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0만대 규모인 국내 조달PC 시장이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의 직격타를 맞았다. PC 핵심 부품인 프로세서 수급난이 4분기 들어 현실화되면서 PC 제조 공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조달PC 제조사들이 인텔 프로세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올 하반기 최대 규모 조달 사업으로 꼽혔던 경찰청의 업무용 PC 사업도 세 번이나 유찰되는 등 혼란에 빠진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조달PC 시장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4분기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인텔 프로세서 공급 정상화는 일러야 내년 1분기로 예상된다. 관련 업체들도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하고 있다.
■ 국내 중소 PC업체, 수급난 '직격탄'
시장조사업체 IDC와 가트너 기준 '빅5'로 통하는 글로벌 주요 업체들은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의 피해를 최소화한 상황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삼성전자 역시 미국 인텔 본사에 인력을 파견해 내년 3월까지 필요한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연간 40만대 규모인 국내 공공기관 조달PC 시장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인텔 프로세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 공급되는 인텔 프로세서 전체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량 줄어 든 상황이다. 대부분의 조달 업체들은 단가 문제로 8세대 코어 프로세서보다는 7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주로 사용한다.
인텔은 8세대·9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제온 프로세서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보급형 프로세서는 물론 7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생산 우선순위도 뒤로 밀린 상황이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인텔 프로세서 가격이 9월보다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대량 구매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웃돈 주고 사고 싶어도 물건이 없다"
현재 데스크톱 PC는 중소기업자간경쟁제품으로 지정되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진출이 원천 봉쇄된 상황이다.
국내에서 조달PC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는 40개 전후이며 이 중 19개 회사가 정부조달컴퓨터협회에 가입해 있다. 이 협회는 회원사 PC 공동A/S 사업 등을 진행한다.
이 협회 관계자는 "현재 인텔 프로세서 수급 물량의 가장 큰 원인은 절대적인 수량이 부족하다는것이다. 단순히 가격이 오른 것이라면 이를 지불해서라도 구매하겠지만 그조차 수량이 없다"고 설명했다.
■ 1만 7천대 규모 사업도 번번이 유찰
현재 국내 조달PC 시장의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진행된 경찰청 사무용PC 조달 사업이다.
경찰청은 지난 9월 1만 7천대 규모 PC 리스 사업 조달 공고를 냈다. 이는 연간 40만 대 전후인 국내 조달PC 시장의 5%에 가까운 물량이며 배정된 예산만도 154억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이다.
예년 같으면 여러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입찰했을 사업이지만 올해는 세 번이나 유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TG삼보, 에이텍, 대우루컴스 등 대형 업체도 그만큼의 프로세서를 끌어 오지 못해 입찰을 포기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결국 조달청은 경찰청 PC 조달 사업에 예외사항을 적용해 일반 경쟁 방식으로 진행했다. 네 번째 입찰에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총 3개 업체가 참여했고 망분리 솔루션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한 중견업체가 낙찰됐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낙찰 후 75일 안에 1만 7천대를 납품해야 하는 이번 조달 사업의 특성상 해당 업체 단독으로 모든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대규모 조달 사업 차질... 4분기 실적 ↓"
조달PC 수주에 차질을 겪으면서 국내 PC제조사들도 4분기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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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대규모 물량을 요구하는 조달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소규모 조달 사업에 참여할 수 밖에 없어 올 4분기 실적에는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들은 그동안 조달PC에 써 왔던 7세대 코어 프로세서 대신 8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조기 전환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 수급난이 장기화되면 가격 상승 폭을 감소하더라도 오히려 8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물량 확보에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