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혹독한 겨울나기에 PC 업계 '시름'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 직격탄..."조달 수요 충족할 대안 없어"

기자수첩입력 :2018/11/19 11:28    수정: 2018/11/19 12:49

지난 14일 시장조사업체 한국IDC는 올 3분기 국내 PC 출하량이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줄어든 90만 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내 PC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두 자릿수 감소세는 이례적이다. 한국IDC는 이런 감소세의 원인을 공공 부문 수요 축소에서 찾았다.

국내 중소·중견 PC 제조사 관계자들은 조달용 PC 출하량 감소 원인을 인텔 프로세서로 지목한다. (사진=인텔)

한국IDC는 "올 3분기 공공 부문의 PC 출하량이 6만 3천 대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이는 상반기 PC 대규모 교체에 따라 하반기 물량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내 중소·중견 PC 제조사 관계자들은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예년처럼 쉽게 들어오지 않으니 자연히 조달용 PC 출하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 현장에서 접한 국내 중소·중견 PC 제조사 관계자들의 표정은 불과 몇 개월 전과 확연히 다르다.

게임용 고성능 PC를 판매하고 있는 일부 업체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매출의 많은 부분을 조달에 의존하는 중소 업체는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형편이다.

대규모 물량을 요구하는 공공 기관의 입찰은 유찰되는 한편 비교적 프로세서 수급이 수월한 소규모 조달 공고에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인텔 코어 프로세서 대신 AMD 라이젠 프로세서를 쓰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올 법 하다. 그러나 조달 입찰 조건에서 은연중에 인텔 프로세서를 요구한다는 것이 문제다.

AMD 프로세서의 조달 PC 납품 실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길게는 십여 년 전, 혹은 5년 전 프로세서 발열과 메인보드 문제로 호된 맛을 본 조달 담당자들의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최근 일부 납품 사례가 있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업무용이 아닌 소규모 실습실 등이 대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달 초 1만 7천 대 규모의 경찰청 사무용 PC 사업을 따낸 한 업체를 두고 여러 가지 말이 오간다. 대체 그 많은 프로세서를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의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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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체 관계자는 "고육지책으로 해당 업체의 하청 건이라도 노려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 놓았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인 인텔 프로세서 수급은 일러도 내년 2월이나 되어야 차츰 정상을 되찾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중소·중견 PC 제조사에게 올 겨울은, 지난 겨울 이상으로 춥고 매서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