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핀(Techfin)'을 외치는 스타트업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처음 제안한 테크핀은 IT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금융사가 IT기술을 활용한 핀테크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지디넷코리아는 전통 금융시장에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테크핀 스타트업 강자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런 가정을 해보자. 내가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다. 월급을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보내고 싶다. 우린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가. 우선 떠오르는 건 '은행에서 해외 송금'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월급이 적을 경우엔 송금 수수료가 아깝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내 월급을 찾기 위해 은행에 내야하는 수수료도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부모님이 계신 곳엔 은행이 없다.
이럴 경우엔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할까.
소액해외송금업체 센트비는 이런 고민을 해결했다. 해외 송금 시간은 줄이면서도, 수수료를 낮췄다. 필리핀 146개 은행, 베트남 58개 은행, 인도네시아 116개 은행, 일본 1천346개 은행과 제휴를 맺고 작년 7월부터 소액해외송금 사업을 하고 있다.
3월말 기준으로 누적 가입수는 약 2만6천명, 누적거래액은 570억원, 누적 송금 건은 11만5천건이다. 송금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5분 내외다.
수수료는 국가별로 다르게 부과된다. 금액과 상관없이 건 별로 부과하는 나라가 있고, 금액에 따라 수수료가 붙는 곳도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태국은 송금액과 무관하게 수수료가 5천원이다. 최대 송금액은 인도네시아(200만원)·필리핀·태국(300만원)이다. 중국은 10만~300만원을 보낼 수 있는데 송금액과 관계없이 수수료는 3천300원이다. 일본과 베트남은 수수료 부과 체계가 다르다. 일본은 3만~300만원 송금 시 송금액의 1.5%를 수수료로 받는다. 베트남은 3만~99만9천999원의 경우 1%, 100만~199만9천999원은 0.85%, 200만~300만원은 2만원의 수수료가 든다. 이 같은 수수료는 센트비 계산기를 통해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돈을 찾기 위해 꼭 은행을 갈 필요도 없다. 은행이 아닌 곳에서 전달받을 수 있는 '캐시픽업(Cash pickup)', 자택에서 사람을 통해 현금으로 송금받는 '홈 딜리버리(Home delivery)' 등 국가별로 수취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센트비는 소액해외송금업체로 발돋움하기까지 부침을 겪었다. 처음 시작한 모델이 금융감독당국의 규제를 받게 되서다. 센트비는 암호화폐(가상화폐)를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테크핀이었다. 최근 만난 최성욱 센트비 대표는 "2015년 2월에 비트코인을 보고 엄청 놀랐다. 은행 외에는 할 수 없었던 해외송금이 가능하고 기가 막힌 서비스가 나올 거라는 얘기가 나왔다"며 "2016년 2월부터 7월까지 암호화폐를 통한 트랜잭션을 하다가 검찰 조사 등을 받고 소액해외송금 라이선스를 취득해 지금의 센트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암호화폐를 통한 해외 송금은 이론적으로 저렴한 방식인데 규제가 풀려야 할 수 있다 "며 "당시 김치 프리미엄이 높아지면서 손실이 늘어났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해외에서 암호화폐를 사면 되는 데 이는 외환거래법 위반이다"고 설명했다.
■ 각 나라별 해외송금 패턴 예측, 착오는 0건
소액해외송금 라이선스를 취득한 후 최성욱 대표는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 송금을 진행 중이다. 해외 은행에 돈을 예치한 후 송금 주문이 들어오면 그 돈을 수취인에게 주는 방식은 기존 은행과 동일하지만, 무작정 돈을 예치하는 은행과는 다른 게 차별점이다. 최성욱 대표는 "데이터 예측 방법들이 있는데 가입한 사람이 인증하고 송금을 하고, 재송금을 하는 시기 등을 분석한다. 누적된 송금 건수를 파악해 필요한 돈을 예치시킨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나라마다 송금 패턴이 다르다. 필리핀은 한 명의 사람이 한 달에 2.5~3번 정도 나눠 송금을 하고, 베트남 사람은 송금 후 재송금까지 30~40일이 걸린다"며 "데이터 기반 예측으로 예치금을 적립하고 있으며 착오 건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고 자신했다.
또 송금 시간과 수수료를 줄이기 위한 기법도 흥미롭다. 최 대표는 "수수료 절감을 위해서 수 건의 송금 건을 모아서 1번에 처리하는 '풀링(Pooling)'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전제는 프리펀딩(Pre-funding)이다. 은행이 해외 은행에 예치금을 넣어두는 거랑 동일한 의미다"라며 "프리펀딩이 전제돼야 하는 이유는 풀링을 할 경우 1번으로 송금을 신청한 사람과 100번째 송금을 요청한 사람과의 시간 갭을 줄이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까지 해외송금에 뛰어든 상황. 센트비는 어떨까. 케이뱅크는 이달부터 해외 송금액과 관계없이 5천원의 수수료만 받고 해외송금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3일 발표했다. 최성욱 대표는 "은행에서만 아마 돈을 받을 수 있게 될 거다. 이는 우리와 다른 점"이라며 "카카오뱅크는 해외 국적 사용자는 해외 송금을 못하는 것도 차별점"이라고 설명한다.
■ 리플과 협업 구상 중, 싱가포르서도 라이선스 받는다
현재 센트비는 송금 솔루션을 보유한 리플과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최 대표는 "x커렌트(Current)를 하려고 한다. 일본 은행들이 x커렌트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어서 센트비도 함께 가려고 한다"면서 "리플의 암호화폐(XRP)가 안정화돼야 x래피드(Rapid)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리플 'XRP'는 해외송금 생태계 어떻게 바꿀까]
또 싱가포르 법인도 만든 상태다. 해외송금과 관련된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는 "첫 출발 지역은 서울이었지만 한국 회사로 끝내고 싶지 않다"며 "아시아 기반 회사로 키울 예정이며, 송금과 환전, 결제와 운용까지 제공하는 곳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 법인을 만든 또다른 이유도 설명했다. 최성욱 대표는 "프리펀딩을 하려면 은행을 통해 돈이 나가야 하는데 시중은행들이 일을 안하려고 한다. 또 풀링해서 고액 해외 송금을 하는 것은 자금 세탁 방지 이슈때문에 안하려고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는 국내에 있는 필리핀계 은행과 협업 중이다.
최성욱 대표는 "라이선스 취득 비용도 국내가 싱가포르에 비해 높다. 싱가포르에서는 1억원 정도면 되고 일본은 제한이 따로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전산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는 국내 소액해외송금업무 규정은 사실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클라우드 등이 있는데 굳이 하드웨어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부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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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2020년까지 해외 송금 국가를 늘리고, 환전 신청 뒤 인천공항에서 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구상 계획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갈 길만 보겠다는 얘기를 강조했다. 최 대표는 "규제당국이 비금융사에 소액해외송금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 부분을 알고 있다"며 "아시아 기반의 소액해외송금업체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비금융사가 소액해외송금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등록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 요건에는 재무건전성 유지와 전산 설비 및 인력 확보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