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털 사업자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사전 규제 작업이 퍼즐 조각처럼 하나씩 맞춰지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부가통신사업 시장의 경쟁상황 평가를 진행하고, 시장획정을 통해 대형 포털 등을 지배적사업자로 지정하는 판이 짜이는 모양새다.
규제의 핵심은 네이버 카카오 같은 인터넷 포털들의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거는 그림인데, 인터넷 업계의 반발과 우려가 거세질 전망이다.
■ “대형포털 지배적사업자 지정하는 규제 틀 만들자”
먼저 네이버 다음과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 마련에 첫 출발을 알린 곳은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이다.
오 의원실은 지난 달 부가통신사업에 대해서도 경쟁상황 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미래부 장관이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할 수 있게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다음 등의 시장영향력이 커지면서 다방면에 시장지배력 전이 이슈가 발생되는데 현행법상 경영 현황에 대한 자료 공개 의무가 없어 정부 대응이 어렵다는 취지로 발의된 법안이다.
이에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통신사나 방송사처럼 경쟁상황 평가를 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이를 거부할 경우 1천만원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미래부가 국내외 인터넷 포털사들에게 세부적인 사업 내역과 각 항목별 매출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근거로 시장을 획정하고, 일정 비율이 넘어갈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규제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와 광고 영역에 대한 규제가 특히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움직임과 맞물려 미래부는 최근 ‘플랫폼 중립성’ 원칙에 대한 연구를 미디어미래연구소에 발주했다. 연구 결과는 올해 말 정리돼 내년 초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는 이번 연구가 당장의 가이드라인이나 규제 마련을 위한 것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연구 결과에 따라 규제 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또 연구 배경 중 하나로 “국회의 대응 마련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혀 오세정 의원실의 개정안 발의와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래부 연구 과제에는 ▲플랫폼 중립성에 관한 개념 정립 ▲국내 플랫폼 시장 현황 조사 ▲인터넷 플랫폼 시장의 경쟁 상황 평가 및 시장 획정 등을 통한 지배적 사업자의 경쟁 제한 기준 등의 항목이 들어있다.
오세정 의원실이 필요하다고 밝힌 경쟁상황 평가와 시장 획정 등을 통한 지배적 사업자 경쟁 제한 기준 등이 포함돼 있다.
해석하면 미래부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경쟁상황평가를 위한 사전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사이버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특별법 추진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인터넷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중소기업 등의 생존권이 위태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네이버, 다음과 같은 일정 기준 이상의 포털 사업자를 인터넷 대기업으로 지정, 이들이 온오프라인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는 특별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성태 의원실에 확인한 결과 이번 특별법의 핵심은 통신사나 방송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던 부가통신사업자들을 규제 테두리 내에 끌어들이는 방안이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뉴미디어들이 등장하고 영향력이 확대됐지만, 이를 명확히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 보니 정부 부처에서도 부가통신사업자 규제를 서로 미룬다는 비판이다.
이에 국회가 특별법 제정을 통해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의 틀을 신속히 만들어, 이들에 대한 사회적 책무와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오세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이유도 이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 김성태 의원실의 설명이다.
김성태 의원실 관계자는 “대형 포털로 인해 피해를 입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 근거가 불명확하다 보니 공정위, 미래부 모두 서로의 역할과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다”며 “미래부의 연구 결과를 기다리는 것도 어불성설이라, 특별법을 통해 부가통신사업에 대한 규제의 기틀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한 공청회나 토론회 등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국회와 정부가 모두 ‘부가통신사업 시장 경쟁상황 평가→사업별 점유율 분석 및 시장획정→지배적사업자 지정→규제’라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퍼즐을 하나씩 끼워 맞추는 꼴이다.
■ “규제로 인한 역차별, 역효과 우려”
업계는 인터넷 시장에서 경쟁상황평가를 하겠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통신이나 방송처럼 주파수 등 공공의 재산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부가 허가를 내주는 산업과 무한 경쟁이 가능한 시장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고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도 이미 이런 결론을 내린바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올해 초 발간한 '2016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부가통신서비스 및 인터넷 포털에 대한 시장을 획정하고 규제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부가통신서비스 및 인터넷 포털의 경우 통신이나 방송 사업과 달리 사업 영역과 수익 모델이 매우 다양하고 동태적인 양상을 띠고 있어 일률적으로 획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검색기반의 포털에서 검색 서비스가 타 서비스 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 조사 및 분석을 했지만 특별한 불공정 행위 가능성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일률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시장에 무리수를 둘 경우 역효과만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의 역차별 문제가 거론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외국 기업들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지만 결국 권한이 없는 한국 지사들이 정부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의 손발만 묶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이상우 회장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발의와 기간통신 사업자에게만 적용됐던 걸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확대 적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그런데 과연 이런 규제를 구글 등 해외 사업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건 막야야한다”고 덧붙였다.
포털에 대한 규제가 되레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를 안길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림대학교 안정민 교수는 "특정 기업의 특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규제는 타당성을 재고해야 한다"며 "또 대형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사에 맞춘 규제는 영세 사업자의 성장을 저해해 규제로 인한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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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국장은 “포털에 대한 여러 문제 제기가 있는데 차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플랫폼 사업은 기본적으로 참여자들과 잘 상생해야 커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규제보다 상생 방안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좋은 의도에서 출발한 법안도 결과적으로 입법화 되고 나면 갈라파고스 규제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또 국내 기업만 적용받는 규제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