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만 예순 셋이 된 아버지께 '토스'를 알려드렸다. 몇 차례 번호만 누르면 돈이 이체되는 광경에 깜짝 놀라셨다.
옛 주택은행 시절부터 KB국민은행 충성고객인 아버지께선 공인인증서가 처음 나오던 무렵 얘길 하셨다. 인터넷 뱅킹을 위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으면서 눈칫밥에 배불렀던 때가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은행들은 왜 이런 간편한 서비스를 적용하지 않느냐고 물으셨다.
물론 은행들도 문턱을 낮추려고 애를 쓰고 있다. 사설 인증을 도입하는 등 이체 장벽을 허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어르신들은 여전히 공인인증서를 부여잡고 낑낑대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토스가 편한 이유는 간명하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전엔 종이 전표에 이체 금액을 쓰고 계좌번호를 적어 영업점 창구에 가야만 돈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게다가 다양한 선택지는 결합과 화합, 경쟁 삼박자로 변주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25일 발표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은 변화의 액셀러레이터로 작용할 것이다. 혁신 방안의 기본 골자는 명확하다. 정부가 결제와 계좌 정보를 한 데 묶어 필요로 하는 핀테크와 은행에게 현재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결제와 계좌 정보를 모두 갖고 있었던 은행의 공고한 울타리는 허물어질 가능성이 많다. 이를 기반으로 핀테크기업들이 은행보다 간편한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금융위는 올해 2분기 전자금융업 종합 개편방안을 통해 소규모 라이선스 인가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계좌정보사업자와 마이페이먼트 사업자인 결제정보사업자 등으로 라이선스에 대한 큰 그림은 나온 상태다. 이는 결국 '은행업'이란 라이선스가 큰 의미가 있는지 반추하게 될 것이다. 은행 라이선스는 핀테크 사업자에게 별 매력없는 요소가 될 것이며, 고객들은 은행의 외연을 쓴 핀테크 업체에 매료될 가능성이 크다.
관련기사
- 금융지주, 핀테크에 은행간 금융결제망 개방키로2019.02.26
- 최종구 "금융결제망 전면 개방해 금융강국 도약"2019.02.26
- 금리 상승기 상환 부담 줄여주는 주택담보대출 2종 출시2019.02.26
- "핀테크가 전통 금융보다 우위에 설 날 곧 온다"2019.02.26
물론 은행도 다가오는 경쟁을 눈감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의사를 밝혔다. 아예 디지털 뱅킹의 새 판을 짜겠다는 야심을 강하게 드러냈다. 다른 은행은 '디지털 전환'을 올해 중대 전략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는 지금의 고객이 이탈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새로운 플레이어가 없다는 것을 가정으로 한다.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이 최대 2개까지 더 생기고, 보지 못했던 핀테크 업체들이 생길 예정이다. 우선 은행은 자문해야 한다. 은행이 핀테크 사업자와 차별화된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