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핀'(Techfin)을 외치는 스타트업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처음 제안한 테크핀은 IT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금융사가 IT기술을 활용한 핀테크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지디넷코리아는 전통 금융시장에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테크핀 스타트업 강자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으로 뜨겁게 떠오른 국가가 있다. 베트남이다. 지난 3월부터 국내 장관들이 베트남을 순차적으로 다녀가면서 '한-베(한국·베트남)' 주최 행사가 매주 호텔에서 열렸다는 게 베트남 진출 업체의 증언이다. 기술력과 부지런한 인력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도 베트남에서 크게 '한건' 하지 않을까.
국내 핀테크 기업인 핑거 역시 작년 '핑거비나'란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핀테크 한류를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핑거비나의 이정훈 대표를 만나 베트남의 금융환경과 스타트업에 대한 포부를 들어봤다.
■ 베트남과 인연, 산학협력으로 시작
한국에서 잘나가는 핀테크 스타트업인 '핑거'가 왜 굳이 베트남을 선택했을까. 핑거는 국내서 기업스마트뱅킹이나 스마트뱅킹 등 디지털 금융솔루션과 데이터플랫폼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핑거의 작년 당기순익은 9억7천만원. 수익 구조가 비교적 안정적인 스타트업이다.
베트남을 왜 택했냐는 질문에 이정훈 대표는 "2015년에 가서 2017년 10월 법인을 설립했다. 2015년엔 베트남 다낭에 있는 '한국·베트남 친선 IT대학'과 산학협력을 체결했다. 베트남 대학생에게 모바일과 한국어 교육을 하고 채용을 하는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17명을 채용했는데 문화 차이가 있었다. 한국 프로젝트를 하려니 어려웠다. 결국 한국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채용한 베트남 직원들과 베트남 시장을 분석하고, 직접 설계했다"며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
법인을 설립할 계획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였다. 직원들과 앱을 만들고 활성화시키려니 자금이 필요했다. 법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노이를 갔는데 놀랐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만나면서 베트남서 금융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 알았다. 은행 쪽 외에도 핀테크 계열사가 많았다. 결국 수많은 절차를 거쳐 법인을 설립했다며 당시를 소회했다.
일단 핑거비나가 제일 먼저 베트남에서 내놓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은 '티고'다. '시간은 금이다(Time is gold)'를 줄인 앱이다.
이 대표는 "베트남 문화는 가족과 지역 중심적이다. 경조사가 엄청 많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일정 관리 앱을 쓰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셜과가 나왔다"며 "처음엔 구글 캘린더를 쓰면 되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설문조사 결과 200명 중 10% 미만이 일정 관리 앱을 알거나 한다는 사실에서 앱 개발을 시작해 나갔다"고 말했다.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을 더했다. 채팅을 통해 경조사를 축하하거나 위로할 수 있게끔 말이다. SNS 외에도 위치기반정보를 활용해 식당을 예약하고 초대장을 보낼 수 있고, 소소한 선물과 용돈을 보낼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다.
이정훈 대표는 "티고는 작년 한 은행에서 콘텐츠를 사고 싶다며 매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며 "이 은행은 해외 송금까지 추가하게끔 하려고 앱을 샀지만 아직 법인설립이 안돼 라이선스를 못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핑거비나는 티고 외에도 국내의 '알바몬', '알바천국'과 같은 서비스 개발을 진행 중이다. 위치정보를 연동해 상가나 가게의 구인구직 정보를 확인하고, 이력서를 바로 보낼 수 있는 구조다. 국내 마트인 '롯데마트', '이마트' 등이 베트남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이 마트들이 단기 인력을 뽑을 때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베트남, 캐시리스(Cashless)사회 추진 중…국내 핀테크에 기회 열려
핑거비나의 이정훈 대표는 베트남의 '현금없는 사회'(캐시리스, Cashless) 추진 역시 큰 기회라고 짚었다. 이 대표는 "위폐가 많다. 돈의 가치가 낮다보니 컬러복사기로 인쇄해 유통하는 경우도 있다"며 "베트남은 현물을 없애면서 전자금융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 신용카드사도 독려하면서 캐시리스 사업을 전개 중"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베트남 신용카드사가 결제금액 대부분을 카드로 만드는 것보다, 전자금융업의 속도가 빠르다는 게 이 대표 견해다. 그는 "베트남 카드사가 '이 카드를 갖고 있으면 너는 특권층'과 같은 VIP마케팅을 하며 발급을 늘리지만 신용도를 체크하고 이러는 시간은 전자금융업보다 더디다"며 "중국과 비슷하게 전자금융쪽으로 갈 확률이 높다. 국내 금융사도 베트남의 간편결제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베트남과 중국의 국경 분쟁으로 '혐중' 분위기가 흐르는 것도 한국에겐 기회다. 다만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훈 대표는 "베트남에 진출하기 위해선 제휴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베트남 핀테크 기업을 추천한다. 법인설립이 어려운 나라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우선"이라며 "스타트업은 국내 대기업과 협약을 맺고 베트남에 진출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핑거비나 역시 베트남 핀테크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베트남 중앙은행과 은행연합회·핀테크협회가 만든 워킹그룹이 포함돼 있다. 이 대표는 "핑거비나는 이 그룹에 전문가로 참여해 국내 금융사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주고 시스템을 지원해주는 일들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베트남의 세대교체·비대면 채널 강화 눈여겨봐야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곳.' 이정훈 핑거비나 대표는 베트남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하노이에 진출한 신한베트남은행과 베트남 현지 은행은 시스템부터 차이가 난다. 시스템이 중요하구나 느낀 지점이다"며 "베트남은 아직도 우리나라의 1980~90년대처럼 수작업으로 시스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격차가 큰 상태"라며 재차 베트남의 가능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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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대표는 "베트남 당국이 블록체인, 오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비대면을 올해 화두로 얘기하고 비대면 접점이 닿는 곳의 규제는 완화하려고 한다"며 "베트남 핀테크가 77개정도로 추산되는데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손을 걷었다. 베트남 정부에서 지원 받을 확률이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또 베트남의 세대교체도 스타트업에게 기회라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30대가 가장 주목받는 세대인데, 미국 유학생이 많다. 미국의 비즈니스모델과 중국의 성공을 보면서, 한국을 굉장히 매력적인 국가로 보고 있다"며 "핀테크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성할 때 30대가 이끌 가능성이 크며, 국내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