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만큼 인터넷 업계가 궁지에 몰렸던 적이 있었을까요?
포털 댓글조작 의혹부터, 페이스북 등 외산 플랫폼들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기득권과 정부 반대에 가로막혀 ‘정차’ 위기에 처한 안타까운 카풀 서비스 소식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이슈들로 인터넷 사업자들은 사용자들로부터 ‘불신의 아이콘’이 됐고, 산업적으로도 많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댓글조작 논란 관련해서는 온갖 의혹과 음모가 난무했고,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는 사용자들을 실망시킨 사업자 실책도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풀리지 않는 나쁜 규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2018년 상반기 인터넷 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핫이슈 세 개를 꼽아봤습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드루킹 댓글조작’ 논란
올초 더불어민주당의 포털 댓글조작 의혹으로 시작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바로 오늘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최장 90일 동안 특검팀은 불법 여론 조작과 불법 자금 관련 행위 등을 집중 수사할 계획인데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폭풍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댓글조작 논란은 민주당이 국내 1위 검색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 등을 상대로 문제 제기를 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도를 넘은 댓글 작성자에 대한 고소 고발이 이어졌고, 결국 네이버는 이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함으로써 정말 댓글조작이 누군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밝혀낼 필요가 생겼습니다. 기술적인 예방 조치는 다양하게 취하고 있었지만, 창과 방패처럼 막으면 뚫리는 것이 보안이라 정확한 사실 파악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극우 세력에 의해 현 정부 비판 댓글들이 양산될 거라 생각한 민주당은 역풍을 맞게 됐죠. 댓글조작 중심에 있던 드루킹이 민주당과 가까운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보수진영에 좋은 공격 빌미를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댓글조작 이슈가 정치 쟁점으로 번지면서 네이버는 논란의 중심에서 잠시 빠지는 듯 보였으나, 일부 언론에 의해 뉴스 편집의 공정성 문제가 떠올랐습니다. 네이버가 여러모로 공정하지 못하고, 뉴스편집을 통해 여론을 제 맘대로 주무른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선거철과 가까워지면 나왔던 문제 제기의 재탕 삼탕이었습니다.
결국 국회와 언론의 거센 공격에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사 포털에서 뉴스 콘텐츠를 뒤로 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3분기 중 포털앱 1면에서 뉴스를 빼고,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고 보는 콘텐츠들을 전면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뉴스편집도 개별 언론사와 인공지능(AI)에 맡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뉴스 콘텐츠가 전체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포털사들은 이 기회에 뉴스를 전면에서 뺄 수 있는 ‘뜻밖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일부 언론사들이 요구한 아웃링크 방식은 매체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원하는 곳만 전재료를 안 받는 조건으로 언제든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뉴스 아웃링크를 주장하던 일부 언론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공정성을 의심받는 일부 언론들이 스스로의 발등을 찍는 꼴이 되고 말았죠.
■ 페이스북·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들의 배신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도 올해 인터넷 업계 빼놓을 수 없는 핫이슈입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케임브리지 대학 알렉산드르 코간 교수 연구에서 시작됐습니다. 코간 교수는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란 앱을 만든 뒤 페이스북의 로그인 기능을 활용해 계정 27만개에 합법적으로 접속했습니다.
코간 교수는 이 기능을 활용해 접속된 계정 이용자들의 위치정보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연구 대상자는 27만 명이지만 친구로 연결된 계정까지 접근, 8천700만개 계정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사용자들의 통화, 문자 내역까지 수집됐습니다.
여기까지는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관리 규칙에 위반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페이스북은 2015년 코간 교수가 수집한 데이터를 케임브리지 애널리틱스(CA)에 넘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에 페이스북 측은 CA와 코간 교수 측에 관련 데이터 삭제를 요구했습니다. 문제는 당시 모든 데이터가 삭제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특히 CA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캠프를 지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졌습니다.
결국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는 미국 상원, 하원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정보를 팔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그는 유럽의회에까지 출석해야 했습니다. 한 때 국내에서도 ‘탈 페이스북’ 움직임이 일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페이스북뿐 아니라 구글도 사용자들의 통화와 문자 내역 등을 수집, 저장하고 불공정한 이용약관을 사용자들에게 사실상 강제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이용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 구글 등 사용자들의 정보를 과다하게 수집, 저장한다는 비판이 일자 이들은 사용자들이 개인정보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팁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정보 공개 범위도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보다 쉽게할 수 있도록 편의 기능들을 도입했습니다. 구글도 사용자에게 불리했던 약관들을 다소 수정한 모습입니다.
■ 계란으로 바위 치다 깨진 스타트업 '풀러스'
국내 인터넷 업계와 스타트업 업계를 우울하게 만든 ‘풀러스 사태’도 올 상반기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카풀앱 서비스 풀러스는 지난해 6월 ‘출퇴근시간 선택제’를 발표, 아침 저녁으로만 제한적으로 운영하던 카풀 서비스 시간을 확대한다고 알렸습니다.
운전자가 주 5일까지만 본인의 출퇴근 요일을 지정하도록 하고, 사용 가능시간 범위를 제한하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승객들은 24시간 이용이 가능해 택시 업계 반발이 일었습니다. 유연근무제 등 직장인들의 통근시간이 변한만큼, 카풀 서비스도 여기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는 논리였으나 택시업계는 불법 유상운송행위에 해당돼 위법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국토부와 서울시 역시 택시 단체의 편에 서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결국 운행시간 확대로 사업 확장을 꾀했던 풀러스는 택시 업계에 미운털만 박힌 채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SK와 미래에셋-네이버 펀드로부터 투자도 받았지만, 이렇다할 돌파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풀러스는 대표 사임과 70% 구조조정이란 결정이 내려지며 스타트업 업계에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규제의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또 하나의 사례를 남기게 됐습니다.
물론 풀러스의 경영난과 구조조정을 규제 하나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일었습니다. 이미 규제 산업에 알고 들어온 만큼, 보다 유연한 사업 방식과 수익 모델을 찾았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경영적 판단에서의 실수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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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일반 이용자들은 카풀 서비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디넷코리아와 오픈서베이가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카풀앱 서비스에 찬성하는 의견은 전체의 47.2%를 차지, 반대 의견 15.2%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또 정부가 규제를 풀고 현재 출퇴근 시간으로만 제한한 카풀 서비스를 24시간 허용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25.8%로 높게 나타났습니다.[☞자세한 조사결과 보기: 카풀앱 서비스 인식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