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기술이 아닌 콘텐츠·스토리로 승부해야"

[인터뷰] AR SNS 앱 '두들러' 개발사, 마루소프트 김마루 대표

인터넷입력 :2018/11/16 10:39

"페이스북을 위시한 여러 소셜 미디어는 사실 자기 과시를 위한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플랫폼이 된 지 오래입니다. 대부분의 이용자들도 습관적으로 접속하죠. 이런 틀을 깨보고 싶었습니다."

마루소프트 김마루 대표. (사진=지디넷코리아)

AR(증강현실) 기반 소셜미디어 앱, '두들러(Doodler)'를 개발해 최근 애플 앱스토어에 런칭한 김마루 대표의 말이다. 지난 15일 기자와 만난 김마루 대표는 "침체된 AR 시장도 기술력이 아닌 이용자 참여 콘텐츠와 스토리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역 특화 내세운 '전주버스' 앱으로 인기몰이

김마루 대표는 국내에 스마트폰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10년부터 전주 시내 버스 정보를 안내해 주는 스마트폰 앱인 '전주버스'를 개발해 지역 대표 앱으로 키웠다. 전북대학교 재학중이던 2012년에는 마루소프트를 창업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카카오맵이나 네이버 지도 등 포털 지도 앱에서도 버스 노선 정보가 검색되지요. 하지만 전주 시내 신시가지를 지나는 노선은 정확히 검색이 안 됩니다. 오히려 전주 시민들은 포털 지도 앱으로 버스 정보를 찾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김마루 대표가 개발한 전주버스 앱은 정확한 버스 노선 정보와 도착 시간 뿐만 아니라 날씨와 미세먼지 정보 등 전주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생활정보까지 함께 제공한다.

전주버스 앱. 버스 노선 정보와 날씨, 미세먼지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런 지역 특화 전략이 성공해 지금은 전주 시민이라면 하루에 한 번 이상 쓰는 앱으로 성장했다.

"자체 집계 결과 노선 정보 확인은 일 평균 24만 번, 실시간 정류장 정보는 약 29만번 일어납니다. 월간 이용자는 약 300만 명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전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쓴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단순한 낙서 대신 '정보'를 낳는 AR 기능

마루소프트가 개발해 최근 서비스에 들어간 iOS 앱, 두들러(Doodler)는 AR 기술을 접목한 소셜 미디어 앱이다. 친구들의 소식이나 사진이 시간 순으로 배열되는 것은 기존 소셜 미디어 앱과 유사하다. 그러나 카메라로 주위 풍경을 비추면 친구들이 남긴 메모나 정보가 실시간으로 화면에 나타난다.

두들러 앱 실행 화면. 친구들의 소식과 사진이 시간 순으로 배열된다. (사진=마루소프트)

"버스 정류장에서 전주버스 앱을 쓰는 시민들의 모습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버스 정보를 확인하다가 날씨 앱으로 날씨를 확인하고, 그러다 다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을 쓰는 등 여러 앱을 번갈아 쓰더라고요. 이런 일련의 활동을 앱 하나로 묶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두들러는 '낙서하는 사람'이라는 이름처럼 개발 초기에는 AR 기술을 활용해 여러 곳에 그래피티 형태의 낙서를 자유롭게 남기는 형태였다. 김마루 대표와 주홍 기술이사를 포함해 총 세 명이 개발에 뛰어들었다.

■ JICA 자금 지원과 멘토링으로 아이디어를 키우다

김마루 대표의 이런 아이디어는 JICA(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스마트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으로 한층 다듬어졌다. 단순한 자금 지원 뿐만 아니라 멘토링을 통해 두들러 앱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는 것이 김마루 대표의 평가다.

"JICA와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의 연계를 통해 '카카오 게임하기'를 만든 이토이랩 박종훈 대표의 조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한 가지 중요한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누가 낙서를 직접 찾아가서 보려고 하겠냐'는 일침에 개발 방향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들러 앱 실행 화면. 다른 사용자들이 남긴 메모가 건물 위에 나타난다. (사진=마루소프트)

김마루 대표는 박종훈 대표의 조언에 따라 두들러를 AR과 메모가 결합한 지금의 형태로 바꿨다. 짧은 기간동안 두들러 앱 개발에 매달리다 보니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외주 개발도 잠시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여러 지원 사업들은 인건비 지원이 잘 안 됩니다. 그러나 JICA의 스마트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은 최대 70%까지 인건비도 지원되어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 "수익보다 플랫폼 확대가 우선"

두들러 앱은 최근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됐다. 주말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베타테스트를 거치기도 했다. 최근에는 JICA의 해외 시장 개척사업을 통해 중국 기업과 MOU를 맺고 광저우 문화재에 AR 기술을 투입하기 위해 협의중이다.

그러나 김마루 대표는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털어놓았다.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주요 콘텐츠인 이용자들의 메모를 늘리는 방안이다. AR 관련 개발이 비교적 수월한 iOS 기반으로 개발한 앱을 안드로이드로 확대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외주 개발을 여러 건 진행하면서 교훈을 얻었는데요, 플랫폼 사업에서 무조건 수익에 연연하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전주버스 앱이 지금처럼 자리를 잡기까지 5년 이상이 걸린 것처럼 두들러도 이용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콘텐츠와 스토리를 만드는데 집중하려 합니다."

■ AR 콘텐츠, 기술이 아닌 '스토리'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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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 콘텐츠는 2016년 '포켓몬고 쇼크' 이후로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포켓몬고 아류작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김마루 대표에게 AR 콘텐츠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사실 AR 기술은 예전부터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었죠. 그런데도 포켓몬고가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기술이 아닌 캐릭터와 IP가 주목받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AR 콘텐츠에서 기술력보다도 이용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