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이통사-제조사 모두 분리공시를 도입하자는 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국회의 파행이 이어지면서 도입 시점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7일 국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의당이 국회보이콧을 선언한데 이어 자유한국당 역시 미래부 장관후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놓고 여당과 대치 상황에 들어가면서 7월 임시국회에서도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 논의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국회 한 관계자는 “7월 임시회가 오는 18일까지인데 아직 미래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놓고 여야가 각을 세우고 있는데다 방통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예정돼 있어 단통법 개정 논의가 당장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치적 이슈로 국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논의는 9월 정기국회서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분리공시 쟁점법안 제외될까
20대 국회 들어 제출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안 중 변재일, 신경민, 신용현, 배덕광, 최명길, 박주민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이 분리공시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가리지 않고 분리공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 대치 상황이 이어졌고,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서 논의가 지연돼 왔다.
삼성전자가 마케팅 비용이 오픈될 경우 글로벌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반대해 온 것도 분리공시 도입이 늦어진 이유 중 하나다.
국회 한 관계자는 “그동안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단통법 개정안이 많이 발의됐음에도 쟁점 법안으로 분류돼 논의가 지연된 이유는 의원별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해석하는 게 달랐던 탓이 있었다”며 “또 정부 내에서도 그동안 분리공시에 대해 엇박자를 낸 것도 도입 논의가 늦춰졌던 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대통령 공약에 분리공시가 포함되면서 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를 반대해왔던 삼성전자 마저 정부정책을 따르겠다고 한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민감해 하는 가계통신비와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에서 마냥 미룰 수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분리공시 도입 쟁점은
분리공시를 둘러싼 전반적 분위기가 도입 쪽으로 무게추가 쏠린 것은 맞지만 쟁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분리공시의 핵심은 제조사의 장려금도 이통사의 지원금처럼 투명하게 공개해 궁극적으로 가계통신비의 한 축을 차지하는 단말 구입비용을 낮추자는 데 있다. 제조사들의 장려금이 공개되면 실제 단말 가격 수준을 소비자가 알 수 있고, 고가 단말 위주로 지급돼 왔던 장려금이 중저가 단말에도 동일한 비율로 지급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장려금이 공개되면 제조사들에게 출고가 인하 압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분리공시가 시행되면 이용자들의 단말 구입 지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말에 지원되는 장려금만 공개되고 유통점에 지급되는 판매 장려금(리베이트)이 공개되지 않을 경우에는 분리공시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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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공시되는 장려금은 최소화하고 유통점에 리베이트를 많이 지급하면 유통점에서 특정 단말 판매를 유도하거나 인위적인 가격조정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며 “현재 유통점에서는 지원금의 15% 이내에서 추가 지원금 지급이 가능하지만 리베이트를 이용해 특정 이용자에게만 단말을 싸게 파는 행위를 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지원금 공시에 대한 법 개정을 할 때 현행 단통법에서 정하고 있는 공시 및 게시 방법, 내용, 주기 등에 관한 기준을 어떻게 결정하느냐를 놓고 진통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