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공시, 이통사에 藥일까 毒일까

단통법 개정안 9건 상정…소위서 병합심사

방송/통신입력 :2016/11/10 18:38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단통법)’이 또 한 번 국회 도마에 올랐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 분리공시, 위약금 상한제 신설 등을 담은 개정안이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도 대거 상정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9건의 단통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오는 16~17일로 예정된 법안심사소위에서 병합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총 9건의 단통법 개정안 중 ‘분리공시 도입’을 담은 개정안이 5건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 4건, ‘위약금 상한제 신설’ 3건 등이다.

이외에 요금제에 따른 지원금 차등 제한, 선택요금할인율 20%→30% 상향, 대기업 유통점 15% 추가지원금 금지, 불법 지원금에서 유심 지원 제외 등이 개정안으로 올라와 있는 상태다.

분리공시를 담은 개정안이 가장 많은 것에도 알 수 있듯이 업계의 관심사가 가장 큰 것 역시 분리공시다.

‘구분공시’라고도 불리는 분리공시는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구분해 소비자에게 알리자는 제도다. 통상 공시지원금은 지원금과 장려금이 더해 만들어진다.

단통법이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자는 취지인 만큼 지원금과 장려금을 구분해 공시하고, 과거 제조사들이 출고가를 뻥튀기(?)하고 이를 다시 장려금으로 지급하는 행태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목적이다. 또 이 제도가 궁극적으로 제조사가 장려금을 지급하는 대신 출고가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 있다.

하지만 단통법 제정 당시 제조사가 반대하면서 법안에서 제외됐다. 반면, 이통사들은 찬성했다. 제조사가 재고 정리 등을 위해 장려금을 증액할 때도 시장이 과열되는데 이로 인한 이용자 차별 행위 처벌은 이통사만 받아왔다는 것이다. 시장 과열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분리공시가 필요하다는 게 이통사의 주장이다.

아울러, 지원금에 제조사의 장려금이 포함돼 있어 이에 상응해 지원되는 ‘20% 요금할인’이 과도하게 결정되고 있어 장려금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이통사들의 주장은 반만 맞다. 이용자가 서비스를 해지할 때 발생하는 20% 요금할인의 할인반환금을 책정할 때도 제조사 장려금이 포함된 상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또 단통법 시행 이후 ‘번호이동’에서 ‘기기변경’ 시장으로 변화했고,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망을 처벌할 수 있는 법조항이 생기면서 과거와 같은 시장과열 양상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도 법 제정 당시와 달라진 환경이다.

때문에 이통사들은 이러한 점을 이용해 통상 이용기간이 길어질수록 위약금이 줄어드는 구조와 달리, 20% 요금할인의 경우 20개월까지는 할인반환금이 줄어들다가 21개월부터 다시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어 놨다.

위약금 상한제를 신설하자는 개정안이 3건이나 발의된 것도 이 같은 이유가 작용했다.

■ 과연 이번에는 분리공시 도입될 수 있을까

미방위 소속 변재일 의원은 “(위약금이나 할인반환금은) 통신사가 손해 보는 것을 초과해서 책정할 수 없다”며 “제조사가 지급한 장려금이 위약금으로 통신사에 가는 것은 부당하고 이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라도 분리공시가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종오 의원도 “소비자들은 과도한 위약금 때문에 통신사 선택의 권리가 방해받고 있고 경제적 불이익을 토로하는데 통신사들은 가입자당 위약금을 얼마나 지급하는지 영업비밀이라고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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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분리공시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조사뿐만 아니라 이통사들도 분리공시 도입에 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는 이 같은 이해관계 때문에 올 상반기 방송통신위원회가 도입하려 했던 지원금 상한제만 통과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일몰까지 채 11개월도 남지 않은 이 같은 법 개정 보다는 법안소위에서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