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적 셧다운제 청소년에 도움 안 된다

[기자수첩] 아이들이 잠 못 드는 진짜 이유

기자수첩입력 :2018/06/04 16:45    수정: 2018/06/05 08:44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과 제2항이다.

헌법에는 죄 없이 신체를 구속받지 않을 자유, 종교를 선택할 자유, 재산을 가질 자유, 생각을 표현할 자유 등을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인간답게 살 권리를 법으로 명시한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헌법에서 보장한 것과 다르게 선택할 자유를 빼앗겼다. 자율권, 행복추구권, 부모 교육권, 문화적 권리 등 기본권도 침해받고 있다. 심야 시간(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 아이들의 온라인 게임 시간을 통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 규제가 존재하는 탓이다.

해당 규제는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1년 11월 시행했다. 청소년 아이들의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고, 건강과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이유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한 선택적 셧다운제와 내용은 비슷하지만, 강제했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시행 전만 해도 필요한 규제법으로 비춰졌다. 청소년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야한다는 데 부모의 마음이 움직였다. 하지만 시행 이후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차라리 효과라도 있었다면 좋으련만 아니었다. 주민번호를 도용하는 아이들만 생겨났다. 이 때문에 ‘범죄자를 양성하는 규제법’이란 극단적인 표현도 나왔다. 게다가 수면권을 보장했다는 명확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신체를 구속해 자유를 침탈했지만, 그 이상의 효과는 없었다.

게임셧다운제도 시행 7년, 진단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

지난 달 16일 셧다운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강제적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으니 선택적 셧다운제로 일원화하거나, 다른 대안을 찾아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여성가족부는 ‘최소한의 (안정)장치’ ‘성장기 청소년이 일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백보 양보해 강제적 셧다운제가 청소년 아이들의 수면권만은 보장했다고 치자. 그럼 심야 시간 인터넷 또는 TV방송을 보거나, 늦은 시간 공부하는 자들의 수면권은 왜 보장해주지 않는 것일까. 여성가족부의 그간의 행보를 보면 강제적으로 통제를 해야 하지 않나.

여성가족부와 ‘게임=놀이’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어른들은 착각에서 빠져나와야한다. 나이와 성별을 떠나 대부분은 심야 시간 잠을 청한다. 내 아이가 늦은 시간 게임을 하려한다면 강제적으로 신체를 구속할게 아니라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하는 게 정상이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된지 7년째다.

부모에게는 큰 책임이 뒤따른다. 아이를 대신해 거센 비바람을 막아줄 우산쯤의 역할도 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이 역할을 빼앗으면 안 된다. 부모의 바람대로 아이가 커간다고 착각해서도 안 된다. 청소년 아이들도 지성과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청소년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길 원한다면 게임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는 자율 의지를 키워줘야 하는 게 옮은 방법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학습 습관만큼이나 스스로 게임을 건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싫다면 부모로써 자격 상실이다.

셧다운제 시행 7년. 효과가 그저 그렇다면 이제 끝내는 게 맞다. 청소년 아이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시원하게 되돌려주자. 쿨하게 말이다. 허울만 있는 강제적인 규제로 아이의 신체를 구속하지는 말자. 아이들에게 선택에 대한 자유와 책임이 있다는 것만 잘 알려주자. 대한민국이 공산주의국가는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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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성가족부는 더 이상 부모 행세를 안했으면 한다. 미투 운동이 수면위에 오른 요즘 시대에 여성들을 위해 일하기도 버겁지 않은가. 지금까지 가족 구성원인 남녀노소 모두를 품지도 못했다. 이참에 여성가족부가 아닌 여성부로 이름을 바꾸는 것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본다.

그전에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셧다운제 폐지 법안은 신중히 검토해주길 바란다. 결자해지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