심리 상태에 변화를 가져오는 데 충분한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런 음향의 향상은 배우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무대 위의 배우들은 관객들이 객석에서 어떤 식으로 소리를 느끼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몇몇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소리를 듣고 '이런 음향 효과가 있었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 "뮤지컬 감동 반감시키는 '나쁜 소리' 벗어나야"
이번 공연은 소닉티어의 실감음향 기술이 실제 연극에 적용된 최초 사례다. 오진수 교수는 처음 시도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거뒀지만 시행착오 또한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사실 보다 자연스러운 효과를 얻으려면 천정은 물론 관객의 머리 위 등에 스피커를 더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설치 환경이나 안전 문제 때문에 이것이 쉽지 않다. 또 음향을 튜닝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라 더 나은 소리를 들려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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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수 교수는 열약한 국내 뮤지컬 공연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국내 공연되는 뮤지컬 중 정작 음악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목욕탕 사운드'를 들려주는 작품들이 절반 이상이다. 좋은 음향시설이 갖춰진 영화관을 일부러 찾아가는 마니아들이 있는 것처럼 국내 공연 현장도 음향을 특화시킨다면 관객들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