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USB-C 충전기·케이블, 안전성은 '빨간불'

충전 성능·안전성 검증할 제3자 기관이나 기준 없어

홈&모바일입력 :2018/03/30 06:00    수정: 2018/03/30 09:32

2014년 12월에 등장한 USB-C 규격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에 널리 쓰이며 이와 관련된 주변기기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USB-C 케이블이나 어댑터의 충전 성능이나 안전성을 검증할 객관적 기준이 없어 소비자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 "USB-C 케이블, 3년 안에 5핀 넘어선다"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USB-C 케이블 비중은 약 20% 가량이다. (사진=씨넷)

국내 케이블 시장에서 판매되는 케이블의 비중은 마이크로USB(5핀) 케이블이 60% 가량으로 여전히 가장 높으며 USB-C 케이블과 애플 라이트닝 케이블이 각각 20%씩을 차지하고 있다. 구조가 간단한 마이크로USB 케이블이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기에 쓰이기 때문이다.

케이블 제조사나 유통사는 이런 상황이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안에 역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을 넘어 노트북이나 태블릿, 액션캠까지 USB-C 단자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형 스마트폰을 교체하면서 생기는 케이블 수요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 '꼼수'로 고속충전 유도하는 일부 케이블이 문제

현재 옥션이나 G마켓, 11번가 등 인터넷 오픈마켓에 등록된 USB-C 케이블 종류는 3만 개가 넘으며 가격대도 최저 4천원에서 최대 4만원까지 다양하다. 케이블이 없어서 살 수 없었던 과거와는 분명히 다르다.

일부 USB A to C 케이블은 충전기 단자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사진=씨넷)

그러나 1천원, 심하면 100원 단위로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오픈마켓 특성상 안전이나 충전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저가 공세를 펼치는 경우도 많다. 과거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한 쪽에 USB-A 단자, 다른 쪽에 USB-C 단자를 쓴 USB A to C 케이블이다.

USB-C 규격에 따르면 USB-C 케이블은 어댑터나 기기에서 어느 정도의 전류를 끌어갈 것인지 저항(레지스터)을 통해 이를 조절한다. 표준에서는 56kΩ(킬로옴) 저항을 쓸 것을 권고하지만 일부 제조사는 고속 충전을 유도하기 위해 이보다 더 낮은 저항을 적용한다.

문제는 USB 충전기나 보조배터리, 혹은 PC USB 단자가 충분한 전류량을 공급해 주지 못할 때 일어난다. 특히 PC USB 단자는 대부분 1A까지, 고속충전용으로 설계된 단자는 최대 2A까지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불량 케이블'을 꽂을 경우 2A를 넘어서는 전류를 끌어쓰려다 기기 단자를 망가뜨린다.

■ USB-PD 어댑터에서 더 많은 문제가 생길 것

업계 관계자들은 고속충전이 가능한 USB-PD 규격 충전기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USB-C 케이블 하나로 최대 100W까지 공급할 수 있는 이 규격 역시 여러 복잡한 안전 기준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제조사가 만든 제품은 이런 충전을 만족하지 못한다.

최근 구글 픽셀XL에서 불거진 과충전 문제가 좋은 예다. 안드로이드 8.1로 업데이트한 픽셀XL에 일부 USB-PD 어댑터를 연결하자 최대 18W(9V/2A)를 넘어 25W(9V/2.5A)로 충전되는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이 경우 기기 본체가 과열되어 배터리 품질을 떨어뜨림은 물론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USB-PD 충전기의 고속충전 기능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도 다분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USB-PD 뿐만 아니라 여기에 연결할 케이블의 품질도 문제다. USB-PD 규격은 최대 100W까지 전력 공급이 가능하지만 현재 시장에 나온 대부분의 USB-C 케이블은 45-60W까지만 버틴다. 전류량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는 케이블로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을 충전할 경우 발열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있다.

■ 제조사 정품이나 객관적 평가 통과한 제품 골라야

일반 소비자가 문제가 있는 케이블이나 어댑터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 아마존닷컴은 USB-C 케이블을 전수조사해 문제가 있는 케이블의 등록을 취소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누구나 자유롭게 상품을 등록할 수 있는 국내 오픈마켓 특성상 이런 규제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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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일부 대형마트는 제품 담당자가 어느 정도 품질이 보증된 제품만 입점을 허용하지만 오픈마켓은 저질 제품을 걸러낼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충전 성능이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나 제3자 평가 기관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소비자가 안전상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제조사 정품이나 각종 외부 평가를 통해 품질이 검증된 제품을 고르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