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한국 업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 3년 뒤 본격 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엔 '이러다가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OLED도 중국에 내주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업계는 LCD에 비해 기술 장벽이 높은 OLED에 대해 중국과의 격차가 최소 5년 정도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중국 업계가 이 시장에 진입해 점유율을 늘리면 기술 격차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14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차이나스타(CSOT)는 TV용 10.5세대(2,940㎜×3,370㎜) OLED 패널 공장 구축에 67억 달러(약 7조2천500억원)를 투자하고 오는 2021년부터 제품 양산을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CSOT는 우선 모기업인 TV업체 TCL에 패널을 공급해 시장 발판을 마련하고 향후 입지를 넓히겠다는 목표다. 지난 2016년 착공한 선전 10.5세대 LCD 공장의 설비 일부를 OLED로 전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목표 생산량은 월 2만 장 수준이다.
특히 CSOT는 국내 업계가 도입에 난항을 겪는 잉크젯 프린팅 방식을 패널 제조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잉크젯 프린팅은 판에 OLED 용액을 쏴 패널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는 국내 업체가 패널 제조에 쓰는 진공증착 방식 대비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CSOT는 공정 레벨도 상당 수준 갖췄다고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회사의 목표는 대형 OLED 시장을 독점 중인 LG디스플레이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는 파주 P10 공장을 중심으로 10.5세대 패널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더군다나 CSOT의 패널 양산 시점은 3년 후로, LG디스플레이와 일치한다.
업계는 CSOT의 패널 양산 가능성에 회의를 품으면서도 중국 현지 업체들이 글로벌 최대 TV 소비국인 자국 시장을 석권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잉크젯 프린팅 방식이 성공할 지는 의문"이라며 "만약 CSOT의 발표가 기대가 아닌 사실로 판명난다면 OLED 기술 격차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CSOT의 발표에 국내 업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 회사의 중국 시장 입지 확보 가능성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완제품과 부품 할 것 없이 중국산을 쓸 것을 강요하고 있다. CSOT의 시장 진입이 현실화되면 LG 브랜드의 중국 내 입지가 줄어들 것이 불 보듯 뻔하다.
OLED와 LCD를 통틀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선두 자리를 유지했던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9인치 이상)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 BOE에 추월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LG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 제품군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애써 위안했지만, 이 같은 결과는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가 이제 전망이 아닌 현실이 됐다는 사실 그 자체다.
업계의 걱정은 이 뿐만이 아니다. CSOT를 필두로 중국 패널 업체들의 대형 OLED 시장 진입이 본격화될 경우 경쟁이 악화될 전망이다. 중국 업계 1위인 BOE는 청도에 내년 양산을 목표로 OLED 설비를 짓고 있다. 투자 금액은 5조원 규모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의 OLED 생산능력(CAPA) 점유율도 오는 2020년께 30% 가까이 다가설 것이라고 증권가는 분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업체들 점유율은 약 90%에서 60% 후반대로 급감할 것이라고 증권업계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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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설명
잉크젯 프린팅(Ink-jet printing) 기술: 잉크젯 헤드(Ink-jet head)를 이용해 픽셀(Pixel)에 잉크를 도포(Drop)하는 공정이다. 용매(Solvent)가 포함된 유기 재료(Organic material)를 도포(Drop)한 후 오븐에 건조한다. 이 기술은 90% 이상의 재료사용 효율을 나타내고 있어 10% 정도의 재료사용 효율을 보이는 진공증착 방식 대비 OLED 발광재료 소모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