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두 곳이 국내에 설립된 지 1년 여가 흘렀다. 정부는 국내은행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자들의 은행 소유 지분 제한을 풀어주는 은산분리를 단행하고, 내년에는 또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 모바일 뱅킹의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이 은행업계를 바꿔놨다고 판단한 셈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을 꾀한 플레이어를 직접 만나 인터넷전문은행 개설을 준비 중인 기업에 영감을 줄 수 있도록 '인터넷전문은행 혁신 플레이어를 만나다'를 세 편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카카오뱅크가 대박 친 상품을 하나만 꼽자면 '체크카드'일 것이다. 카카오의 네 캐릭터(어피치·무지·라이언·콘)가 그려진데다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색감까지. 발급 시점인 2017년 7월말, 여름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인기는 날로 높아졌다. 라이언 캐릭터 체크카드 발급을 원하는 고객들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카카오뱅크의 은행장은 라이언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카카오뱅크 지급결제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으로 발급된 체크카드 수는 600만장. 카드의 연 발급 장수가 30만이면 '대박'이라는데 이를 20배나 뛰어넘었다.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를 만든 이들은 누구일까. 최근 경기도 판교 카카오뱅크 사옥에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의 신화를 쓴 혁신 플레이어를 직접 만났다.
■ 2교대로 돌아간 카드 발급실…"이 기록 다신 안나올 것"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를 만든 이들은 카카오뱅크 상품파트 지급결제팀이다. 카드의 디자인과 색감부터 시작해 캐시백과 이벤트 등을 기획하고 카드 안내장의 봉투까지 카드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팀이다. 남선우 팀 리더와 이성미, 지명훈 매니저로 팀이 구성됐다. 카카오뱅크는 직원 간 수평 문화를 위해 영어 이름으로 부르는데, 남선우 리더는 엘리엇이다. 이성미, 지명훈 매니저 별칭은 각각 샤론, 메이슨이다.
이들은 체크카드가 이 정도로 인기를 끌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샤론 매니저는 "카카오뱅크 오픈 자체가 휴가 시즌이었기 때문에 휴가가서 관심을 못받으면 어떡하지 싶었다"며 "카드업계에서 이 정도 사례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샤론은 "카드사에서 1년 동안 30만개 발급하면 '되게 잘했다'고 한다. 근데 첫 날에 20만장 이상의 신청이 들어와 놀랐다. 이제와서 얘기하지만 카드를 전산 상 신청하면 신청은 되지만 이를 발급하는 발급실은 난리가 났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 리더 역시 "KB국민카드 발급실에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발급을 업무 대행한다. 이 곳이 가장 많이 찍는다고 하면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카드 수가 평균 4만장 수준이고 배송해주는 인력 역시 4만~5만장이다"면서 "발급실이 2교대를 하는 등 난리가 났었고 더울 때여서 발송하시는 분들도 고생을 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샤론 매니저는 " 100만개도 잘한거다 생각했다"며 "자만심일 수 있지만 다른 어딘가가 나와도 이 기록을 못깰거 같다"고 장담했다. 캐릭터와 디자인의 힘이 아니냐는 질문에 샤론은 "그걸 부정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디자인이 제 역할을 한 것이지만 월 평균 22건 가량의 결제가 이뤄진다. 소장용으로 보지 않고 쓴다는 것은 고객에게 혜택이 되는 카드 상품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단 하나뿐인 카드…"디테일 모아 심플하게 만들었다"
지급결제팀은 모두 카드사 출신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대표나 은행장이 바뀌었거나, 새해가 됐기 때문에 해마다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하는 과거를 반복하지 말자고 기본 콘셉트를 잡았다고 했다. 엘리엇 리더는 "나도 10~15장의 카드를 갖고 있지만 실제 쓰는 것은 3~4장 정도"라면서 "이벤트와 혜택이 복잡하다고 고객이 모두 받아가는 것은 아니다. 심플하면서도 알차게 만들자는 논의를 가장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특히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의 혜택 방식은 참신하다. 6개월 단위로 프로모션이 바뀌는 '시즌제'를 적용한 것. 6개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았던 혜택은 유지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새로운 혜택으로 교체된다. 벌써 시즌 3이며, 내년 2월 시즌 4 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유가 뭘까. 엘리엇 리더는 "어떤 식으로 고객에게 차별화하는 혜택을 줄까 치열하게 논의한 결과 상품 하나에 집중하고, 6개월 단위로 다양한 혜택을 드리자는 데 중지가 모였다"고 설명했다.
