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핀'(Techfin)을 외치는 스타트업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처음 제안한 테크핀은 IT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금융사가 IT기술을 활용한 핀테크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지디넷코리아는 전통 금융시장에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테크핀 스타트업 강자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블록체인서울 2018'에서 만난 리빈(Liveen)의 김우섭 대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생태계를 막힘없이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권의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확고한 관점도 갖고 있었다. 김우섭 대표는 금융위원회가 선정한 지정대리인 기업인 피노텍을 이끌고 있다. 피노텍이 국내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과 내놓을 새로운 서비스와 블록체인·암호화폐 메커니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소상공인·서민위한 대환대출 플랫폼 내년 가동
김우섭 대표는 이번 지정대리인 제도 자체가 금융의 흐름을 바꾸는 큰 계기였다고 소감을 벍혔다. 김 대표는 "금융당국이 혁신적인 마인드로 변하고 있다"며 "대환대출 플랫폼을 본격 가동 시 금융위의 역할인 금융소비자 편의성 제고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정대리인 제도는 금융사의 핵심적인 업무인 대출, 이체, 보험심사, 인수 등을 조금 더 편리하고 혁신적인 형태로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피노텍이 이번에 내놓은 대환대출 플랫폼은 은행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제공되거나 별도의 플랫폼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된 주택담보대출을 3년 이상 보유한 대출자에게 유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기존에 이용했던 대출 상품보다 금리가 낮은 대출로 쉽게 갈아탈 수 있고, 인터넷등기소도 연결해 관할 구청과 등기소를 가지 않더라도 전자등기를 통해 부동산 등기를 정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우섭 대표는 "대환대출 플랫폼으로 값비싼 이자를 내야 했던 대출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라면서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 외에도 신용대출과 중금리 소액담보대출로도 확장이 가능한 모델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나, 소득 산정이 어려워 비싼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의 가처분 소득을 늘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 은행업 변해야 산다
김우섭 대표는 핀테크에게도 길을 열어준 지정대리인 제도 등을 봤을 때 은행업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변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2차 산업 시대는 토지와 기계 장치를 기반으로 한다. 토지와 기계 등이 담보인 금융플랫폼이 육성되는 게 맞았던 시기"라며 "4차 산업은 은행이 필요없다. 담보랄게 그나마 사무실의 임대 보증금 정도다. 4차 산업 시대에는 기존 은행 시스템으로 (2차 산업을 영위하는)기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이 중앙집중형으로 거래 장부를 관리하는 일 역시 블록체인 시대로 넘어가면 달라져야 한다고 짚었다.
김 대표는 "인터넷과 블록체인의 시대의 가장 큰 차별점은 인터넷은 자산을 이동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이와 반대로 블록체인은 노드들이 원장을 분산해서 저장하고 공유하며 자산 이동이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 시대에서는 자산을 이동하려면 중앙화가 돼야 한다. 은행을 예로 들면 100원을 송금하면, 100원을 송금한 디지털 데이터를 중앙화해 보관한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시켜 참여자들이 거래 데이터를 블록에 저장하고 공유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김우섭 대표는 "중앙집중화하고 유지하며 보수하는 비용이 탈중앙화해 참여자(노드)에게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더 저렴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탈중앙화에 따른 비용을 분산한 것이 바로 암호화폐며 노드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도 암호화폐"라고 말했다.
■ '디지털 월스트리트'·'크립토밸리' 조성해야
그러나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부의 지원이 미미하고 규제 역시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우섭 대표는 "코인공개상장(ICO)이나 암호화폐 등에 대해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태도가 분명하지 않다"며 "정부가 빠른 시일 내 태도를 언제까지 정할 것인지, 혹은 규제를 고민하고 있지 않다면 그렇지 않다고 정확한 발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암호화폐 거래나 ICO를 금지했지만, 신사업은 규제를 할 수가 없다"면서 "재능을 찾을 시간을 줘야 한다. 창의성이 창발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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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섭 대표는 제주도나 부산 등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실험해볼 수 있는 '크립토밸리' 조성도 시급하다고 했다. 또 크립토밸리 외에도 '디지털 월스트리트'를 구성하는 것도 국내 4차 산업혁명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거래소를 만들고 마치 미국의 '월스트리트' 처럼 수많은 암호화폐가 거래되게 하면 수많은 블록체인 기업이 우리나라로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