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태블릿, 카메라와 보조배터리에 이르기까지 USB-C 규격이 급속도로 보편화되고 있다. 기존 USB 3.1에 이어 전송속도를 두 배로 끌어올린 USB 3.2 규격이 등장하면서 이를 지원하는 고속·고성능 주변기기도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 나온 케이블 중 상당수가 USB 3.2 규격은 커녕 현행 USB 3.1 Gen.2 규격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USB 3.1 규격 준수 여부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USB-IF 인증을 거치는 제조사도 드물다.
■ 국내 USB-C 주변기기 시장, 4배 껑충 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USB-C 주변기기 시장은 삼성전자 갤럭시S9, LG전자 G7 씽큐 등 USB-C 단자 탑재 스마트폰이 늘어나면서 전년 대비 4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그동안 라이트닝 케이블을 고집했던 애플은 올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에 USB-PD 방식 고속충전기와 USB-C to 라이트닝 충전 케이블을 기본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개된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고도 USB-C 단자를 탑재했다.
USB-C 단자를 이용하는 USB 규격 역시 고속·고성능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USB 3.1 Gen.1의 최대 전송 속도는 5Gbps, Gen.2의 최대 전송 속도는 10Gbps다. 내년부터 보급될 USB 3.2 규격은 최대 전송 속도를 두 배인 최대 20Gbps까지 끌어올렸다.
■ 초창기 USB-C 케이블, 제 성능 못 낸다
USB 관련 업계 표준 단체인 USB-IF(시행자 포럼)과 USB 3.1/3.2 컨트롤러 칩셋 제조사는 "현행 USB-C 케이블도 USB 3.2 규격에서 문제 없이 작동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 나온 케이블 중 상당수가 현행 USB 3.1 Gen.2 규격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USB-IF가 정한 규격을 충실하게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USB-C 규격 보급 초창기인 2015년, 혹은 2016년에 나온 케이블의 실제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이들 케이블은 대부분 최대 5Gbps 데이터 전송, 최대 50W 전력공급에 최적화되어 있다.
■ 반쪽 성능 주범인 저가·저품질 케이블
한 제조사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이들 케이블을 현재 출시된 USB 3.1 Gen.2 규격 기기에 연결할 경우 제 성능을 못 낸다"고 지적했다.
USB-PD 규격 어댑터와 노트북 등에 연결해 충전할 경우 전력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충전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 USB 3.1 Gen.2 규격에 맞춰 만들어진 고성능 저장장치 역시 전송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스마트폰 구입시 개통처에서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출처 불명의 케이블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 중 대다수는 단순 충전만 가능하고 동기화나 파일 복사 등 데이터 전송이 불가능한 등 제 구실을 못한다.
또 다른 유통사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 타오바오 등 중국 오픈마켓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케이블은 소재 등 원가 분석을 해 보면 도저히 그 가격에 판매할 수 없는 제품"이라며 "만약 제 성능을 내는 케이블을 판매한다면 밑지고 파는 자선사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 "구입 전 USB-IF 인증 여부 확인하라"
업계 관계자들은 USB 3.1 Gen.2는 물론 USB 3.2에서 문제없이 작동할 제품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 USB-IF 인증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유통되는 전자제품이 KC 인증은 누전이나 과전압 등 전기적인 특성만 따지기 때문에 실제 성능에 대한 기준은 될 수 없다.
관련기사
- 애플, 아이폰에도 고속충전 USB-C 적용하나2018.07.13
- 전송 속도 두 배 끌어올린 USB 3.2 온다2018.07.13
- 점자 디스플레이 PC 연결 USB 표준안 나와2018.07.13
- 쑥쑥 크는 USB-C 충전기·케이블, 안전성은 '빨간불'2018.07.13
한 제조사 관계자는 "USB-IF 인증을 받으려면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은 물론 생산 공정을 모두 검토하고 USB-IF가 정한 규정을 준수하는지 테스트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즉 USB-IF 인증 통과는 규격 준수 여부는 물론 성능과 호환성이 확실히 검증되었다는 '보증수표'다.
그러나 USB-C 케이블에 USB-IF 인증을 받는 제조사는 극소수다. 인증을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USB-IF가 웹사이트에 USB-C 인증 제품 목록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를 아는 소비자도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