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혁신은 '비허가성'에서 나와"

8월1일은 블록체인 산업 역사에서 꽤 중요한 기념일이다. 비트코인 블록 크기를 키우는 문제를 놓고 수 년간 찬성과 반대 진영이 대립해오다, 결국 하드포크(기존 체인에 분기한 별도의 체인을 만드는 행위)로 비트코인캐시가 탄생한 날이기 때문이다.

출범 초기 네트워크 작동이 불안정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세계 4대 암호화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비트코인캐시를 존재하게 한 일등공신을 꼽자면, 으뜸은 우지한(Jihan Wu) 비트메인 대표다. 비트메인은 세계최대 암호화폐 채굴 업체로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때 해시 파워(네트워크 유지)를 제공했다. 그는 비트코인캐시의 열렬한 지지자이기도 하다.

비트코인캐시 1주년을 맞아 그는 어떤 소감이 들었을까. 후오비코리아가 2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개최한 블록체인 컨퍼런스 '후오비카니발' 연사로 참석한 우지한 대표는 "혁신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허가성(permissionless)이다"는 말로 1년의 소회를 함축했다.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가 2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후오비카니발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혁신적일 수 있는 이유는 어느 누구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새로운 시도를 마음껏 해볼 수 있는 '비허가성'에 있다. 그런점에서 비트코인 블록크기 논쟁은 "정말 무의미 했다"는 게 지금 그의 생각이다. 그는 "블록 크기를 키우고 싶은 사람은 키우고 반대하는 사람은 유지하면 되는데 너무 오랫동안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했다"고 말했다.

■비허가성, 혁신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동력

우 대표는 "혁신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직원에게 물어보기, 철저하게 계획하기, 브레인스토밍하기, 협력하기 등 혁신을 일으키기 위한 다양한 요소가 있다"면서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허가성 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어떤 일을 실행할 때 모두 상사나 또는 다른 주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혁신이 저해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를 시도하도록 장려하는 분위기에서 혁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캐시도 비허가성을 기반으로 등장했다고 그는 강조했다. 우 대표는 "비허가성은 어떤 주체도 변화를 막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전체 시스템이 통째로 모든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며 "비트코인캐시 등장이 그러했다"고 말했다. "너무 오랫동안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했다"는 말로, 하드포크를 쉽게 선택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우 대표는 또 "비허가성은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토콜이 혁신하게 만드는 동기가 된다" 강조했다. 더 혁신적인 다른 프로젝트로 언제든 개발자, 커뮤니티가 떠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티 안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노력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우 대표는 비트코인캐시 진영의 노력도 소개했다. 그가 꼽은 가장 중요한 업그레이드는 오퍼레이션 코드 리턴(OP_RETURN) 확장이다. 이 기술은 블록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게 해준다. 비트코인캐시는 지난 5월 OP리턴을 220바이트까지 증가시켰다. 반면 비트코인은 기존 80바이트이었던 OP리턴을 40바이트로 줄였다.

우 대표에 따르면 비트코인캐시 진영에는 필요에 따라 OP리턴 크기를 더 늘릴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우 대표는 "개발 업체들이 비트코인캐시 위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출시하기 더 용이해졌다"며 "접미사처럼 코드 앞에 덧붙이면 상호운영성이 보장되고 합의 알고리즘에 변동이 있는 게 아니라서 어떤 동의를 요청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캐시를 통해 출시된 프로젝트로 블록프레스, 웜홀, 심플레저 등을 소개했다. 블록프레슨느 검열, 누군가의 개입 없이 블록을 생성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젝트다. 웜홀은 개발자를 위한 가상머신과 프로그램 툴을 제공한다. 심플레저는 OP리턴을 활용해 토큰을 발행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