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핀(Techfin)'을 외치는 스타트업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처음 제안한 테크핀은 IT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금융사가 IT기술을 활용한 핀테크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지디넷코리아는 전통 금융시장에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테크핀 스타트업 강자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어렵다, 어렵다, 너무 어렵다. 보험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선이다. 설계사를 붙잡고 한 시간동안 설명을 들어봐도, 작정하고 공부하겠다며 인터넷을 찾아봐도 보험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뿐만인가.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내가 가입한 보험이 뭔지, 보장은 받을 수 있는지 알려면 먼지가 쌓인 보험증권을 찾아내야만 한다.
보험에 대한 어려운 생각을 바꾸겠다, 친절로 다가가겠다는 보험사들이 인터넷을 통해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보험을 제외하고 종신보험과 같은 생명보험 상품의 사이버채널(CM)의 성장세는 미미하다.
디레몬의 명기준 대표도 KDB생명의 CM채널을 일궈왔던 주역 중 하나다. 명기준 대표는 "기존 보험사가 갖고 있는 판매 방식과 상품으로는 어렵다"며 "새로운 생활 방식에서 나오는 수요, 적합한 유통채널을 갖춰야 하는데 현재 보험사가 스스로 갖추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 가교를 잇는 것이 디레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명기준 대표가 이끄는 디레몬은 기존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주지 못했던 보험 경험을 새롭게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명기준 대표는 "올바르게 보험을 활용하는 법, 보험의 원리를 이용해서 빠짐없이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며 "디레몬이 갖고 있는 데이터와 로직으로 제대로 하면 된다. 이게 경영철학이자 운영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여행 떠나면 여행자보험? 틀렸다
그는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 그럼 여행자보험을 가입하라고 권유한다. 근데 이게 맞나. 요즘은 에어비앤비(Air b&b)를 많이 이용하는데 그럼 여기가 여행자 보험으로 보상이 되나 등의 문제가 생긴다"며 "이런 공유경제로 인해 새로운 생활패턴이 나오고 있으며 보험 수요도 달라진다"고 한다.
또 인슈어테크 사례로 중국 보험사를 꼽았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쇼핑을 하면 반품을 할 가능성도 있다. 반품 시 비용을 줄여주는 소액 보험도 있다는 것. 명 대표는 "소비 패턴과 생활 방식이랑 잘 맞아떨어지는 보험의 사례"라고 부연했다.
명기준 대표는 "결국 디레몬과 기존 보험사와 다른 점은 이거다. 보험사가 바라봤던 시장, 상품의 구성, 판매하기 위한 판매 조직 구조를 새롭게 짜야하지만 테크핀 업체들은 빠르게 발굴하고 그 상품에 맞는 조직 등을 가져갈 수 있다"며 "보험사와 연결해서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는 영역도 분명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나에게 맞는 보험 분석…'보험은 공짜가 아니다'
디레몬에서 내놓은 대표적인 고객 솔루션은 '레몬클립'이다. 레몬클립은 가입한 보험을 한 곳에서 확인하고, 보험별 보험료와 주요보장 특약, 변액보험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보험을 개인에게 맞춰 추천해주고 보험증권을 분석해 받을 수 있는 보험금도 알려준다.
명 대표는 "사람이 사는 데 꼭 피요한 기초 보험 상품군들을 비교한다. 필요한 정보는 생년월일·결혼여부·부양가족 수 등 7개 정보다. 이를 넣으면 합리적인 기준의 보험 상품을 추천해준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40대 외벌이 중년 가장인데 아이가 둘이다고 하면 사망 시 부양가족을 위한 사망보험금, 혹시 모를 특정 질환을 위한 질병, 실손의료보험 등을 추천해준다. 보험사별로 실시간으로 가격 정보를 받아 직접 가입할 시점의 보험료를 비교하게 해준다.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협회가 공동으로 내놓은 '보험다모아'와 다른 점은 뭘까. 그는 "보험다모아는 2006년 이후에 가입한 보험 계약 정보만 집적됐다. 2004년 종신보험 상품은 안나오는 것"이라며 "확인할 수 있는 보험 가입 연도가 더 넓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의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기 때문에 가장 필요한 보험은 뭔지를 솔직하게 알려줘야 한다"며 "보험은 공짜가 아니다. 만약 보험료가 적다면 보장기간이 짧거나 보상이 한정적이라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어 명 대표는 "레몬클립은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상품을 추천해 비교해준다. 만약 광고료를 받고 비교해준다면 신뢰가 없어진다. 기존 보험사가 하는 푸시(Push) 영업과 다를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디레몬에서는 기존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레몬브릿지'란 솔루션도 제공 중이다. 고유식별코드를 입력하면 해당 설계사가 예비 가입 고객이 가입한 생명보험·손해보험·공제조합 등의 최신 계약 현황을 모두 조회할 수 있다. 설계사들은 이를 통해 가입자에게 중복 보험 가입을 막을 수 있는 1차적 방어선이 될 것이라는 게 명 대표 생각이다. 현재 ING생명에 이어 교보생명에도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교보생명에 제공한 레몬브릿지는 분산 원장 기술 방식인 블록체인을 적용했다. 블록체인에 개인 정보가 오가는 과정을 기록해 개인 정보의 위·변조 물론 외부 유출 위험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 보험금 소액 청구도 손쉽게, 국내 보험 약관 DB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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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기준 대표가 현재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분야는 보험금 소액 청구 영역이다. 현재 보험금 청구 사업은 레몬클립에서 계약을 조회한 사람들 중 실손의료보험가입자가 있다면 이들에게 메시지를 띄우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OOO님, 병원에 다녀와서 병원비가 8천원입니다. 실손보험에 가입하셨으니 청구를 알아보세요'라는 메시지다.
명 대표는 "보험금 청구를 고도화해 보험사와 고객 간 비대칭 구조를 의미있게 해소하고 싶다"며 "올해 3분기 내에는 보험 분석 자동화를 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국내 모든 보험사의 보험 상품 약관을 분석해 데어타베이스(DB)화 해서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진단을 받은 질병코드를 스캔하면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이 약관 정보가 있고, 보험료를 받을 수 있고 등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에는 정성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다. 이를 디레몬은 구조화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