샤론 매니저는 "카카오뱅크의 기본 혜택은 단순하다.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 시 평일에는 결제금액의 0.2%, 주말에는 0.4%를 캐시백해주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적다고 여기는 고객들에게 서비스 보완 차원에서 프로모션을 시즌제로 가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카드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만큼 리더 및 매니저들은 고객은 알지 못하는 디테일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샤론 매니저는 "캐릭터 마다 동봉되는 안내장 색이 다르다. 제작물도 기존 카드사는 가로로 돼 있는데 카카오뱅크 체크카드가 세로다보니 안내 제작물도 세로로 바꿨다"고 짚었다. 메이슨 매니저는 "카드사들은 봉투가 뜯기는 방식과 잘 뜯기는가도 고민한다"며 "우리 역시 카드가 동봉된 봉투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엘리엇 리더 역시 "이렇게 바꿨다고 편히 말하지만, 기존의 양식과 다르게 기계를 맞추고 선도 디자인도 모두 신경썼다"면서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가 심플하다고 하지만 이런 단순함을 추구하기 위해 디테일에 대해 엄청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세한 조그마한 모든 것을 다 고민했다. 조그만한 것들이 모여야 심플함이 된다"고 거론했다.
■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 선보일 것"
카카오뱅크 지급결제팀은 최근부터 20대 여성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 1년 여가 흐르고 체크카드를 사용하면서 카카오뱅크만의 결제 데이터가 쌓였는데, 이를 분석한 결과 20대 여성의 사용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샤론은 "전체 사용 비중을 보면 남자가 52%, 여자가 48%인데 20대는 여자 사용 비중이 56%, 남성이 44%다"고 말했다. 메이슨 매니저는 "우리 상품을 사랑해준 2대 여성 고객층을 위해 작지만 새로운 이벤트를 해보면 좋을까 싶어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등을 따라 20대 여성을 공부 중"이라며 "카카오뱅크의 흥행을 도와줬던 분들을 위한 감사함"이라고 말했다.
엘리엇 리더는 내년 중으로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을 선뵌다는 계획도 내놨다. 엘리엇은 "지급결제팀이니 체크카드만 하는 것이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도 업무 중 하나"라며 "첫 발을 체크카드로 내딛었다. 빠르면 내년에 순차적으로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을 선보일 것이니 기대해달라"고 강조했다.
■ 카뱅 체크카드 '부모'가 알려주는 깨알 팁
1. 기본 캐시백은 전월 실적 조건이 없다. 무조건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 시 평일에는 결제금액의 0.2%, 주말과 공휴일에는 결제금액의 0.4%를 캐시백해준다.
2. 시즌제 이벤트는 전월 실적이 있다. 30만원이다. 하지만 다른 카드사는 혜택을 본 실적을 제외해 전월 실적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A카드사에서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 시 주유비 50% 할인이라고 하면, 할인받은 주유비는 전월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카카오뱅크는 그렇지 않다. 할인 혜택 받아도 전월 실적에서 제하지 않는다.
3. 시즌 3 이벤트 최대 캐시백 한도는 월 6만2천원이다. 매번 캐시백 한도는 높아졌다. 시즌 1때는 최대 4만원, 시즌 2때는 5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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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프로모션 업종에서 할인 혜택을 받은 뒤 이틀 뒤(2거래일)에 어떤 캐시백을 받을 것인지를 문자메시지를 통해 알려준다. 이틀 뒤 문자가 와도 놀라지 말자.
5. 캐시백이 입급되는 시점은 매월 10일이다.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어디서 왜 캐시백을 받았는지 상세히 알려줘 별도 문의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