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20년까지 모든 공공 웹사이트를 '노 플러그인(No-Plugin)'으로 만들려 한다. 현존 액티브X(ActiveX)와 각종 실행파일(EXE)형 부가프로그램 등 '플러그인'을 모두 제거한다는 정책이다. 이게 실현된다면 대국민 정부 서비스가 유발하던 스트레스 지수를 확 낮춰줄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40억여원 규모의 공공 웹사이트 플러그인 제거 예산을 확보했고, 연내 사업을 발주할 계획이라 한다. 수행 자체는 내년으로 '이월'되겠지만, 연내 사업자 선정을 통해 2018년 예산을 집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현재 담당 부서인 정보자원정책과의 설명이다.
분명 공공 웹사이트에 '플러그인 도입'이 아니라 '플러그인 제거'에 돈을 쓴다는 것 자체가 반길 일이다. 전자정부 사업이래 처음이다. 액티브X 없앤다며 브라우저별 플러그인, OS별 실행파일로 바뀐 부가 프로그램에 돈을 쓰던 상황에서 마침내 벗어날 첫 걸음을 뗄 수 있게 됐다.
행정안전부가 2020년까지 이 사업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그에 앞서 한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2018년 노플러그인 선도사업을 이행하지 못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명확한 상황 판단을 통해 정책 목표를 실행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단 정부가 노플러그인 정책을 강조한 배경을 되짚어 보자. 먼저 작년말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플러그인' 공공 웹사이트 구축을 정책 목표 삼고, 공공 웹사이트에서 플러그인을 많이 쓰게 하는 공인인증서 등을 쓰게 만든 법제 개선과 행정절차 변경을 지시했다.
이어 행정안전부는 올해 1월 연내 공공 웹사이트 30곳의 플러그인을 제거할 계획이라 발표했다. 이 30곳의 플러그인 제거 계획을 3월부터 '공공 웹사이트 플러그인 제거 선도사업 계획'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어 5월 '공공 웹사이트 플러그인 제거 가이드' 연구용역도 착수했다.
계획대로라면 하반기엔 30대 공공 웹사이트 선정과 사업 공고가 이어졌어야 했다. 가을쯤 입찰 업체를 선정해 초겨울까지 웹사이트 플러그인 제거 작업을 마치고, 지금쯤 완료보고회를 열거나 노플러그인 버전의 '정부24'와 국세청 '연말정산' 사이트 시범운영에 들어갔어야 했다.
그런데 실제 추진상황은 전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최근에야 예산이 확보돼, 이제야 공고를 낼 수 있게 됐다. 여전히 선도사업 대상 웹사이트 목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나마 예산 규모로 보면 당초 계획한 주요 30대 공공 웹사이트의 플러그인을 제거하긴 어려워 보인다.
당초 정부는 2020년까지 공공부문 플러그인 완전 제거 목표와 함께 국세청 연말정산과 정부24 등 국민의 공공 웹사이트 이용량 90%를 차지하는 30곳을 추려 올해 안에 새단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했다. 하지만 계획상 일정을 맞추지도,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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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행정안전부가 연내 선도사업 대상 공공 웹사이트 30곳을 확정하지 못하고 하반기중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관련 문의에 돌아온 공식 답변은 '예산 문제는 없다'는 얘기뿐이었다. 담당자가 수차례 정직하지 못한 답변을 내놨거나,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했단 얘기다.
행정안전부는 플러그인 제거 가이드 연구용역 결과도 착수 반년만인 지난달 내놓았다. 진작 나왔어야 할 결과를 발표하면서 굳이 "체계적으로 플러그인을 제거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됐다"고 자화자찬하느니,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걸 사과하는 편이 나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