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된 펀드 탈피 위해 사람 철저히 배제했다"

[테크핀 강자⑩] 콴텍 이상근 대표

금융입력 :2018/09/04 14:16    수정: 2018/09/04 16:39

'테크핀'(Techfin)을 외치는 스타트업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처음 제안한 테크핀은 IT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금융사가 IT기술을 활용한 핀테크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지디넷코리아는 전통 금융시장에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테크핀 스타트업 강자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현대 재무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진 파마와 케네시스 프랜치의 이론을 토대로 한 투자 알고리즘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감(感)에 의존하거나 과거 수익률을 토대로 내 소중한 자산을 투자하겠습니까. 아니면 펀드 판매사 직원의 고과를 올려주는 펀드에 돈을 넣겠습니까.

테크핀 기업으로 분류되는 '콴텍'은 고전 및 현대 경제학자들이 제시한 수익 모델을 알고리즘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펀드를 추천하고 개인 맞춤으로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오는 9월 알고리즘 기반의 자산 관리 애플리케이션(앱) '머니포트' 베타 테스트한 후, 연내 정식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 63빌딩 사무실에서 콴텍의 이상근 대표를 만났다.

콴텍의 이상근 대표.(사진=콴텍)

■ 펀드 매니저, 믿지 못했다

콴텍은 신한금융지주의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인 '퓨처스 랩'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업체는 고전 및 현대 경제학자들의 수익 모형 등을 알고리즘화했으며,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까지 포함해 63개의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다. 즉, 다양한 알고리즘을 토대로 펀드 투자를 추천해주고, 이 알고리즘에 기반한 펀드까지 판매할 수 있는 수익 구조도 마련한 셈이다.

이상근 대표는 "프랍트레이더 및 랩 어카운트로 운용 커리어를 쌓았다"며 "개인이 자산관리를 하려면 펀드 투자가 쉽다. 근데 운용역으로 오래 일하다보니 펀드 투자에 대한 숨은 비용이 많고, 펀드 매니저들이 평균 6개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다보니 집중도가 떨어지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특히 개인 성과에 맞춰 펀드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봤다. 이 대표는 "펀드 매니저들의 수익률이 즉 개인 성과가 되다 보니 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담게 된다. 결국 펀드들이 획일화되는 단점이 나타났다. 포트폴리오를 짠다는 것에 의미가 사라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철저히 사람을 배제했다. 투자 알고리즘을 짜고, 그 알고리즘에 맞게끔 펀드를 구성하고 투자하는 것이다. 그는 "세팅을 해놓으면 그대로 운용한다. 매니저가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펀드 투자를 한다. 수익률이 나쁠 때도 있다. 하지만 축구선수가 성적이 한번 안좋았다고, 선수를 방출하진 않는다. 지켜보지 않나. 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수익률이 나쁘다가도 경기 흐름에 맞춰 펀드 수익률은 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상근 대표는 자체 개발하거나 이론을 토대로한 알고리즘을 63개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진 파마와 케네시스 프렌치의 방법론 대로 ▲시가총액 하위 20%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이상 ▲PBR이 가장 낮은 10개 종목 분기 단위로 정기 리밸런싱 등을 알고리즘화해 추려지는 종목들을 묶어 새로운 펀드를 만든 것이다. 이상근 대표는 "이 같은 이론이 있다하더라도 무작정 차용한 것은 아니다. 국내에 맞게 컨버팅을 했으며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백테스팅을 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생길지도 모르는 시장 이상 감지 현상을 대비해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했다. 이 대표는 "알고리즘을 수시로 바꾸거나 업데이트된다고 생각하지 말아달라"며 "시장 이상 현상, 갑자기 시장이 급락하거나 급등하는 때를 대비해 감지해주는 기능을 한다"고 덧붙였다.

■ 자산관리 시장 500조원 규모

콴텍이 준비 중인 '머니포트' 화면.(사진=콴텍)

이상근 대표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머니포트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펀드를 추천하는 방법을 담게 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 "펀드를 살 때하는 투자 성향 조사가 크게 의미가 없다. 성향 조사에서 10%가량 수익을 얻거나 돈을 잃게 된다고 체크해도, 사실 직접 돈이 얼만큼 나가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성향 조사보다는 카드 결제내역을 담고 있는 문자 정보들을 기반으로 펀드를 추천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A라는 투자자가 급여 300만원 중 저축을 20만원만 한다. 이를 기반으로 수익률을 어느 정도까지 원하는지,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금액 수준은 어느정도인지를 계산하면 더욱 맞춤형 펀드를 추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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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6월 비대면 일임계약 시장 규제 완화로 이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상근 대표는 "일임 계약 시 굳이 만나지 않더라도 화상통화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했다. 물꼬는 터졌다고 본다"며 "자산 관리 시장 규모는 500조원으로 추정된다. 숙박 앱이 있는 시장은 15조원 규모로 보는데 이보다 33배 가량 큰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 앱 서비스 머니포트를 플랫폼화하고, 나중에는 새로운 판매 채널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이 대표의 목표다. 이 대표는 "63개 알고리즘을 만든 것이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밑바탕과 밑거름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더욱 알고리즘을 많이 만들 것이며 플랫폼에 들어온 개인이 조합해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레고 블록이 종류별로 많아야 새로운 걸 만들 수 있듯이 말이다. 100만~200만개 알고리즘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은행이나 증권사, 대형 운용사 역시 이 알고리즘을 조합한 운용전략들을 주목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